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떼기 죄인”이라는 용어까지 써가며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이회창 전 총재를 강력 비난했던 한나라당이 2일에는 직접적인 비난은 삼갔지만 우회적인 설득 모드로 ‘대선 출마 포기’ 압박 강도를 높였다.

    전날 발표된 방송사 여론조사에서 출마선언도 하지 않은 이 전 총재가 최고 22.4%(MBC)까지 지지를 받으며 2위로 치고 올라온 반면, 이명박 후보 지지율은 40%대까지 '붕괴'된 것(SBS 38.7%)으로 나타나자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이방호 사무총장에 이어 이날은 당내 초선의원들이 나섰다. 초선의원 39명은 성명서를 내고 “이 전 총재의 세 번째 대선출마는 지금껏 지켜온 명분과 원칙을 저버리는 짓”이라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최구식 박찬숙 김정권 신상진 전여옥 장윤석 이주호 김명주 이계진 이종구 김애실 이성권 윤건영 김영숙 김희정 정문헌 김석준 차명진 의원은 조찬 모임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정리한 뒤 국회기자회견을 통해 성명서 형식으로 발표했다. 당초 이 전 총재를 자극할 수 있어 성명서 채택은 유보했지만 출마가 가시화됐다고 판단,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 전 총재의 대선출마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이 전 총재 스스로도 거취를 명확히 하지 않음으로써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많은 국민에게 불안과 혼란을 불러와 10년 만에 찾아온 정권교체 기회를 상실하게 될 위기상황을 맞았다”며 “이 전 총재의 세 번째 대선출마는 10년만의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간절한 여망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 전 총재는 이인제씨의 경선불복으로 인한 대선 패배 악몽의 당사자로서 탈당해 오히려 제2의 이인제가 되지 않을 것을 확신한다”고도 했다.

    이들은 이어 “이명박 후보는 한나라당이 정한 적법한 경선절차와 엄중한 검증을 거쳐 선출된 당의 유일한 대통령 후보”라며 “한나라당은 이 후보를 중심으로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8월 유종의 미를 거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은 박근혜 전 대표의 아름다운 승복으로 우리 정치문화를 한단계 더 성숙시키고 국민에게 큰 감동을 줬다”고 박 전 대표를 치켜세우며 “우리는 당내 이해관계를 떠나 이 후보를 중심으로 남은 대선 일정 동안 한나라당 대선승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도 이 전 총재 출마를 막기 위해 부심하는 모습이다.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 전 총재는 결코 출마하지 않을 분으로 믿는다”며 “그분의 인격, 살아온 한 평생, 원칙, 당에 대한 사랑을 지켜봤을 때 결코 출마할 분이 아니다”고 이 전 총재를 치켜세우는 것으로 대선출마를 만류했다. 심 수석부대표는 “이 전 총재가 중간에 이야기를 건네는 몇분의 잘못된 정보로 흐린 판단을 하고 있다”며 “정권교체가 시대적 소망이라는 것을 그분이 절대 모를 리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분열=패배’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 전 총재를 우회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선거는 구도 싸움이 가장 중요하다. 자기 쪽은 단결하고 상대는 분열하는 것이 승리 요건이다”며 “(범여권에서 볼 때) 상대방이 분열하기 위해 가장 좋은 것이 이 전 총재 출마다. 그러기 위해 역정보를 접하게 하고 반드시 출마해야 한다고 부추기는 등 여러 작업을 한다고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 총재가 출마하는 데 공작의 손길이 뻗쳐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이 분열하기 위한 것 중) 또 하나가 김경준이다. 이 후보 직접 공격은 김경준을 통한 것이라고 해서 그를 송환시킨 후 그의 입을 통해 정보를 흘리고 대중 조작으로 판세를 흔들겠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기획 송환, 출마 공작’이라는 표현을 쓴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분열하지 않도록, 상대방이 단결하지 않도록, 불필요한 정보에 의해 대중이 세뇌당하지 않도록 국회를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 전 총재에게도 밀린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를 “통합신당이 ‘이명박 헐뜯기’에 쏟아 부은 열정의 반만이라도 민생에 쏟아 부었다면 지금처럼 싸늘한 시선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고, 정 후보 지지도가 이 전 총재보다 떨어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비꼬는 것으로 복잡한 심경을 대변했다. 안 원내대표는 또 이 전 총재 측이 제기한 ‘스페어 후보론’의 빌미가 된 ‘후보 유고 관련 선거법 개정’을 통과시키기 위해 “선거법 개정안과 다른 법안을 연계해서라도 투쟁하겠다”고 통합신당을 압박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대선후보 유고시 선거를 연기하는 법안, 허위 폭로 금지 법안, 등 여러 법안을 내놓았다”며 “정치관계법개혁특별위를 조속히 재개해서 법안 통과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통합신당은 후보 유고시 선거를 연기하는 법안을 끝까지 반대했다. 그렇다면 통합신당은 후보 테러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냐”며 “테러에 의해 후보 없이 선거를 치른다면 선거가 되겠느냐. 내란과 폭동이 일어날 것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