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지우 총장, 심광현 영상원 교수, 진중권 객원교수 등 한국종합예술학교(이하 한예종) 인사들이 주도하여 인문과 예술과 기술을 접목시키겠다는 명목으로 시작한 30억 원 대 통섭교육사업의 부실 논란이 불거지면서, 한예종 자체의 개혁이 새롭게 이슈가 되고 있다.

    이번사업의 부실 의혹을 넘어 애초에 아무런 실기적 전문성도 없는 진보좌파 운동가 출신들이 한예종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현실 자체를 바꿔내야 한다는 것이다.

    황지우 총장은 1997년 한예종 연극과극작과 교수로 취임하지만, 시인 황 총장이 처음으로 희곡을 쓴 것은 1998년도에 80년대 광주문제를 다룬 ‘오월의 신부’였다.  기록상으로는 희곡작가로 데뷔하기도 전에 희곡관련 교수로 임명된 것이다.

    또한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게눈꽃의 연꽃’ 등등의 시인 황지우라면 문학계에서 다들 그 명성을 인정하지만, ‘101번지의 3마일’ ‘물질적 남자’ 등등의 희곡은 연극계에서 최고 수준의 작품이라는 객관적 평가는 없다. 공연예술 전문매체의 한 대표는“연극계에서 황지우 총장은 정치인으로 인식되고 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영상원의 심광현 교수와 전통예술원의 이동연 교수는 황지우 총장의 경우보다 더 파격적이다. 심광현 교수는 서울대 미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1995년까지 주로 미술분야에서 활동해왔다. 그러다 갑자기 1996년도에 한예종 영상원 교수로채용되었다.

    한예종 홈페이지에 게재된심광현 교수의 프로필에는 2000년 ‘한국영화사 연구의 새 차원 - 근대와 전근대가 만나는 유령 같은 역공간의 생산성’이라는 논문이 최초의영화 관련 학문적성과로 나온다. 황지우 총장과 마찬가지로 영화 관련활동을 하기 한참 전에 영화 전문 교수로 채용된 것이다.

    전통예술원의 이동연 교수는 중앙대영어영문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 주로포스트모더니즘이나 대중문화 관련 연구활동을 해왔다. 이런 그가 한국 전통예술을 교육하는 전통예술원에서 한국예술학과 교수로 채용되었다.

    이동연 교수의 신문 칼럼 역시 한국전통예술에 관련된 것은 찾아볼 수 없고 최근에는 ‘장자연 리스트’ ‘WBC 야구팀 병역특혜’ ‘꽃보다 남자’등 대중문화 분야에만 집중하고 있다.

    1학기에 강의 하나 하고 연봉 4,000만원의 객원교수로 채용된 진중권의경우도 특혜 시비에 걸려있다.

    한예종의 학칙상 객원교수는 ‘실기전문가 또는 특수 경력의 소유자로서 학교 또는 당사자의 필요에 의하여 객원의 형태로 교육을 담당하는 자’로 제한되어있다.

    진중권이 한예종에서 강의한과목은 프랑스철학을 중심으로 하는 ‘현대사상의 지평’이다. 실기전문가가 아니며 독일유학 실패자 진중권이 현대사상을 강의하기 위한 어떠한 특수경력이 있냐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 한예종 측은 아직까지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진보 좌파들의 문화권력 장악은 비단순수예술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노골적인 친노무현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개그우먼 김미화는 진보좌파 노조의 지원으로 MBC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MC 자리를 유지했다. 현 정부출범 뒤 교체되기는 했지만 윤도현, 신해철 등은 지상파 음악프로그램 MC를 장기간 동안 도맡아 왔다.

    영화계 역시 박찬욱, 봉준호 감독 등이 주도하여 진보좌파 정당 지지를 이끌었으며, 그 이전에는 명계남, 문성근 등이 영화인들을 노사모로 끌어들이기도 했다.

    이토록 전 영역에서 진보좌파 문화 인사들이 문화 권력을 독점할 수 있었던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애초에 문화예술의 본질적 특성상 현실권력을 비판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이러한 문화예술의 본질적 성향이 있다 하더라도 노무현 정권은 이를 정치투쟁으로 변질시켰고, 진보좌파 문화예술인들은 권력을 지향하며 비전문의 운동가들이 온갖 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정치력을 발휘했다.

    셋째, 정권을 잡은 이른바 보수우파 진영이 대북문제나 경제문제와 달리 문화예술 전문가들이 턱없이 부족하여, 진보좌파들의 권력 장악을 방치한 측면이 있다.

    21세기는 문화예술의 시대라고들 한다.

    그러나 보수우파 진영에서는 문화예술은 아무런 조건 없이 지원만 하면 된다는 낡은 사고에 빠져있다. 이러한 틈새를 치고 들어와 거의 모든 문화영역이 좌파 천국이 되어버렸다.

    최소한 5:5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해당 영역에 전문성이 없는 좌파인사들이 주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바꿔내면서, 새로운 문화정책담론을 개발해야할 때이다.
    <대한언론 5월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