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31일 "임기 5년은 잠깐인데 사람이 갑자기 변해도 안될 것 같아, 평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려 한다"며 취임 후 청와대 생활에 얽매이지 않고 국민과의 직접 접촉면을 넓혀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당선자는 이날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문화예술계 원로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청와대에서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내내 거기 있으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금요일 오후에 나와서 살다 일요일 밤 늦게 들어가려 한다. 평상 생활의 반 정도는 유지하면서 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보고 나면 앞으로 5년간은 보기 어려울 것 같다"며 허심탄회한 간담회를 유도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말에 이같이 답한 뒤 "1년에 한번은 꼭 보려고 한다. 한번씩 만나면 (문화계 원로들이) '말만 하고 그렇게 하지 않고 있지않느냐'는 말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려한다"고 덧붙였다.

    이 당선자는 "5년 후 사람이 변해서 나오면 쓸모가 없어지기 때문에 그 전이나 그 후 똑같이 평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려 한다"며 "사람들은 '해봐라, 그리 안된다'고 하지만 늘 거역하면서 살아왔다. '해봐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측은 이를 "주말에 청와대를 벗어나 생활하겠다는 단편적인 의미라기보다 국민과 함께 호흡하면서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풀이했다. 이 당선자는 평소에도 이러한 뜻을 참모들에게 자주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선거과정에서 하나 얻은 게 있다면 인내력이다. 내 자신을 보면서도 '내가 이렇게 인내심이 있었던가' 할 정도로 말을 참는 훈련을 받았다"며 "5년간 내 얘기를 하기보다 많은 이야기를 듣고, 인내하고, 실천에 옮기려한다"고 다짐했다. '말 잘하는 대통령이 아닌 실천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평소 지론을 표현한 것이다.

    이 당선자는 "새로운 정부 5년이 한달 후면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지만 나는 선거 개표가 끝난 그날 하루만 반짝 기분이 좋다가 그 다음부터 마음이 무겁더라. 걱정이 태산이 돼서 어떻게 해야 국민 기대를 어느 만큼이라도 이룰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하게 된다"고 심경을 피력했다. 이 당선자는 "그동안 우리 사회가 너무 갈라지고 분열되고 해서 새로 시작하면서 보니 봉합하는 게 급한 것 같다"고 사회통합 의지를 피력하면서 "많은 곳이 찢어지고 흩어져 있어 걱정스런 마음이지만 한국 국민의 장점을 믿는다. 새로 시작하면 새로운 마음으로 함께 해주는 국민 능력을 신뢰하기 때문에 기대한다"고 자신했다.

    세계 경제상황 악화와 관련해 그는 "세계 환경이 매우 어렵고 10년만에 최악의 상태로 가는데 그 상태가 진정 기미보다 1년 이상 점점 더 어려운 곳으로 가는 것 같다"면서 "한국 실정도 따라서 어려워질 것이라는 걱정이 많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이 당선자는 "어려움 속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바짝 긴장하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다시 화합해 함께 하는 계기라는 점에서 길게 보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며 "그렇게 하려면 많은 분들의 도움과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김종규 국립중앙박물관 이사장은 이 당선자의 서울시장 재임 당시 문화치적을 높이 평가하면서 "퇴임하고 한달 후쯤 (문화계 원로들이) 만원씩 회비를 내 유인촌 서울문화재단 대표의 연극공연이 끝나고 뒷풀이로 삼겹살집에서 소주 파티를 했었다"며 일화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김 이사장은 "5년 후 대통령직을 끝내고도 똑같이 회비를 걷어, 그 때는 2만원씩으로 배로 올려 (뒷풀이를) 하자"며 즉석 제안했고 이 당선자는 "2만원씩 자비를 내겠다면 무조건 (좋다)"며 화답해 주위를 웃겼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을 비롯해 이강숙 한국예술종합학교 석좌교수, 임권택 영화감독, 신달자 시인, 최태지 국립발레단 단장 등 문화예술계 원로 30여명이 참석했으며 이 당선자측에서는 임태희 비서실장, 주호영 대변인, 박범훈 취임준비위원장, 유인촌 취임준비위 부위원장 겸 사회교육문화분과 상근자문위원, 김대식 인수위원이 함께 했다. 유인촌 부위원장은 간담회에 앞서 이 당선자에게 참석자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인사를 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