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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현행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조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을 놓고 한나라당 의원들간 격론이 벌어졌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선 종부세 개편안에 대한 당론 채택 논의가 벌어졌지만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 결국 당론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의견을 개진한 의원은 총 12명이었고 이중 6명이 반대입장을, 5명이 조건부 찬성 내지 찬성 입장을 보였다. 1명은 법률적 판단에 따르겠다며 중립적인 발언을 했다. 이와 관련, 황영철 원내부대표는 "정부안에 대해 이토록 심도 있는 찬반토론이 없었다"고 이날 상황을 전했다.
찬성측과 반대측은 지역구에 따라 입장이 큰 차이를 나타냈다. 찬성측은 대부분 실질적으로 종부세 개편안의 혜택을 보는 서울 강남과 버블세븐 지역 의원들이었고 반대측은 지방 의원과 비강남 의원들이 대부분이었다.
반대측 의원들은 종부세 개편안 통과로 '부자들을 위한 정당'이란 비난을 받을 것을 우려했다. 유기준 의원은 "지역에서 들은 민심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며 "우리만의 잔치가 돼선 안된다"고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김성태 의원은 "한나라당이 2% 정당에서 1% 정당으로 되는 게 그렇게나 좋냐"며 "서민 경제를 살리는 경제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명규 의원은 "지금까지 당과 정부가 내놓은 정책 중 국민이 원하는 정책이 있었느냐"며 "국민이 반대하는데 통과시켜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념 정체성에 매몰돼 국민여론을 무시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시기의 적절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이주영 의원은 "종부세 개정안을 추진하는 시기가 적절치 않다"며 반대했다. 이 의원은 "경제살리기와 종부세 개정이 무슨 연관이 있느냐"며 "경제를 살린 뒤 종부세를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식 의원은 "국정 우선 순위가 왜 종부세 개편이냐"고 따지며 "보통국민에게 따뜻한 정당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희룡 의원은 당론 형성 절차에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의총에 앞서 당정협의안을 발표한 것은 정부안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충분한 의견수렴을 주문했다. 이어 "서민 감세가 어떤 것이냐에 주안점을 둬야한다"며 "지나치게 편협하게 집토끼만을 잡으려고 하면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반면, 찬성측 의원들은 부동산 활성화를 통한 경제회복을 위해 종부세 개편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종구 의원은 "노무현 전 정권의 부동산 세금폭탄은 부동산 거래를 억눌렀다. 이를 걷어내 경제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승덕 의원도 "미국발 모기지론같은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부동산 활성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성린 의원은 "종부세 개편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금융위기가 심각하고 빨리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시키려는 법안으로 가치가 있다"고 설득했다.
일부 의원들은 종부세를 실패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고흥길 의원은 "종부세 개편안이 있는자와 못 가진자로 나누는 것이 아니다"며 "노무현 정부의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을 개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 의원은 "개편안이 사회 정의에 맞는지는 살펴봐야 한다"고 말해 조건부 찬성 입장을 보였다. 유일호 의원은 "투기를 잡는다는 목표의 종부세는 이미 실패한 정책으로 개편이 필요하다"면서도 "시기적으로 적절할 때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찬반 격론에서 박준선 의원만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심판이 진행 중으로 12월 이후 헌재 결론이 나올 것"이라며 입장을 보류했다.
당내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정부와 한나라당은 내달 2일 국무회의 의결전까지 재차 당정협의를 갖고 수정 방향을 논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의총 마무리 발언을 통해 "내달 2일 정부의 국무회의 의결 전에 당론을 확정짓기 위해 전체 의원들을 대상으로 무기명 여론조사를 실시해 전체 의견을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오는 24일 종부세 개편안을 비롯, 부동산 문제에 대한 정책의원총회를 개최하는 등 이번주 중 한두차례 의총을 열어 재차 의견수렴을 한뒤 당론을 정부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