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은 26일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민주당 이광재 의원이 신청한 구속집행정지를 허가했다.

    불법정치자금 혐의로 구속된 이 전 수석과 이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가 치러지는 29일까지 석방, 제한적이지만 자유의 몸이 됐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4억원을 받고,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000만원을 빼돌린 혐의의 정 전 비서관도 마찬가지다.

    횡령혐의로 구속됐던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은 '뇌종양 치료 필요성'이 인정돼 이날 보석됐다. 박 회장의 상품권 1억원어치를 받은 혐의로 구속된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변호인을 통해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했으며 27일 허가 여부가 가려진다.

    이들은 대부분 박 회장과 강 회장의 돈과 관련된 사건으로 이리저리 엮여있다. 법의 심판을 앞두고 있는 이들이 법원의 허가로 한 자리에 모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리스트'의 주인공 박 회장은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하지 않았다.

    이강철 정상문 이광재 구속정지…국민행동본부 "교도소에는 힘없는 사람만 남아"

    이들을 '석방'한 법원의 결정을 보수진영은 강력히 비판했다. 서정갑 국민행동본부장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 나라가 법치주의 국가인지, 정말 나라가 맞는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서 본부장은 "범법혐의로 구속된 사람들을 이런 식으로 풀어준다면 우리나라 교도소에는 힘 없고 가난한 사람들만 남게 될 것"이라며 "형평에도 맞지 않으며 더구나 판결도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통속인 사람들을 한꺼번에 풀어준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양영태 자유언론인협회장은 이들의 구속집행정지에 대해 "법에 따라 직계 존비속이나 형제 등이라면 인도적 차원에서 당연히 일시적으로 정지시킬 수는 있지만 검찰이 어렵게 사법정의를 위해 수사해 온 범법 혐의자들까지 죄다 구속집행정지를 시켜줄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조문'을 이유로 잠시 풀려난 이들은 하나같이 격해진 감정을 드러냈다. 이 전 수석은 구속집행정지 결정이 난 후 부인을 통해 밝힌 편지글에서 "누가 그 분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했는지 우리는 분명하게 알고 있다"며 "살점이 튀고 온몸의 뼈가 조각조각 난 절명 앞에 함부로 용서를 말하지 말자"고 말했다. 그는 "화해와 통합은 책임있는 자가 진심어린 반성으로 용서를 구할 때 우리 마음 속에서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강철 "누가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안다", 강금원 "이게 박정희 시대도 아니고"

    강 회장은 보석으로 대전교도소를 나온 직후 "노 전 대통령은 잘못이 없다"며 "세상에 이런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은 자존심이 강하고 아무 잘못이 없었다. 이게 박정희 시대도 아니고 이런 일이 다시 있어서는 안된다"고 토로한 뒤 봉하마을로 향했다.

    ''우(右) 광재'로 불리던 이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원망하지 말라는 말씀이 가슴을 친다"면서 "맑은 기운이 있는 땅에 돌탑을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를 아는 분들은 내가 말하는 맑은 기운이 있는 땅, 탑을 쌓을 곳이 어디인지 알 것"이라며 "본격적으로 탑을 쌓고 짓자"는 메시지를 25일 보좌관을 통해 보냈다.

    한편 봉하마을을 나흘째 지키고 있는 '좌(左) 희정' 안희정 최고위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조문을 두고 "뜻이 있다면 와서 눈물을 흘리든, 사죄를 하든 하면 그만 아니냐"며 "안온다고 서운해 할 일도 아니다"고 했다. 그는 "술 한 잔 따르게 해야 한다"면서 구속된 측근 인사들의 구속집행정지를 요구했었다. 안 최고위원은 지난 23일에도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 인사들에 폭력과 린치를 가했다"며 "이명박 대통령, (당신이) 원했던 결과가 이것입니까"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