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주 달리는 기관차처럼 파국으로 치닫던 한나라당 경선룰이 극적인 돌파구를 찾았다. 4·25재보선 패배 이후 20일간 이어져온 당내 분란이 극적인 수습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나라의 앞날과 한나라당을 걱정하는 많은 국민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원내 128석을 가진 제 1당인 한나라당이 경선룰 때문에 깨진다면 역사와 국민 앞에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 될 텐데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명박·박근혜·강재섭 모두가 승리하는 결정을 했다. 이명박 전시장은 명분을, 박근혜 전 대표는 원칙을, 강재섭 대표는 구당(求黨)의 결단을 선택하고 지켰다. 3인 모두가 승리하는 아름다운 경선의 이정표를 남겼다.

    그동안 이·박 두 진영 간의 반목과 분열은 ‘대선 3연패’와 좌파 영구집권의 길을 열어주는 우(愚)를 범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를 낳은 것은 사실이다. 두 대선 캠프 일각에서는 각자 도생(圖生)의 길로 ‘4자필승론’을 주장하는 주전파(主戰派)들의 논리가 대세를 이룬 것도 사실이었다.

    ‘4자 필승론’의 논리적 근거는 현재의 한나라당 지지율 1·2위 주자와 범여권이 통합신당 후보와 친노(親盧)후보로 양분되는 것을 전재로 하고 있다.

    그러나 대선이 7개월이나 남아 남북관계 등 많은 변수가 있고, 후보의 지지도는 부침이 있기 마련이며, 범여권은 언젠가는 강력한 경쟁자가 혜성처럼 나타나 반드시 후보 단일화가 된다는 가정 하에 대선전략을 짜야 하는 한나라당의 입장에서 주화파(主和派)의 의견이 당을 위기에서 구했다.

    이 전 시장 진영은 “여론조사 반영비율(67%)을 조건없이 양보한다”고 했으며, 박 전 대표 진영은 “선거인단수를 유권자 총수의 0.5%인 23만 1,652명 규모로 확대하고, 투표소를 시·군·구 단위로 늘리면서 순회경선 대신 하루 동시투표를 실시해 투표율을 올린다”는 조항을 수용했다.

    향후 여론조사 가중치를 없앤 ‘8월-23만안’이 상임전국위를 통과하면 양 후보 진영이 사활을 건 경선레이스를 전개할 것이며. 아울러 ‘후보검증’과 ‘당직인선’, 사고지구당 정비 등 난제가 기다리고 있다.

    경선룰이 어렵사리 매듭지어졌지만 앞으로 양측이 부딛칠 소재는 곳곳에 잠복해 있어 ‘산너머 산’이다. 수차례 더 당 분열위기가 올 수 있다. 따라서 강재섭 대표는 심기일전하여 후속조치에 초당적인 힘을 기울여야 하며, 양 후보 진영에서는 당권·대권 분리 정신에 입각하여 강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줘서 국민 모두가 열망하는 ‘아름다운 축제경선’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차제에 한나라당의 경선에서 승리하는 후보가 무조건 대통령에 당선된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후보선출이 대선 승리의 보증수표가 아니라는 것은 두 번의 지난 대선을 통해서 입증되었다. 경선에서 패배한 후보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처럼 열과 성을 보여줄 때 정권교체도 가능한 것이다.

    지난 1997년 7월 21일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의 대통령 후보 1차 경선에서 대세론에 힘입은 이회창 후보가 1위, 이인제 후보가 2위, 이한동 후보가 7표 차이로 3위를 했다.

    역사에 가정은 의미가 없지만 만약 이한동 후보가 2위를 차지하여 결선투표를 했다면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과 노무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좌파정권 10년의 길은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번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인제 학습효과’를 없애는 길은 무엇일까. 그것은 간단하다. 한 표 차이로라도 석패(惜敗)한 후보는 경선결과에 승복해야 하며, 선출된 후보는 낙선후보를 포용하고 중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당이 양 후보 진영으로 극심하게 갈라져서 경선과정의 금도(襟度)를 넘는 사생결단식 이전투구를 해서는 안 된다. 당원들이 ‘넘을 수 없는 산,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다면 ‘상생의 길이 아닌 공멸의 길’을 갈 뿐이다.

    강재섭 대표를 중심으로 당의 구심력을 회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후보진영만 있고 당은 없다”는 볼멘 소리가 나와서는 한나라당의 미래도 정권교체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박 대선주자들도 “갈 데 까지 가보자”식의 경쟁구도에서 벗어나 여유를 가지고 정책과 비전을 가지고 승부해야 한다. 진실로 이·박 두 진영은 국민적 염원인 정권교체와 나라의 선진화를 위해 당 분열을 막고 화합과 상생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강재섭 대표가 “양 캠프가 애국심을 갖고 판단하고 수용해 달라”고 당부한 구당적 충정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며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진일보(進一步)한 벼랑끝 대타협이 한나라당과 나라를 살리는 기폭제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