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선대본부장을 겸하고 있는 이방호 사무총장은 1일 "만에 하나 대선에 출마하려는 계획이 있으면 하루빨리 밝힘으로써 떳떳하게 정치하려면 하라"며 이회창 전 총재를 직격했다. 이 총장은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갖고 2002년 불법대선자금 책임을 묻고, 대선잔금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며 격앙된 목소리로 이 전 총재를 비판했다. 선대본부장 자격의 간담회라는 것을 전제했지만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이날 오전 강재섭 대표가 창당 10주년 기념행사에 이 전 총재에게 참석을 권유할 뜻을 밝히며 '화해 제스처'를 취했지만, 오후들어 이 총장이 '차떼기'라는 당의 치부를 들춰내는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이 전 총재를 강하게 몰아세운 것은 이미 이 전 총재와의 관계가 정리된 것으로 해석됐다. 또 어떤 정보에 의해 이 전 총재가 출마 결심을 굳혔다는 판단을 하고, 당이 '화합모드'에서 공격적 입장으로 돌아선 것이라는 풀이도 가능하다.

    이방호 "창, 출마하려면 빨리 밝히고 떳떳하게 정치하라" 직격
    "차떼기당 죄, 언제 사면받았나"…"불법자금 기록한 '최병렬 수첩' 밝혀야"

    이 총장은 '이명박 대선후보와 이 전 총재의 회동을 추진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 특별히 만나 무슨 말을 하겠나"면서 "출마하고 안하고는 이 전 총재 스스로가 판단해야지. 누가 형편 설명한다고 (출마)안하고 그러겠느냐"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에 당이 함께 책임져야한다는 최근 이 전 총재측 주장에는 "이 전 총재의 뜻이라면 그답지 못하다. 지금와서 내 책임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염치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향후 이 전 총재가 후보로 등록할 경우 단일화 추진의 뜻이 없다는 의미냐는 물음에는 "단일화라는 것이 필요한 이야기냐"며 "여론조사를 보면 같이 나오더라도 이기는 것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와 당과의 거리가 좁혀지기 힘들만큼 멀어졌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대선패배로 이미 죄인이 된 내가 동지들의 가슴에 또 못을 박은 것 같아 가슴이 메어진다…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감옥에 가더라도 내가 가는게 마땅하다"(2003년 10월 30일) "불법대선자금 모금은 후보인 내가 시켜서 한 일이며 전적으로 내게 책임이 있다…모든 짐을 짊어지고 감옥게 가겠다"(2003년 12월 16일)

    이 총장은 지난 2003년 불법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한 이 전 총재의 기자회견문 일부를 소개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그는 "결론적으로 이 전 총재는 불법대선자금과 관련해 국민 앞에 죄인임을 스스로 얘기하고 책임지겠다고 했다"면서 "그런데 지금 와서 이 전 총재가 애매모호한 태도와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반드시 짚을 사항은 '국민에게 죄인'이라고 스스로 한 것은 지금도 유효하다"면서 "대선에 출마하려면 국민에게 지은 죄, 한나라당을 사랑하는 많은 동지에게 지은 죄를 언제 사면받았는 지 대답을 해야 한다"고 이 전 총재를 압박했다.

    박형준 "선대본부장 독자적 판단에 의한 것" 진화나서
    "'창' 모셔야 한다는 이 후보 입장 바뀐 것 없다"

    이 총장은 또 "'차떼기당'이란 누명을 아직 가슴아프게 쓰고 있다"며 "이 전 총재가 대선후보로 나가기 위해서는 지난 대선을 마치고 상당 기간 이후에 당에 상당한 금액을 반환했는데 처리과정에 의혹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과 이 전 총재 사이의 대선자금에 관한 일련의  정보를 깨알같이 적은 당시 최병렬 대표의 수첩을 본 적이 있다"며 "최 전 대표가 수첩 내용을 즉시 공개해 그 진상이 무엇인지 밝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 전 대표의 수첩에 대해 이 총장은 "대선잔금 처리에 있어서 폭발력을 갖고 있는 수첩"이라며 "대선잔금과 관련한 여러 의혹이 자세히 적혀있으며, 최 전 대표가 '국민이 이런 상황을 알면 어떻게 생각할까'라고 한 충격적인 이야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이 후보와 내부적으로 정리된 입장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총장은 "이 후보는 '가능한 한 이 전 총재를 자극하지 말라. 원칙과 대의를 위해 살아온 분인데 절대 당에 어려운 일을 할 분이 아니다. 절대 조심스럽게 하라'고 말했다"면서 "그러나 일련의 상황에 이제는 이 전 총재가 국민에게 자세를 빨리 밝혀야 된다고 생각되고, 이 후보를 당선시켜야할 선대본부장으로서 더 이상 두고 볼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박형준 대변인은 이 총장의 발언이 "선대본부장으로서 독자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당이나 후보와 협의된 사항이 아님을 거듭 강조하며 진화에 나섰다. 박 대변인은 이 총장의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는 당이 이 전 총재를 자극하지 않고 일체 언급을 않도록 한다는 기존방침에서 바뀐 게 없다"며 "이 전 총재를 모시고 가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 총장의 간담회 내용을 보고받고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점에서 "의아해 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