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원구성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채 속절없이 이어지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지난달 31일 원구성 협상 결렬 이후 원내대표 회담을 비롯해 원구성 협상의 진전을 위한 이렇다할 추후 일정도 잡지 못한 채 `냉각기'에 접어들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3일 기자간담회에서 "금방은 원구성을 못할 것이며, 싸워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고, 한나라당 한 핵심 당직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금주까지 여야간 냉각기가 계속되고, 그 다음주에나 대화가 재개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따라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번 한주간 숨고르기를 한 뒤 이르면 주 후반부터 협상재개를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장관 인사청문회 문제에서 파생된 민주당과 여권의 갈등을 비롯해 제반 정치환경이 녹록지 않아 경색 국면은 한동안 계속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아가 민주당이 한나라당이 아닌 청와대 책임론을 들고 나오면서 원구성 문제가 복잡한 `3각 갈등'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점도 변수다. 

    이명박 대통령이 오는 6일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거치지 않은 3명의 장관 내정자를 `법.원칙'에 따라 임명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파상 공세가 예상된다.

    오는 7일 정연주 사장 거취와 관련한 KBS 이사회가 개최된다는 점에서 그 결과에 따른 여야간 날선 공방이 예상되며,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씨의 비리 사건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당장 민주당은 김옥희씨 사건에 대한 특검을 주장하고 나섰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청와대가 강경드라이브를 건다면 우리 입장에서도 맞받아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것을 양보한 것 아니냐"는 비판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원구성 협상과 개원 협상을 같이 했어야 한다고 본다"며 "원구성 협상이 안되면 어떤 것도 진행될 수 없다"며 비판론에 가세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야당과의 협상은 별도로 이 같은 비판 여론을 잠재우는 동시에 장관 인사청문특위 문제를 둘러싸고 불거진 청와대와의 갈등을 풀어야 하는 부담을 함께 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지난달 31일 `잠정 합의안'에 대한 내부 설득을 병행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결렬로 끝났지만, 양당 원내지도부 모두 당시의 잠정 합의를 뒤집기는 힘들다는 데 공감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지난번 잠정 합의의 큰 틀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원구성 협상이 재개된다면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준표 원내대표와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금주부터 야당 지도부 및 의원들을 상대로 더이상 원구성이 지체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알리는 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한편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국회가 원구성도 하지 못한 채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데 대한 책임 공방을 이어갔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국회가 영영 열리지 않기를 바라는 것 아니냐"며 "제1야당이라면 민주당은 이제 변명은 그만두고 국회 정상화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임 정책위의장도 "국회가 고유가 문제에 대해 그렇게 따져물었다면 이제는 대책에 대한 협의를 해야 할 때"라며 "국회가 이를 하지 않는다면 국민에 대한 배임행위이고 직무유기인 만큼, 야당이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민주당은 청와대 책임론을 고수하고 있다. 정세균 대표는 "장관 인사청문회를 안하고 넘어가는 것이 청문회 제도 취지에 부합되느냐"며 "청와대가 장관 내정자의 흠결이 알려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청문회없이 임명절차를 밟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청와대가 지금이라도 마음을 바꿔 여야 원내대표간 합의 사항을 존중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