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제주에서 개최된 첫 한나라당 대선주자 TV합동토론회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 홍준표 의원, 원희룡 의원 등 4인의 경선후보들은 비정규직 문제를 포함한 사회양극화 해소 방안, 대북 외교 안보 정책 등에 대한 정견을 내세우며 30일간의 공식 경선전에 돌입했다. ·

    처음 개최되는 TV토론회라는 점에서 치열한 기싸움이 예상되기도 했지만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의 영향과 밤 늦은 시각 진행된 이유로 줄곧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졌으며, 각 후보들의 노동 외교 안보분야 정책역시 큰 차별성이 나타나지 않아 '밋밋한' 토론이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각 후보들은 모두 발언을 통해 피랍사건에 대한 정부의 조속하고 적극적인 해결노력을 촉구하고 무사귀환을 입모아 기원했다. 한나라당 지도부 역시 피랍사건으로 인해 이날 토론회와 22일 예정된 합동연설회를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다만 대북정책 토론에 있어서 한나라당이 최근 발표한 신 대북정책인 '한반도 평화비전'이 논쟁의 대상으로 떠올랐고, 상대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한 박근혜 전 대표가 집중 공격의 대상이 되면서 잠시 공방이 이어졌다. 

    이명박 "민주화 주장하면서 개인정보 새 나가다니…"
    홍준표 "등초본 누구나 볼 수 있다. 문제는 왜 훔쳐봤는가다"

    후보 간 상호토론 시간. 이 전 시장은 주민등록초본 불법 발급 문제를 꺼냈다. 당 안팎에서 '이명박 죽이기'가 진행됐다고 주장하는 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표 캠프 관계자가 초본 불법 발급 사건에 연루됐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당심을 공략했다.

    이 전 시장은 홍 의원에게 "민주주의가 많이 발전했지만 최근 정부기관에 의해 개인의 사생할 정보가 거침없이 새나간다"며 "개인의 사생활이 위협받고 정보가 마음대로 유출된다면 민주국가로 할 수 없고 선진국도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은 "민주화를 주장하던 (노무현)정권에서 이런 일이 있어났다는 것이 놀랍다"고도 했다.

    이에 홍 의원은 "이 전 시장이 말한 것은 절차의 민주주의"라며 "최근 이 전 시장의 등초본 때문에 난리인데 등초본은 누구나 볼 수 있다. 등초본 내용은 문제가 안된다. 등초본은 누구나 볼 수 있고 동사무소 직원 누구나 복사할 수 있다"며 초본 유출문제에 초점을 맞춘 이 전 시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문제는 왜 훔쳐봤는가 하는 게 문제"라며 "특히 국정원과 상대후보진영이 왜 훔쳐봤느냐가 문제이고 방법이 정당하지 않고 비열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국정원은 2002년에도 이런 짓을 했는데… 국정원을 폐지하고 정보기관을 개편해 다시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5·16이 구국혁명이라니…충격 삭이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태조에 대한 정몽주·세종대왕 평 다르듯 평가 다를 수밖에"

    지난 19일 국민검증청문회 당시 "5·16은 구국혁명이고 유신은 역사가 평가할 것"이란 박 전 대표의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총대는 원 의원이 멨다. 원 의원은 박 전 대표에게 "5·16이 구국혁명이라는 말을 듣고 당시 민주화 가치를 위해 가슴앓이 했던 사람들은 충격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물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도 크지만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원 의원은 또 "유신의 피해자에 대해 사과하면서 역사에 맡긴다고 하는데 사과는 잘못됐기에 하는 것 아니냐"며 박 전 대표를 몰아세웠다. 이에 박 전 대표는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개국한 것에 대한 포은 정몽주 선생과 세종대왕의 평가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폈다. 박 전 대표는 "두 분이 똑같은 얘기는 할 수 없다"고도 했다.

    박 전 대표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5000년 가난을 물리치기 위해 처음에 100억불 수출도 간신히 했고 가발과 합판을 수출하고 심지어 다람쥐까지 수출했다. 그 후 1000억불까지 가려면 중화학공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었고 그래서 중화학 공업이 일어난 것 알지 않느냐"고 따진 뒤 "그 시대에 정치체제가 뒷받침할 필요가 있어 그렇게 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지금에 와서 사과는 드리지만 그 시대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본 분들에게는 딸로서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민주화를 꽃피우고 선진국을 만드는 것으로 희생에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는 유신평가에 대해서는 거듭 "정몽주 선생과 세종대왕이 다르듯 이것은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역사의 평가에 맡기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토론회라면…" TV 토론회 무용론 제기
    행사장밖 이·박 지지자들 장외 경쟁도

    토론이 진행된 스튜디오내에는 각 후보측에 2인까지만 입장을 허용해 나머지는 행사장밖 마련된 기자실에서 TV로 지켜봤다. 각 후보측 의원들은 지지후보에 따라 상반된 반응을 내보이며 약간의 신경전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캠프의 이 전 시장 친인척의 주민등록초본 부정발급 사건 연루 의혹이나 이 전 시장의 도곡동 땅 차명소유 논란 등 현안에 대한 날선 공방이 없어 전체적으로 떨어진 긴장감 탓에 일부 의원들은 "다 나왔던 얘기들" "이런 식의 토론회라면 불필요하지않느냐"며 'TV토론회 무용론'을 제기했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제주 MBC에는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측 수십명의 지지자가 양측으로 늘어서 지지후보를 연호하고 응원가를 부르는 등 장외경쟁이 벌어졌다. 이 도중 선거관리위원들이 박 전 대표 지지자측 플래카드 철거를 요구하면서 약간의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전 시장측은 이방호 이성권 진수희 고흥길 김석준 박순자 의원 등이 동행했으며, 박 전 대표측은 김무성 김재원 최경환 유정복 한선교 의원 등이 함께 해 세를 과시했다. 박관용 위원장을 비롯해 박진 부위원장, 최구식 이종구 의원 등 당 경선관리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참석했다. [=제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