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자만의 인기를 위해 전체 짓밟는 이중플레이"(강재섭 대표)
    "현 지도부로는 대선승리가 어렵다"(이재오 최고위원)

    재보선 패배 이후 한나라당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 간의 책임공방이 강재섭 대표의 거취문제를 둘러싸고 더욱 가열되면서, 전면전 양상을 넘어 '이러다 당이 깨지는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강 대표는 27일 "당원과 국민의 염원을 생각해야한다. 지금 당장 사퇴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사퇴불가' 입장을 여러 언론인터뷰를 통해 확인했다. 그는 "'와글와글' 떠든다고 동요돼선 안된다" "한번 졌다고 지리멸렬하는 당이라면 미래가 없다"며 박 전 대표의 표현을 그대로 인용하기도 했다.

    강 대표는 또 "앞과 뒤에서 하는 얘기가 다르고, 자기를 미화하기 위해 이중플레이를 하는 정치인이 있다"며 이 전 시장측을 겨냥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이대로는 국민이 원하는 당의 변화와 개혁을 이룰 수 없다"며 "현 지도부로는 대선승리가 어렵다"고 강 대표를 압박했다.

    ◇ 이측 "이대로는 안된다" 

    강 대표의 거취와 관련한 이 전 시장측의 공식입장은 "현 지도부가 심기일전하여 민심을 겸허히 받들어 당을 잘 이끌어주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최측근인 정두언 의원도 "이 전 시장이 주위의원들에게 (박 전 대표측과의 충돌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캠프분위기는 이와 전혀 다르다. 진수희 의원은 "저렇게 뻔뻔할 수가 있느냐"고 직격했다. 진 의원은 "이번 선거패배의 1차 책임은 잘못된 공천이고, 공천과정에서도 잘못되면 (강 대표가) 책임지라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주장했다. 지난 25일밤 한나라당의 참패가 확인된 후 정두언 의원은 "이제 (강 대표 체제가) 꼼짝할 수 없게 된 것 아니냐"면서 "지도부 사퇴주장이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별도의 성명을 내고 "(내가) 사퇴할 경우 마치 이 전 시장 캠프가 당을 흔들기 위한 것으로 비쳐질 수 있음을 우려했다"면서 "강 대표가 제시하는 당 쇄신 방안을 보고 조만간 향후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며 강 대표에게 공을 넘겼다. 그러면서 이 최고위원은 "현 지도부로는 대선 승리가 매우 어렵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 박측 "지도부 흔들지마라" 

    박 전 대표는 "재보선 한번 졌다고 당이 흔들려서 되겠나. 그래서 무슨 집권을 하겠다는 말이냐"며 강 대표 체제 유지를 강조했다. 선거당일에도 박 전 대표는 "서로 손가락질 하면서 니탓이니 내탓이니 할 필요 없다. 이번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더 정신차려야한다"고 말했다. 지도부 책임론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김무성 의원은 "선거에 질 수도 있는 거지. 한번 진 것 갖고 난리를 치느냐"며 책임론 차단에 나섰고, 최경환 의원은 "호들갑 떨 것없다"고 가세했다. 또 김기춘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선거에 패배할 때마다 지도부를 바꿔 8번을 바뀌었는데도 당이 지지받지 못하고 있다.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고 주장했으며, 박 전 대표측 대변인인 한선교 의원은 "나는 지도부가 사퇴할 때는 아니다"고 정리했다.

    유승민 의원은 한 언론과의 만나 "이 전 시장측이 앞에선 강 대표 체제 유지를 바란다고 해놓고, 뒤에선 강 대표를 흔드는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이 전 시장 진영을 비난했다. 심재엽 의원은 "기업을 해보면 잘될 때도 있고 잘 안될 때도 있다. 결과를 과도하게 비관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 박근혜, 이명박 직접 공격으로 긴장고조 

    이 전 시장을 직접 공격한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양측의 전선을 더욱 날카롭게 했다. 박 전 대표는 "군대라도 동원해 행정도시를 막겠다는 사람과 같이 유세를 하면 오히려 표가 떨어지지 않았겠나"고 말했다. 이혜훈 의원은 "공동유세를 하면 안되는 가장 첫 번째 이유가 그 부분"이라며 박 전 대표를 거들었다. 이 의원은 박 전 대표가 공동유세를 거부해서 그렇다고 (선거에 참패했다고) 몰아붙이는 분위기가 너무 강하게 가니까 그게 아니라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언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 진영 한 관계자는 "충청권 표를 얻기 위해 혈안이 된 나머지 자제를 잃은 게 아니냐"며 펄쩍 뛰었다. 정두언 의원은 "이 전 시장이 박 전 대표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며 대응을 자제하라고 했다"고 확전을 막아섰지만, 캠프 내부에서는 "같이 당을 못하겠다는 거 아니냐"는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진수희 의원은 "당이 폭탄을 맞은 상태에서 내부에 총질하고 있다. 이건 선전포고아니냐"며 "같은 당에서 경선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이성권 의원 역시 "같은 당 후보라고 보기 힘들 정도의 도가 지나친 발언"이라며 "같은 당이 아니라 갈라서자는 것으로까지 보인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측은 별도의 자료를 공개하면서 "사실을 호도하고 거짓말을 하는데 가만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며 "'군대동원' 발언은 2005년 당시 잘못 보도된 기사로 인한 오해인데 박 전 대표가 사실확인도 없이 주장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중립성향의 희망모임 대표 안상수 의원은 박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적절치 못한 발언이다. 옹졸하게 보인다"고 비판했으며, 김정훈 의원과 이주영 의원은 국회대책회의에서 "강력히, 가차없이 경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강재섭 대표 진퇴, 분당의 중대 분수령될 수도 

    이같은 양측의 분위기에 비춰볼 때 강 대표의 진퇴를 둘러싼 양 진영의 힘겨루기는 단순한 갈등 수준을 넘어 분열의 중대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양 진영이 극단적 대결을 피하기 위해 중립적 인사를 당 대표로 내세우는 방안을 고려하겠지만 당내에서는 그동안 누적된 양 진영 간의 갈등이 결국 폭발하고 최악의 경우 한나라당이 두 동강이 날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비판적 지지 세력인 보수우익 시민단체의 심상치 않다. 대표적인 우파 단체인 뉴라이트 전국연합이 재보선 패배이후 한나라당을 강력 비판하며 '독자적인 길'을 거론한 것은 의미심장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양 진영은 주말에 당의 분열을 막기위한 물밑절충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4월의 마지막 주말은 한나라당에 운명의 주말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