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이샘~. 일명 '어둠의 자식들'이라고 불리는 고양KB 국민은행 지원스태프 중 한명이다. 호탕하고 재미있고, 정도 많은 분…

    코칭스태프 사이에서 '멀티 리'으로 불리는 이무호 재활 트레이너. 본인 업무인 의무 관련 외에도 선수단 내 온갖 일들을 완벽하게 처리해낸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 별명대로 리 트레이너는 팀 내에서 팔방미인 역할을 한다. 

    사실 재활 트레이너는 본인들이 스스로 농담처럼 이야기하듯이 '어둠의 세계'에 속한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선수들이 경기장 안에서 최고의 몸상태에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그리고 선수들이 다쳤을 때 빨리 조치를 취해 부상 정도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그들의 임무. 팀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지만, 그렇다고 전면에 부각될 수는 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Q. 어떤 계기로 선수 트레이너의 길로 들어게 됐는지.

    A. 원래 전공이 물리 치료다. 그 중에서도 재활이다 보니 당연히 일반인을 상대로 하는 일반인 재활보다는 운동 선수를 상대로 하는 스포츠 재활 분야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다. 졸업과 동시에 태릉 선수촌에 운이 좋게 입사하게 되어 그때부터 다른 물리치료사들과 함께 운동선수 트레이너로서의 업무에 종사하게 되었다.

    Q. 트레이닝이라는 일이 그렇게 쉬운 작업이 아닌데, 어렵지는 않나.

    A. 어렵다기보다는 아무래도 한 사람과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의 상호 협력이 밑바탕이 되어야 하는 치료 부분에서의 공동의 일이다. 서로에게 무한한 믿음과 신뢰를 갖고 쌍방 도움을 주고받아야 최상의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다. 그러나 선임 선수들일수록 아무래도 이것저것 사회적 경험이 많다보니 이기적인 생각과 개인적 주장만 펼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럴 때 종종 사람 컨트롤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느낀다.

    Q. 선수트레이너에게 제일 필요하면서 중요한 스킬(skill) 한 가지를 뽑는다면.

    A. 운동장에서의 재빠른 응급처치 기술. 초기 응급처치만 잘해준다면 모든 부상 70% 이상을 예방할 수 있다. 그리고,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 역시 중요하다.

    Q. 고양KB국민은행축구단에는 어떤 계기로 오게 됐는지.

    A. 휴식시간에 인터넷 축구 기사를 보다가 우연히 클릭한 블로그에서 고양KB국민은행 축구단 선수트레이너모집 채용공고를 봤다. 그동안 태릉선수촌에서 여러 종목 선수들과 부딪히면서 다양한 실무 선수 재활 트레이닝 방법을 배우고 익힐 수 있었지만, 전문적으로 한 가지만을 할 수 없어서 매우 아쉬워하던 상태였다. 그리고, 축구 선수 트레이너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내가 진출하고 싶었던 분야였다. 약간 망설였지만 주위 권유와 격려로 지원을 했고, 당당히 합격하여 지금 선수들과 함께 즐겁게 하루하루 생활하고 있다.

    Q. 태릉선수촌에 있을 때랑 고양KB국민은행에 있는 거랑 만족도는 어디가 더 높은가.

    A. 각자 특성이 있기 때문에 딱히 어디가 더 만족한다 말할 수 없다. 태릉선수촌은 많은 종목 선수들을 골고루 볼 수 있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반면, 고양KB국민은행 축구단은 축구라는 단일 종목만을 추구하기에 전문적이면서 체계적으로 치료와 재활을 할 수 있다. 굳이 조금 더 만족도가 높은 곳을 뽑자면 지금 당연히 고양KB국민은행 축구단에 소속되어 있으니 이곳?^^;;

    Q. 선수들과 주로 무슨 (대화)이야기를 나누는지.

    A. 현재의 심리상태, 웃음을 줄 수 있는 개그, 공감 될 수 있는 화젯거리 , 이성 친구, 라이벌 선수한테 느끼는 정신적 부담감, 여러 가지 축구이야기, 큰 고민 등등 다른 사람들은 사소하다고 느낄 정도로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서슴없이 다 나눈다.

    Q. 선수 트레이너로서 바람이 있다면.

    A, 상호교류를 확대해야 한다고 새삼 느끼고 있다. 체육 하는 사람 따로, 물리치료 하는 사람 따로, 스포츠의학 하는 사람 따로… 따로국밥도 정말 이런 따로 국밥이 없다. 선수 트레이너는 분명 발전 가능성이매우 높은 유망 직종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따로 제각기 논다면 결국 발전은커녕 오히려 밥그릇 싸움만 더 커져 다 같이 망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예전처럼 시기하고, 질투할 시기는 지났다. 서로의 분야를 확실히 정하고 정체성을 확실히 확립하여 서로가 협력하고 공동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서 노력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Q.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지.

    A. 선수가 그라운드 복귀해서 열심히 뛰면서, 금상첨화로 득점까지 해준다면 더할 나위없이 매우 보람을 느끼고, 감동을 받는다. 그 매력에 푹 빠져서 아무리 힘들고 고달파도 헤어 나올 수 없는 묘한 매력을 지닌 직업인 것 같다.

    Q. 간혹 부상 후에 채 회복이 덜 된 상태에서 무리를 해서라도 시합에 출전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선수들이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 매우 안타까울 것 같은데, 그럴 땐 어떻게 선수를 컨트롤 해주나.

    A. 미리 이미 다 파악하고 있다. 아파도 할 수 있다고 의지를 보이는 선수의 의견을 충분한 대화를 통해서 들어본다. 우선 긍정적으로 무조건 안 된다고 일방적으로, 강압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선수의 의사표시를 존중한다는 표현의 방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Q. 지금 생활에 어느 정도 만족하는가.

    A.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이다. 사실 대통령배에서 우승했다면 100점 만점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100점 만점을 줄 수 없었던 이유는 내셔널리그 최근 2경기 에서 아깝게 2패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Q. 선수트레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우선 선수들은 기본적인 테이핑, 마시지 등과 같은 기본 스포츠 요법은 할 줄 안다. 그렇다보디, 솔직히 말해서 선수 스스로가 트레이너를 직접 찾아와 전적으로 다 자신의 몸을 맡기기 보다는 자기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자신이 직접 하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정말 필요하다고 느낄 경우에만 찾아온다. 찾아오더라도 자신이 생각하는 부분과 약간이라도 차이가 있다면 반드시 질문을 하고, 정확하면서 명확한 설명을 원한다. 그래서 특히 이런 부분에서 트레이너는 선수들보다 전문성을 확실히 갖고 많은 공부를 한 전문가라는 인식을 확실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앞으로 트레이너가 한 마디를 해도 군소리 없이 그대로 믿고 따라 행동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를 폭 넓게 공부할 필요가 있다. 굳이 스포츠 의학, 물리치료학, 해부생리학, 인체해부학, 스포츠 재활 의학 등 뿐만 아니라 시사, 사회, 정치 등 폭 넓은 지식을 쌓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책에서 배우는 지식은 어느 정도 이론적으로 학문적 기초소양을 넓힐 지식이다. 실제 인턴 십이나 단기 체험을 통한 경험은 그 어떤 이론보다 중요하다. 그러기에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느껴 보는 것 역시 중요하다.


    어느덧 재활 트레이너 경력이 다섯손가락을 넘었다. 오 년이면 대통령도 변하지만, 그의 마음은 일편단심이다. "가족 같은 선수들은 나의 인생이며 나의 존재 이유"라고 말하는 그는  "최고가 아니면 어떻습니까? 선수들이 있기에 저는 행복합니다."라고 큰소리치는 트레이너님.
     
    "내가 할 일이 없어도 좋으니 선수들이 건강했으면 좋겠다"라는 진실한 염원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