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26일 사설 <누구를 위해 "청와대로 쳐들어가자"고 하는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그제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시작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는 광화문 일대 차로와 인도를 점거한 시위로 변질돼 새벽까지 계속됐다. 집회에 반정부 좌파세력이 본격 가담하고 수백 명이 청와대로 쳐들어가겠다며 경찰에 맞서 새벽까지 수도 한복판에서 불법 시위를 벌인 것은 ‘표현의 자유’ 범위를 넘어서는 일탈이다. 과연 이들이 국민 건강을 염려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려고 거리에 나선 순수한 시민뿐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
     
    2일부터 시작해 서울에서 17번째로 열린 그제 저녁 촛불문화제는 그동안의 집회와는 양상이 판이했다.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에 반대하는 민주노총 조합원과 중등교육 자율화에 반대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사, 대운하 반대단체 회원들이 가세했다. 집회가 진행되던 오후 9시경 일부 참가자가 “청와대로 쳐들어가자”고 외쳤고,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관계자가 이를 받아 “드디어 오늘 저희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청와대로 갑니다”라며 선동한 것이 집회의 성격을 바꾸었다. 특정 세력이 계획적으로 그런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새벽까지 남아 있던 시위대는 경찰의 수십 차례에 걸친 해산 설득과 경고방송을 무시하고 불법 시위를 계속하다 경찰과 몸싸움 끝에 37명이 연행됐다.

    어제는 48개 대학 학생회로 구성된 ‘광우병대학생대책위원회’가 대학 식당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나섰다. 일부 의사와 수의사들은 청와대 근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요구했다. 중고교생들도 참석한 어제 오후 청계광장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북한이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사용한 ‘역적’이란 용어까지 써가며 ‘이명박 타도’를 외쳤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안이 아무리 크다 해도 취임 3개월밖에 안 됐고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도 아닌 대통령에 대해 탄핵과 하야를 외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이들의 행동은 이 정부를 흔드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다수 국민이 바라는 경제 살리기, 그리고 국정 및 민생 안정에는 도움이 될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