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4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21일 오후 5시30분부터 7시까지 광화문 네거리에서 서울광장까지 태평로 1㎞ 구간이 촛불시위대에게 점령당했다. 시위대는 130명밖에 안 됐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 회원들인 이들은 누군가 "갑시다" 하고 외치자 한꺼번에 차로로 내려서 태평로 5개 차로를 점거하고 광화문 쪽으로 걸어갔다. 이들이 서울광장에서 광화문 사이를 두 번 왔다갔다 하는 바람에 대한민국 중심도로가 1시간 30분 동안 마비됐다. 졸지에 시위대에 갇힌 승용차가 거길 빠져나가려고 경적을 울렸다가 "나와 ×새끼야! 어디서 빵빵거려!"라는 고함을 들었다. 경찰은 시위대에 "다 막지 말고 차로 하나는 차에 내달라"고 사정해야 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가 주도한 20~22일의 48시간 촛불집회에서 시위대가 사흘 내리 도로를 점거하고 가두시위를 벌였다. 시위대가 전경버스를 부수는 일은 이제 일상사가 돼버렸다. 어떤 사람은 망치를 휘둘렀고 어떤 사람은 전경버스에 불을 지르려 했다. 한국말이 서툰 교포가 "이래선 안 된다"고 하자 시위대에선 "아가리 닥치라"는 욕설이 튀어나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신년 메시지에서 "대한민국 선진화의 시작을 법과 질서를 지키는 것에서 시작하자. 편법과 불법은 더 이상 시도하지도 말고 용인하지도 말자"고 했었다. 정부 출범 넉 달 만에 그 다짐은 온데간데 없게 됐다. 공권력이 스스로를 존중 안 하면 무시당하는 수밖에 없다. 지쳐 앉아 쉬는 경찰관의 머리를 지나가던 사람이 무턱대고 때려도 지휘관은 맞은 경찰을 말려야 한다.

    서울광장 둘레엔 촛불시위를 주도하는 단체들이 44개의 텐트를 쳐놓고 있다. 이들이 불법으로 시민들의 공간을 점거하는 바람에 지난달 16일부터 매일 밤 개최하려던 재즈·국악·발레 문화공연 28차례 가운데 18차례가 취소됐다. 그래도 경찰은 한번도 이들에게 텐트를 철거하라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경찰은 '48시간 집회' 동안 가장 많은 숫자가 모였던 21일의 경우 일반시민과 중고생이 각각 300명쯤 됐고 나머지 9000명은 노조와 단체 조직원, 대학생들이라고 밝혔다. 촛불집회는 이제 시민들의 순수한 모임이 아니라 좌파단체와 이익집단이 벌이는 반정부 투쟁의 마당이 돼버렸다. 이들은 시위 도중 "5년 내내 촛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쇠고기 추가협상 내용이 무엇이든 개의치 않는다는 투다.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대한민국 도로와 광장은 시민이 이용하기 위한 시민의 재산이지 촛불시위대의 것이 아니다. 쇠고기사태에 얹혀 저마다 제 밥그릇 챙기겠다고 도로로 나와 차를 막고 전경버스를 흔들고 선량한 시민에게 욕설을 해대는 시위대를 언제까지 이대로 용납해야 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