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27일 만났다. 여론의 시선이 12월 19일 있을 17대 대통령 선거에 쏠린 터라 김 지사의 행보는 크게 돋보이지 않지만 취임 이후 1년 반 가량 그는 적잖은 성과를 올리며 순항하고 있다. 마침 김 지사는 이날 세계적인 테마파크인 미국의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경기도 화성시 송산그린시티내에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곳에는 가족들이 수일 동안 묶으며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체류형 리조트가 건설되는데 경기도는 이번 유치로 건설단계에서만 5조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4만9000명의 고용효과, 연 1900억의 조세수입 증대효과가, 운영단계에서는 연간 2조9000억 원 상당의 생산유발효과와 5만7000명 정도의 고용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투자 양해각서(MOU) 체결 뒤 뉴데일리와 만난 김 지사의 표정은 밝았다. 이날 김 지사의 MOU 체결에 대한 주변의 반응도 좋은 터라 평소보다 김 지사의 발걸음은 평소보다 더 가벼워 보였다. 이런 김 지사에게 정치현안에 대한 질문부터 던졌다.

    도지사 신분이라 민감한 정치현안에 대한 언급이 다소 부담스러웠는지 인터뷰 초반에는 말을 아꼈다. 그가 한나라당 당적을 갖고 있는 만큼 17대 대선 최대변수 중 하나로 꼽히는 이회창 전 총재의 탈당 및 대선출마에 대한 견해부터 물었다. 3선 의원인 그는 97년과 2002년 대선 두 번이나 당시 한나라당의 대선후보인 이 전 총재를 위해 뛰었다. 지난 대선에선 기획위원장 및 김대중 정권 대북 뒷거래 진상조사 위원으로 활동하며 최전선에 있었다.

    탈당 뒤 신당 창당은 "공공의 적" 창 출마 비판
    "이회창 출마 위해 한나라당으로 신장개업했는데"

    '이 전 총재 출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김 지사는 "뭐… 일반인들 생각과 같죠"라며 말을 아꼈다. '과거에 모셨던 분인데…'라고 다시 묻자 김 지사는 말문을 열었다. 무엇보다 김 지사는 자신이 만들어 두 번이나 대선에 출마했던 한나라당을 탈당한 점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탈당을 했다는 것 자체가 완전히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그 분이 한나라당을 창당하신 분이고 이 전 총재의 대선출마를 위해 신한국당에서 신장개업한 게 한나라당인데 그것을 깨고 나가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는 것은 제가 볼 때 이해가 안 간다"면서 "그런 행태가 국민들에게 정치 불신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지사는 "공공의 적"이란 다소 과격한 표현까지 썼다. "어머니가 자식을 낳아놓고 그 자식을 차고 나가는 이런 식이 되는 건데 우리처럼 당을 만들지도 못하고 대선 출마도 못해본 사람으로서는 납득이 안 간다"고도 했다.

    이 전 총재의 출마는 "법도 아니고 원칙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다"면서 "'내가 해야 한다'는 것 밖에 더 있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불안한 이명박론'을 들고 나온 이 전 총재 출마의 변에 대해서는 "견강부회" "아전인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출마하지 않으면서 이 후보가 불안하다고는 할 수 있으나 '이명박이 불안하다'는 것을 자신의 출마 명분으로 내세워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분 생각은 이 후보가 한방에 갈 것이라는 가정을 하고 나오는 것 아니냐. 그것이 이해가 안 간다. 법치국가인데 BBK는 수년에 걸쳐 금융감독원이 조사를 했고 검찰에서 수사를 했는데 갑자기 '이명박이 한 방에 쓰러진다'는 예상을 하고 들어오는(출마하는) 그런 발상 자체가 합리적이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내에선 여전히 이 전 총재의 중도하차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김 지사는  이 전 총재의 대선완주 문제에 대해 "우리가 말한다고 될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총재가 이미 "우리의 기대와 예상을 너무 빗나갔기에 (중도포기에 대해 이 전 총재가)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 본다"며 그가 대선완주를 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김 지사는 "국민들이 잘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영방송이 사기꾼 말을 생중계 하다니…"
    "BBK사건, 상식 없어지고 '이명박 한 방에 가느냐'만 보는 것"

    BBK 사건과 관련한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김 지사는 "자꾸 언론이 '이명박이는 한 방에 간다'고 하고 정보에 정통하고 법을 아는 분들이 '한 방에 간다'고 얘기한다"면서 "우리사회가 아직 성숙이 안 된 것이다. 지식인들이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을 보면 아직 멀었죠"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언론도 보면 기가 막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사기꾼들 말을 갖고 생중계 방송을 한다. 그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김 지사는 "그것은 상업주의 밖에 안 된다. 무협지와 소설 등 비화를 만들 듯 그런 생각으로 언론이 보도하는 것 아니냐. 이게 무슨 SF 공산소설도 아니고, 무협지도 아니고… 대한민국 정치를 그 수준으로 끌고가는게 누구냐. 참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우리 언론이, 몇 달째 그런 것을 톱기사로 하는 것 아니냐"며 거듭 한숨을 내쉬었다.

    김 지사는 "BBK 문제는 이 후보의 연루성인데 이 후보가 연루 안 돼 있다는 것은 많이 검증이 돼 있다. 금감원과 검찰이 검증을 다 했다. 그 부분을 기초로 해 추가적으로 입증할 것이 무엇인가를 봐야 하는 것 아니냐. 또 김경준이 사기 몇 범인지, 형을 얼마나 받았고 에리카 김은 어떤 범죄인인지 그런 것들을 기초로 해서 봐야 하는데 "면서 "그래야 정상인데 상식은 다 없어지고, 금감원 조사와 검찰 수사는 다 무시하고 오직 '이명박이 한 방에 가느냐'만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BBK 사건과 관련, 매일 이 후보가 개입돼 있다는 새로운 의혹이 터지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지 않느냐'고 묻자 "저는 (이 후보 당선을) 확신한다. 불안하게 생각한 적 없다"고 답했다. 오히려 "국민들이 보여주는 여론지표와 과학적인 지표가 있는데 왜 불안하냐"고 반문했다. 그는 "'한 방에 간다'는 미신은 믿지 않는다. 택도 없는 사람들이 미신을 확산해 흔들고 있는데 국민들이 흔들리지 않는다"면서 범여권의 공세가 현 대선정국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명박 자녀 위장취업은 "잘못된 것"
    "보다 투명하고 도덕적으로 높은 수준 방안 만들어야"

    김 지사는 현재 한나라당이 순항하고 있다는 평을 했다. 한나라당이 "잘 될 것으로 본다"고 했고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할 것으로 본다"고도 했다. 한나라당의 집권 시 "국가적으로도 선진국에 진입하는 좋은 국가적 찬스를 맞이할 것으로 본다"면서 "아주 긍정적이고 기대에 부풀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김 지사는 "유의할 점은 순항할 때 선장이나 선원들이 밥그릇 싸움을 할 게 아니라 나아가야 할 항로와 목표를 갖고 겸허하게 국민을 섬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그러면 롱런할 테지만 자신이 잘 난 줄 알고 하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이 후보의 두 자녀 '위장취업' 문제와 운전기사 '위장취업'  논란 부분에 대해서는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이 후보) 본인이 반성도 하고 재발방지도 약속했지만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언론과 의회, 시민단체의 감시가 제대로 돼야한다. 더 이상 불행한 대통령이 되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런 시스템을 잘 구축하느냐는 이 후보가 되더라도 중요한 과제로 남을 것으로 본다"면서 "이 후보는 그 부분에 대해 보다 투명하고 엄정하고 도덕적으로 높은 수준의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 투자활동 통해 성과낸 김문수 "보람 느낀다"
    테마파크 유치로 연간 2조9000억 효과 일자리 5만7000개 창출

    화제가 도정 관련으로 넘어가자 김 지사의 표정은 다시 밝아졌다. 김 지사는 도정수행에 대한 소회를 묻자 "좋은 학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좋은 건축은 어떻게 이뤄지는 지, 어떤 생각이 좋은 도시를 만드는 지 이런 것들이 보인다"면서 "다양하고 종합적인 경험을 매일 많이 할 수 있는 위치에 있고 말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현장을 통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동안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 무엇이었느냐'고 묻자 김 지사는 수도권 대중교통 통합환승할인제 실시를 꼽았다. 김 지사는 "교통 부분은 상당히 보람이 있었다"고 했다. 지난 7월 1일 부터 시행된 수도권 대중교통 통합환승할인제는 그동안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는 버스와 전철을 갈아탈 때마다 따로 요금을 내던 불편을 해소했다. 교통비 절감 효과도 있다. 김 지사는 이를 위해 직접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철 코레일 사장 등을 찾아가 합의를 이끌어냈다. 현재 환승할인 승객 수는 하루 평균 90만 명이나 된다.

    김 지사는 농업부분에 대한 성과도 "큰 보람"이라고 했다. 김 지사는 세계적인 과수 브랜드인 썬키스트(SunKist)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썬키스트사가 가진 품질관리와 유통체계, 마케팅, 농민교육 등 우수 경영기법을 도입하는 등 선진 기업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지난 10월 26일 부터 4일까지 8박 10일간의 미국 투자활동에서 얻은 성과인데 김 지사는 이번 미국 방문에서 많은 결실을 거뒀다.

    이번 방문에서 김 지사는 3M과 8300만 달러의 MOU 체결을 했으며 세계적 연구시약 생산업체인 시그마-알드리치(Sigma Aldrich), 신세계 첼시, 미화학업체 롬앤하스, 미 유통업체 Forever21 등 5개사와 모두14억2700만 달러 규모의 MOU 또는 투자의향서(LOI)를 맺었다. 협약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만~3만 명의 신규 고용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지사는 "이날 유치에 성공한 유니버설 스튜디오도 의미가 있고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나 이런 부분에서 상당정도로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면서 "이런 것들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대학 못 짓게 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악법"

    김 지사는 이후 수도권 규제 완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그는 "차기 정부에서는 아마 수도권 정비계획법이 제일 문제일 것"이라고 했다. "군사시설 보호법은 국회에서 통과돼 완화가 조금 됐지만 수도권 정비계획법은 차기정부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대표적인 것이 경기도에 대학을 못 짓게 하는 것"이라며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고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로스쿨 배정을 둘러싼 중앙정부와의 마찰도 김 지사가 신경 쓰는 부분이다. 김 지사 측은 "현재 서울, 인천, 경기, 강원지역을 하나의 서울권으로 묶어 (로스쿨 배정에서) 경기도가 소외될 가능성이 높은데 경기도에 로스쿨이 배정되지 않는 것은 또 다른 수도권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전국 최다 인구를 갖고 있고 법률수요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 로스쿨을 배정하지 않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이밖에도 김 지사는 "편리하고 쾌적한 교통체계를 구축하고 불합리한 규제 개선, 팔당수질 개선, 뉴타운 개발 및 명품신도시 건설 등 4대 중점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도로와 하천 등 기본 인프라 구축과 일자리 창출, 접경지역과 낙후지역에 대한 발전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했다.


    김 지사와의 이날 인터뷰는 서울대 특강 일정에 맞춰 서울 관악구의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