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 총선 결과에서 통합민주당이 가장 의아해 하는 곳은 충북이다. 대선 참패 뒤 가장 흔들렸던 곳이 충북이었는데 민주당은 8개의 선거구에서 6개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손 대표는 충북지역 선거 결과를 "기적"이라고 표현했는데 이 같은 결과의 원인은 '튼튼한 조직'이었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손 대표는 17일 오후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 준비 TF 회의에서 "(충북이) 아주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은 누구나 안다. 자칫 잘못하면 충북에서 민주당, 또는 구 신당(대통합민주신당)은 거의 와해될 위기에 처해있었다"면서 "그러나 거기서 6명의 현역 의원 전원이 당선되는 기적을 봤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겠지만 16개 시·도당 중 충북이 유일하게 체제가 안정돼 있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충북에 휘몰아쳤던 자유선진당의 바람을 막고 민주당을 지킬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 체제 정비의 중요성을 웅변적으로 보여줬고 이제 우리는 체제를 정비하고 기본 골격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술했던 타 지역 조직에 비해 충북은 달랐고 결국 '조직'이 충북 압승이란 결과를 가져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당 내부에선 다른 분석을 하고 있고 충북 선거 결과에 고민이 깊다. 전날 당 정책연구소인 한반도전략연구원(원장 배기선) 주최로 열린 '4·9 총선 평가와 정국전망' 토론회에선 전혀 다른 분석이 나왔다. 이 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김호기 교수(연세대 사회학과)는 이번 총선이 "뉴타운과 특목고로 상징되는 '욕망의 정치'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수도권, 특히 서울에서 참패한 이유는 이런 유권자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개헌 저지선'같은 낡은 프레임으로 선거를 치렀기 때문이란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영향력 아래 치러진 영남과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공약'이 유권자의 표심을 움직였다는 것인데 민주당 역시 김 교수의 이런 주장에 공감한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끝까지 자리를 지킨 이낙연 의원은 "김 교수가 '욕망의 정치'란 워딩을 던져줬는데 선거를 치르며 실제로 절감한 부분이 그것이었다"고 털어놨다. 이 의원은 "부산에서 당선된 조경태 의원에게 '어떻게 당선됐느냐'고 물었더니 '지역발전 공약으로 당선됐다'고 하더라. 나 또한 분별 공약을 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충북에서는 '왜 이런 이변이 생겼나' 물어봤다. 이명박 대통령 찍어줬더니 장관이나 인선에서 충청 출신 인사는 하나도 없다는 불만과 인물론이 먹힌 부분도 있지만 이런 게 있다"며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놨다.

    "그나마 충북다웠고 대단히 발전적이다. (충청 지역 선거에서) 이명박 정부가 수도권 규제완화 등을 통해 지역균형발전을 후퇴시키려 한다는 이슈를 던졌는데 충북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또 하이닉스가 이천으로 갈 것이냐는 문제 역시 굉장히 중요했다. 결국 (충청 지역 선거의) 이슈는 (이명박 정부가) 수도권 규제완화를 하면 지방은 더 피폐해질 것이고 지역균형발전이 후퇴하지 않으려면 민주당을 찍어달라는 주장이 충북에만 먹혔다" 

    각 지역마다 유권자가 필요로 하는 '이슈'를 던져야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 의원은 이 부분에서 고민이 크다고 털어놨다. 이런 "욕망의 정치가 전국적이지 못하고 국지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과 민주당이 야당인 만큼 '이슈' 선점이 쉽지 않다는 것이 이 의원의 고민이다. 무엇보다 이처럼 유권자가 이념이나 정당 선호도 보다 개개인의 욕망을 위한 합리적 선택의 투표 성향을 보일 경우, 야당인 민주당으로선 노선과 이념을 정리하기 더 어렵다는 게 문제다. 이 의원은 김 교수에게 "이렇게 욕망의 정치가 국지적인 상황에서 야당은 어떤 정체성을 가져야 하는지 고민"이라며 질문을 던졌으나 김 교수는 "야당에 걸맞는, 진보개혁 세력에 걸맞는 다른 이익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답했을 뿐 구체적이고 명쾌한 해답은 내놓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