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반대하는 저항이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저녁부터 연휴기간 동안 이어진 촛불시위에서는 쇠파이프 부대까지 등장,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청와대와 정부가 촛불시위대의 요구 조건을 대부분 수용하면서 설득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정부는 쇠고기 고시 관보 게재를 전격 연기하고 지난 4월 타결된 새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에 맞지 않더라도 검역 과정에서 30개월 이상 월령의 쇠고기는 반송, 폐기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후속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미 수입업계가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출입하지 않겠다"는 자율규제의 실효성을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지난달 7일 이명박 대통령은 직접 "국민 건강에 위협을 가하는 일이 있다면 즉각 우선적으로 수입을 중지하고 대책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천명한 이후, 국민 안전을 우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혀왔지만 시위대의 불신을 잠재우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주부터 불교, 개신교, 천주교 등 주요 종교계 원로들과 만나 민심수습을 위한 여론을 듣고 있다. 김병국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9일 30개월이상 쇠고기 수출입 금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방미길에 올랐으며, 류우익 대통령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은 일괄사표를 제출하고 국난타개에 나선 상황이다.

    이같은 노력에도 시위대의 저항을 더욱 거세게 만든 데에는 청와대의 자충수가 있었다. 촛불시위 초기 '배후세력'을 거론하며 안이하게 대처했고, 이 대통령마저 지난달말 중국 국빈방문에서 돌아와 "1만개의 양초는 누구 돈으로 샀고, 누가 주도했는지 보고하라"며 참모진을 나무란 것으로 알려지면서 촛불을 화나게 만들었다.

    추부길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지난 5일 한국미래포럼 주최 예배에 참석해 "사탄의 무리들이 이 땅에 판치지 못하도록 함께 기도해 달라"고 말해 민심을 다독이기는 커녕 촛불에 기름을 끼얹었다. 그는 축사를 통해 "촛불 문화집회는 이제 정치세력과 이익단체의 개입으로 정치집회로 변질되고 있다"면서 "순수한 학생에게 촛불을 주고 정부가 미국인이 버리는 것을 국민에게 먹이는 것처럼 호도하는 세력이 나라를 흔들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더욱 문제는 추 비서관의 해명이다. 추 비서관은 "'사탄의 무리'는 기도의 통상적 용어"라면서 "불순한 의도를 갖고 의도적으로 확대하지말라"고 했다. 여전히 '국민과의 소통'과는 거리가 먼 주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다른 사람도 아닌 홍보기획관이란 분이…"라며 고개를 떨구었다.

    촛불시위대는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금지'에서 정부 후속조치 이후에는 '20개월 미만만 수입하도록 재협상하라'며 점점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단순히 쇠고기 시위가 아니라 교육자율화, 대운하 프로젝트, 공기업 개혁 등 새 정부의 모든 정책에 반대하는 세력이 가세하며 '반정부 시위'로 변질했고 "이명박 퇴진" "정권 타도"를 외치는 양상이 됐다.

    불법시위가 만연하면서 쇠파이프와 각목을 동원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 격화된 배경에는 일부 매체가 이를 부추긴 면이 적지않다. 한겨레신문은 9일 1면에 경찰이 방패를 이용해 불법시위를 저지하는 사진을 실어 파손된 경찰버스와 부상을 입은 전의경의 모습을 함께 다룬 대부분 매체와 차이를 나타냈다. 다분히 과잉 진압 논란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가 있었던 보인다. '구국! 과격불법 촛불시위반대 시민연대'에는 삽으로 전경을 내리치는 동영상이 올라와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단체는 "촛불시위는 문화제의 촛불로만 그쳐야한다"며 "좋은 뜻을 갖고 평화시위를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그저 군중심리에, 재미로, 젊은 혈기에 생각없이 나서는 사람도 적지않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대표적 친노 사이트 오마이뉴스는 지난 7일 불교계 관계자의 말이라며 "이 대통령이 간담회에서 '주사파와 북쪽에 연계된 학생들이 노무현 대통령 당시에는 활동을 안 하다가 다시 활동하는 것 같다. 이 사람들이 촛불시위를 뒤에서 주도하는 것 같다' '소나기가 올 때는 언제나 피하면 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와대 핵심인사는 "녹취된 내용을 확인한 결과 이러한 발언 자체가 없었다"면서 "근거 없는 왜곡보도"라고 반박했다. 정정 보도를 요청한 청와대는 적절한 조치가 없을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