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선일을 닷새 앞두고 열린 한나라당의 '본산' TK(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는 막판 세몰이를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전날 검찰이 이 전 시장 형 상은씨의 '도곡동 땅' 차명재산 의혹과 관련한 중간 수사발표를 한 데 대해 이 전 시장측은 '정치검찰의 이명박 죽이기'로 규정하고 강력히 반발했고, 박 전 대표측은 '경선 마지막 변수'로 활용하며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다.

    대구와 경북에서는 각각 9396명, 1만681명의 선거인단이 경선에 참여한다. 17일 서울에서 예정된 마지막 연설회(선거인단 3만8000여명)를 앞둔 '빅2'진영은 이날 텃밭인 TK표심 구애경쟁을 위해 캠프 소속의원 상당수가 총동원, 종반 기싸움을 벌였다. 6000여명을 수용하는 대구실내체육관은 행사가 시작되기도 전 이미 한계 인원을 넘어섰다. 사고를 우려한 주최측에서는 선거인단의 입장을 차단했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서로가 'TK의 적자'임을 부각하는 데도 주력했다.

    이 전 시장은 도곡동 땅 차명소유 의혹을 단호하게 일축하면서 '대세몰이'를 이어갔다. 그는 "대검차장이 오늘 오전 직접 도곡동 땅은 '이명박과 관계없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며 전날 검찰 중간발표와 관련한 공세를 차단했다. 이 전 시장은 또 "일부 정치검찰이 자기 할 일을 하지않고 역사적인 순간에 어설프게 끼어들면 국민의 큰 저항을 받을 것"이라며 강력한 경고 메시지도 전했다. 사전에 준비한 연설문에서는 박 전 대표진영을 직접 겨냥, "진실이 밝혀졌는데도 정치공세를 퍼붓는 후보측에 엄중히 경고한다"며 "승부에 눈이 멀어 이 정권과 놀아나지말라"고 수위를 높였다.

    이 전 시장은 또 그간 자신을 겨냥해온 당 안팎의 검증국면을 벗어났다면서 자신이 본선에서의 '필승후보'임을 부각했다. 그는 "지난 6개월 동안 정말 시달렸다. 대구경북분들 '한방에 간다'느니하는 떠돌아다니는 얘기 많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 네거티브가) 왜 물밑으로 그렇게 다니는지 모르겠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TK출신임에도 박 전 대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역색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는데도 많은 유세시간을 할애했다. 이 전 시장은 "어떤 대구분은 '이명박은 일도 잘하고 서울시장도 잘했는데 경상도 사람이 아니라서…'라더라"며 "그런데 알고보면 나는 진짜 TK, 말할 수 없는 순종"이라고도 했다. 부인 김윤옥 여사를 대동한 그는 "포항 동지상고 야간부 출신이고, 어머니는 반야월 조그마한 과수원집 딸이며 집사람은 수창초등학교와 대구여중·고를 나온 대구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유세전 홍보동영상에서는 박 전 대표와 함께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나누는 이미지와 4명의 대선주자가 경선승복에 서약하는 장면을 삽입하며 '경선 후 화합'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한편 박 전 대표는 도곡동 땅 차명소유 의혹을 거론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박 전 대표는 "어제 검찰이 도곡동 땅에 진짜 주인은 따로 있다고 했다"고 포문을 열고 "땅 판 돈에서 매달 수천만 원씩 현찰이 빠져나가는데 그 돈이 의문이라고 한다. 그 땅이 누구의 땅이란 말이냐"고 이 전 시장을 겨냥했다. 박 전 대표는 또 BBK사건의 핵심인 김경준씨의 9월 귀국설을 거론하며 이 전 시장을 압박했다. 그는 "주가조작 사기극을 일으킨 김경준이란 사람이 있다. 5500명의 투자자에게 10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고 피해를 본 사람은 자살까지 했다. 그 김경준이 9월에 온다고 한다. 귀국해 BBK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밝힌다고 한다"면서 "여러분 도곡동 실제 땅 주인과 BBK 실제 주인이 우려한 대로 (이 전 시장의 것이라고)밝혀진다면 그때는 이번 대선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역설했다.

    박 전 대표는 고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에 대한 향수가 짙은 TK지역의 특성도 십분 살렸다. 마침 전날 박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했고 15일에는 육영수 여사의 33주기 추모식에도 참석한다. 박 전 대표는 연설에서 이를 직접 거론하며 '박정희 육영수 향수'를 불러일으키려 했다. 연설 전 3분간 상영한 홍보영상물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을 화면에 담았고 "(박정희 육영수)두 분의 가르침을 믿고 국민들 앞에 나섰고 두 분이 너무 보고싶다"는 박 전 대표의 육성을 넣었다. 연설에서도 "어제 아버님 생가에 다녀왔다. 부모님 영정앞에 서서 이 나라 이 민족을 일으켜세울 힘을 달라고 기도했다. 아버지께서 못 다한 선진국의 꿈과 어머니가 못 다한 사랑과 헌신의 삶, 내가 마무리 하겠다"고 소리 높였다

    원희룡 의원과 홍준표 의원의 틈새 전략도 눈에 띄었다. 원 의원은 자신의 개혁성과 애당심을 동시에 강조하면서 차별화를 꾀했다. 원 의원은 "이회창 전 총재와 함께 한나라당을 바꿔보자고 젊은 피로 나를 영입했던 당사자들이 '독수리 5형제'가 돼서 열린우리당으로 갔다. 그나마 이야기가 잘 통하던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도 떠났다"며 "내게 정치생명을 주고 키워준 부모 형제인 한나라당의 변화와 개혁을 위해, 나는 한나라당에 뼈를 묻겠다. 한나라당의 미래를 알기 위해선 원희룡을 보라고 말할 수 있게 한나라당의 주류로 태어나겠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도곡동 땅 차명재산' 논란으로 양 진영 지지자들을 공략했다. 홍 의원은 "어제 검찰이 (이 전 시장의 큰형 이상은씨 몫의 도곡동 땅이 제3자 차명재산으로 보인다) 발표했다. 이상한 것이 한쪽에서는 도곡동 땅이 '니꺼'라고 하고 한쪽에서는 '내꺼 아니다'라고 한다. 주인 없으면 나 달라"고 말해 박 전 대표 지지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그는 이어 "속지 말아야할 것은 검찰이 여러분을 교란하고 있다. 발표할 시점이 아닌데 검찰이 2002년처럼 교란하고 있다"고 지적해 이번엔 이 전 시장 지지자들 사이에서 환호가 나왔다.[=대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