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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위반' 결정에 대해 "일일이 물어보고 말하겠다"고 반응한 것에 대해 조순형 민주당 의원은 20일 "비굴한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2004년 노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조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에 출연해 이같이 말하며 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들을 향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했다.
그는 "청와대의 (선관위 결정에 대한) 반응은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아주 떳떳하지 못한 대응"이라며 "좀 심하게 말하면 대통령의 권위와 체통을 손상시키는 아주 비굴한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선관위의 결정을 받아들인다고 하면 선거에 개입하는 발언을 자제하고, 또 중립의무를 지키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면서 "그런데 무엇 때문에 '발언하기 전에 선관위에 일일이 물어보고 발언하겠다'고 하는지, 투정도 아니고 비아냥도 아닌 그런 발표를 하고 있는지…"라고 개탄했다.
조 의원은 "역대 대통령이 선거와 관련해서 선관위로부터 중립의무를 위반했다는 결정을 받고 지적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정치적 발언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통상적인 정치적 발언을 하되 선거와 관련돼 선거에 개입하는, 특히 중립을 위반하는 그런 발언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건전한 상식으로 판단하면 누구든지 알 수 있다. 나라의 체통에 관한 문제"라며 "국민이 법을 지킬 때 매번 법원이나 검찰에 '위법이냐'고 물어보면서 살아가느냐"고 반문했다.
청와대에서 96년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한 선관위 결정을 들며 반박하고 있는 것과 관련, 조 의원은 "찾아낸 게 그것 하나밖에 없는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선거가 한 두번 있었느냐"며 "설사 그 결정이 잘못됐다 하더라도, 이번 노 대통령 사건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또 "앞으로 노 대통령이 (선거법 위반 발언을) 자제하지 않으면 그건 민주국가의 대통령이 아니다"고도 했다.
조 의원은 이어 청와대 참모진들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청와대 참모진은 선관위의 결정을 받아들이고 선거법을 지켜나가도록 하고, 산적한 국정현안 해결에 힘써야지, 겨우 헌법소원 제기한다, 권한심판쟁의 청구한다는 생각이나 하고 있느냐"고 지적했다. 또 "대통령은 국가공권력의 주체이기 때문에 헌법소원 청구 자격이 없고, 선관위는 권한쟁의심판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선관위가 선거법 위반은 인정하면서도, 사전선거운동 여부에 대한 판단은 보류한 것과 관련, 조 의원은 "선관위가 애매한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니라, 노 대통령의 눈치를 본 것"이라며 "얼마든지 사전선거운동으로 판단할 수 있는데, 그래도 대통령이라고, 살아있는 권력이라고 해서 어떻게든지 기회를 한 번 더 줘서 좀 (선거법 등을) 지키게 하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이라고 그래서 선관위원들이 배려한 것인데, (노 대통령과 청와대가) 그런 식으로 대응하면 안 된다"고도 했다.
한편, 정부 산하기관에서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대표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보고서를 작성한 것에 조 의원은 "월권행위"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정부기관이나 정부 산하 연구기관들이 아무리 공정하게 객관적으로 한다고 해도 결국 정부의 중립의무를 위반하게 된다"며 "대선주자의 공약이나 정당의 정책은 언론이나 학계에서 분석하고 평가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전 시장 측에서 '이명박 죽이기'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하는 것에는 "이 전 시장 측에서야 당연히 부당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면서 "역대 정부에서 대선예비후보의 공약이나 정당의 정책에 대해 분석평가하고 보고서를 발표한 예가 이제까지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