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30일 사설 '대통령의 언론관과 청와대의 거짓말'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29일 국무회의에서 “기자실 개혁문제는 대통령 지시로 하는 일”이라며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이 이번 조치가 마치 언론탄압인 양 주장하고 일방적으로 보도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언론이 세계 각국의 객관적 실태를 보도하지 않고 진실을 회피하고 숨기는 비양심적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도 했다.

    대통령은 “정치인들은 언론에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언론제도는 국가발전에 아주 중요한 제도이므로 책임있게 주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정당과 정치인들이 국가기관의 폐지까지 주장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대통령은 “일부 부처에서 지난날의 불합리한 현상이 되살아나고 있어서 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다음 정부에서 개방형 브리핑제도가 전부 무너질 수 있다”면서 “힘들더라도 좋은 제도는 정착시켜서 다음 정부에 넘겨줘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결정한 것”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은 또 “언론이 계속 터무니없는 특권을 주장한다면 정부도 원리원칙대로 할 용의가 있다”며 국정홍보처에 후속 대책 검토를 지시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대통령의 이런 발언을 우리 헌법과 민주주의의 정치원리에 의해 조목조목 반박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이미 수많은 헌법학자 정치학자 언론학자들이 대통령의 ‘상식’이 건전하다면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원칙과 사례를 충분히 제공했다.

    이 정권이 언론과 얼마나 비정상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증명하는 대표적 케이스 하나만을 소개하는 것으로 대통령과 이 정권이 어떤 허위 위에 서 있는가가 그대로 드러날 것이다. 2006년 11월 9일 이 정권과 결코 사이가 나쁘지 않은 오마이뉴스가 “대통령 특사가 11월 베이징에서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특사와 만나 남북정상회담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청와대 대변인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물론 거짓말이다. 2007년 3월 초 다시 언론이 “문제의 특사가 안희정씨였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대통령의 오른팔이자 동업자인 안씨는 “남북관계에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 역시 거짓말이다.

    3월 26일 또 다시 언론이 소상한 관계자 증언과 함께 안씨와 만난 북한측 참사 이름을 공개했다. 이때에야 안씨는 “만난 건 사실”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며칠을 뜸을 들이다, 3월 28일 안씨가 “청와대가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자 그제야 “대통령 지시가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무릎을 꿇었다. 대한민국 언론이 이 작은 사실 하나를 이 정권 청와대의 거짓말을 뚫고 확인하는 데 139일이 걸렸다. 이것이 지금의 정권이고 이것이 대한민국 언론의 현실이다.

    대한민국의 현실이 이렇다면 이 정권 입에서 나오는 언론에 관한 ‘개혁’이라는 단어는 곧 ‘개악’의 뜻이며, 상대를 몰아붙이는 데 동원하는 ‘비양심적’ ‘터무니없는 특권 주장’이라는 말도 자기들 ‘권력의 특권들을 가리기 위한 터무니없는 비양심적 방패’라는 것이 절로 드러날 것이다. 대통령이 ‘원리원칙’이란 편리한 말을 앞세워 언론통제의 하수인 국정홍보처에 후속대책을 주문했으니 언론에 대한 무슨 새로운 보복을 들고 나올지 두고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