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의 입' '박근혜의 분신'으로 불리던 한나라당 전 최고위원 전여옥 의원이 "이명박을 돕는 길만이 정권교체의 지름길"이라며 이명박 전 서울시장 지지를 전격 선언했다. 전 의원은 12일 여의도 한나라당 기자회견장과 이 전 시장 캠프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원하는 것은 정권교체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전 의원은 박 전 대표의 대표시절 최장기 대변인을 맡으며 대표의 복심으로 불릴 정도로 측근으로 활동했었다.

    "정치인으로서 당연한 결론"이라고 전 의원은 지지 이유를 간결하게 밝혔다. 박 전 대표가 어떤 면에서 이 전 시장보다 부족하다고 느꼈느냐는 질문에 전 의원은 "각자의 단점을 견줘보는 네거티브적인 선택을 한 것이 아니다. 이 전 시장의 장점을 선택한 포지티브한 결론"이라고 답했다.

    전 의원은 "개인적으로 박 전 대표도 그 당시(대표 재임 시) 한나라당을 위해 큰 일을 했고, 박 전 대표를 돕는 일이 한나라당의 정권교체를 위해 매우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고 후회없이 최선을 다했다"고 소회한 뒤 "다만 지금 우리나라가 처해있는 절박하고 엄중한 현실을 생각할 때 '누가 대통령이 되야하나'를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전 의원은 오랜기간 따라다닌 '친박'이라는 수식어에 대한 부담도 함께 털어놨다. 그는 친박이라는 평가에서 이 전 시장 지지로 바뀐 이유에 대한 물음에 "박 전 대표와 함께 간다면 편안할 수 있었을 것이고, 이런 질문도 받을 필요 없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5년뒤 국민의 평가를 생각했다. 한나라당이 집권했을 때 모든 국민이 잘먹고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누가 만들 수 있나는 생각, 내 자신이 아니라 내 이웃에 대해 생각한 결론이었다"고 말했다. 차기 총선에서 공천을 받기 위한 선택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어차피 정권교체가 이뤄지지않으면 나는 배지를 뗄 사람"이라며 "그 정도 인간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 전 시장을 둘러싼 검증공방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전 의원은 "유사이래, 단군이후 이렇게 많은 검증을 받는 후보가 어디 있을까"라면서 "경선과정을 지켜보며 이 전 시장이 많은 인내와 양보를 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며 박 전 대표 진영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전 의원은 "살다보면 별별 일을 다 겪는다. 자신의 진실을 오해받으면서도 꿋꿋이 가는 것이 도덕성이라 생각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유능함이다. 한나라당은 이 전 시장이 갖고 있는 유능함을 반드시 사서 대한민국이 일어설 수 있는 지렛대로 삼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또 경선룰 공방이 치열해 분당위기까지 거론될 당시 이 전 시장이 전화로 의견을 물어온 적이 있었다며 그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소중한 두 후보가 한나라당 경선에 함께 가야 정권교체 이룰 수 있다' '양보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면서 "양보하면 어떤 경우든 이 전 시장을 돕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전 의원은 기자회견문에서 "지금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국민들이 받들고 섬길 대통령이 아니라 나랏일을 당차게 해낼 경험 많은 일꾼"이라며 "이 전 시장은 절망의 시대에 '샐러리맨의 신화'에 기름을 부어 '대한민국의 신화'를 활활 타오르게 할 인물이자 21세기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캠프 역할에 대해 전 의원은 "구체적인 일을 받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모든 경험을 살려 이 전 시장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개인 지지선언에는 이례적으로 마이크를 잡고 "어려운 결단을 해준 전 의원에게 진심으로 환영하고 감사한다"고 화답했다. 이 전 시장은 전 의원의 기자회견 이후 악수와 박수로 맞이하며 "중차대한 시기에 무엇보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한나라당의 정권창출을 위한 마음을 갖고 어려운 결단을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의원의 뜻에 맞게 반드시 정권을 창출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전 시장 캠프는 박희태 선대위원장, 이재오 최고위원, 이성권 수행실장, 박형준 진수희 장광근 대변인 등 주요 관계자들이 현장에 총출동해 전 의원을 맞이하는 등 이날 지지선언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