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이 소위 'MB악법'으로 주장하는 '집시법'에 이어 '통비법'도 이미 17대 국회 당시 여야 만장일치로 본회의에 상정까지 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은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을 "휴대전화를 통제해서는 언론의 자유, 개인의 사생활 자유가 보장될 수 없다"며 "휴대폰도 도청할래?"라는 구호를 내걸어 대표적인 'MB악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지난해 2007년 4월 여야 만장일치로 본회의에 상정했고 그 후 대선과 총선으로 법안 처리가 지연돼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실제로 2007년 3월 30일 발의된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발의자로 민주당 문희상, 최인기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최 의원은 5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MB악법'에 대해서 "여야 합의정신에 따라 하는 것이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강행한다면 우리는 저지할 수 밖에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여야 합의정신'을 강조하면서 2년 전 여야 만장일치로 합의된 법안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기자가 '민주당이 통비법을 악법이라고 공격하고 있지 않느냐'고 묻자, 최 의원은 "(내가 발의한 법률은 한나라당 법률과)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며 "위치추적에 대해서는 실종된 아이의 부모가 의뢰하면 (통신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하자는 범위에 국한된 법안이다. 일반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변했다. 최 의원은 발의서에서 "아동유괴범죄 신속해결"을 제안 취지로 밝혔고, 법안을 일부 수정 발의한 한나라당 이한성 의원은 "범죄와 테러환경 대응"을 제안이유로 들었다. 민주당은 이를 통째로 'MB 악법'으로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통비법이 포괄적이라는 말이냐'는 질문에 그는 "한나라당 법안은 잘 모르겠다. 그건 내용을 비교 안해봤으니까"라고 말을 바꿨다. 앞서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던 최 의원은 자신들이 MB악법으로 주장하는 한나라당의 통비법 내용을 묻자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법안 내용도 모른 채 'MB악법'으로 몰고가는 셈.

    기자가 재차 '법안내용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다르다는 뜻이냐'고 캐묻자, 최 의원은 "한나라당과 다른지 모른다니까, 비교하지 않았으니까"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우리가 낸 법률안은 범죄에서 애가 실종됐다든지(할 때 사용하는 것으로)당장 찾는 게 경찰 업무 아니냐"면서 "비교한 것은 난 모르겠다"고 역정을 냈다. 기자가 "'한나라당도 범죄를 예방하려는 목적으로 법안을 냈다'고 주장하더라'"고 묻기가 무섭게 최 의원은 기자의 말을 자르며 "나는 (한나라당 법률을)비교 안해봤다. 모르겠다"며 언성을 높였다. 법안 발의에 함께 이름을 올린 민주당 출신 문희상 국회부의장 측은 이날 "모임이 있다"며 전화 통화를 피했다.

    17대 국회 당시, 최 의원이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한나라당 안명옥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6310번)에는 "전기통신사업자는 검사, 사법경찰관 또는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통신제한조치 및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의 요청을 할 경우 즉시 협조해야 하는 의무규정을 둠으로써 아동유괴범죄를 신속히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1년 후인 18대 국회에서 한나라당 이한성 의원이 일부 내용을 수정해 발의한 법안에는 "지능화 , 첨단화 돼 가는 범죄와 테러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합법적인 통신제한 조치 등은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으로 나와있다. 이어 주요 내용에는 "GPS(위치정보시스템)를 활용한 위치정보 등은 범인의 검거에 유용한 자료가 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통신사실확인자료에 위치정보를 추가함으로써 수사기관이나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다"(2008년.10.30일 의안번호 1650번)고 적시했다.

    또, 이 의원이 내놓은 법안은 법원영장이 발부된 경우에 한해 전화를 감청하자는 것을 골자로 "범죄수사 또는 국가 안전보장 외의 목적으로 전기통신의 감청을 하거나 감청으로 지득한 내용을 범죄수사 또는 국가안정보자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형사처벌한다"(주요내용 '나'항)고 명시돼 있다.

    법안을 재정비해서 내놓은 이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의 '통비법 MB악법'주장에 "말도 안된다"며 "자기들이 야당이 되니까 이제 감청한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 의원은 "이번 강호순 사건에 보듯 흉악 범죄에 대한 위치추적이나 산업 스파이가 몇백억, 몇조짜리 기술을 빼내는 데 대한 정보탐지, 순간포착 등 이런 범죄수사에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실지로 2002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두 차례 정도 감청을 주장했고 DJ(김대중 전 대통령)때, 휴대폰 감청법이 얘기됐는데, 왜 이게 문제가 되냐면 기술 설치에 비싼 돈이 드는데 장비가 비싸서 통신회사가 도입을 안하니 정부가 과태료 물린다고 통신장비 설치 강제 규정을 두기 때문"이라며 "이 문제는 새로 시정하는 법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중진 원로인 한 의원은 일부 기자들과 만난 저녁 식사자리에서 "MB악법 시위시, 아무 말 없이 시민들을 향해 그냥 휴대폰만 들고 있으면 효과가 난다. 통비법 때문에 도청당한다고 홍보하면 끝"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법안 접근방식을 드러내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