•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혹은 친박계를 대표할 중진 의원을 염두에 둔 '화합형 대표 추대론'은 사실상 폐기됐다.

    박희태 대표로 부터 '화합의 전당대회'를 할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오라고 지시받은 쇄신특위(위원장 원희룡)로선 해법찾기가 더 곤란해졌다.

    이미 '박근혜 입'으로 불리는 이정현 의원이 쇄신특위 불참의사를 밝히며 예견된 상황이었는데 친박계 중진 의원들까지 가세해 '화합형 대표 추대론'을 비판하고 나서며 이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입장은 더 분명해졌다. 여기에 쇄신특위 역시 "누구나 전당대회에 출마할 수 있다"며 '화합형 대표 추대론'에 선을 그었다.

    10일 친박계 중진 의원들은 작심한 듯 당 쇄신특위에 비판을 쏟았다. 홍사덕 의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책임과 관련, 당 대표, 원내대표, 청와대 참모진, 대통령 그리고 검찰을 포함한 행정부 중 책임의 크기를 순위로 매긴다면 나는 당 대표가 아무리 봐도 맨 끝, 아무리 가혹하게 보더라도 끝에서 두 번째라고 생각한다"면서 "변화와 쇄신의 요구는 그 순위대로 제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쇄신파의 박 대표 퇴진 요구에 대한 반박이자 '전당대회 개최'에 대한 사실상의 반대다. 여기에 최근 언론을 통해 당 지도부를 비판하고 있는 일부 소장파 의원들을 향해서도 "정치에서도 예의범절은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한 뒤 "최근에 봤던 몇몇 광경과 언행은 참으로 지켜보기 힘들었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당사자들이 그 내용을 알만한 일이니 이 정도로 그치겠다"고 했다. 또 "가장 교묘한 쇄신반대 운동은 10∼20가지 과제를 내놓고 한꺼번에 똑같이 밀고나가자는 주장"이라며 "박 대표가 6월말을 시한으로 해 자신의 직과 관련한 말씀을 한 것은 일시적인 실수를 했다. 이 실수가 오래가지 않도록 바로 고쳐주기를 양청드린다"고 했다.

    박종근 의원도 "쇄신위 성격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될 일이 있다"고 포문을 연 뒤 "쇄신위가 아직 쇄신안이 확정되기도 전에 모든 일시적인 현안에 대해 언론에 공개적으로 요구를 하고 있는 사태"라며 "온당치 않고, 언론플레이 하는 것이 쇄신위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쇄신위는 안이 확정된 것을 제출하면 의원총회에 보고도 하고 당 최고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의 방침을 정하는 것이 옳다"며 "쇄신위 권능에 대해 한계와 정도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된다"고 요구했다.

    이경재 의원 역시 "쇄신안을 만들었을 때 그것을 관철하는 방법은 당 의결기구에서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인데 쇄신안이 관철되지 않으면, 지도부가 사퇴하지 않으면 '(활동을) 종결하겠다', '집단행동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떼쓰고 협박하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법과 원칙을 질서있게 회복하는 게 하나의 개혁이라 할 수 있는데 떼쓰고 협박하는 식으로 목표를 달성하려는 좌파나 민주당과 똑같은 행동을 하면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법과 질서를 지켜야 된다고 주장할 수 있겠냐"고 따졌다.

    이 의원은 화합형 대표 추대론에 대해서도 "어떻게 보면 매력적인 안 같이 보일 수도 있는데 그 실체가 있어야 한다"면서 "솔직히 얘기하면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표의 마음을 털어놓는 화합과 통합의 정신이 있고 난 다음에 화합이 있는 것이지 억지로 협박을 해선 화합이 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가 현재 대표를 맡고, 외형적으로 화합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에 감동을 줄 수 있는 청와대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게 제일 큰 문제고 가장 핵심적인 해결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친박 진영의 분위기 역시 '화합형 대표 추대론'에 대한 거부감이 매우 크다. "말도 안된다"는 게 이들의 반응이다. 다만 일부에선 전당대회 자체를 반대하진 않겠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전당대회 자체를 반대할 경우 '반(反) 쇄신파'로 몰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한 측근은 "전당대회가 쇄신이랑 무슨 상관이냐. 국민이 바라는 건 잘못된 국정기조인데 본질은 두고 엉뚱한 것만 갖고 갈등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