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당에 들어갔던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10일 열린당을 탈당했다. 전직 당의장이 탈당을 공식 선언하기는 처음이다.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의 탈당움직임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향후 이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전 의장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온갖 분란을 겪고 있는 당 지도부와 당원들에게 탈당계를 제출하는 것이 비정한 짓이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거취를 분명히 밝힐 시점에 이르렀다”면서 “탈당계를 제출하고 정계를 떠나 시민사회운동에 전념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 전 의장은 “지역 이념 세대를 아울러 평화 번영 통일을 이끌어갈 주도세력을 만들어낸다는 열린당의 창당 이상은 지금도 내릴 수 없는 깃발이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하면서 “정치가 국민통합이라는 이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시민사회운동이 격려와 채찍이 돼 돕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의장은 그러나 자신이 중도성의 시민사회운동인 ‘화해상생마당’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점을 들어 탈당 이후 시민사회운동에 전념하겠다는 의지가 자칫 정치재개의 발판으로 삼으려한다는 세간의 오해로 비춰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듯 “지난해 11월 1일 언론회견을 통해 앞으로 정계개편 논의에 참여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면서 정치재개 의혹을 일축했다.

    이 전 의장은 자신의 탈당 입장을 밝히면서 열린당 의장 시절에 대한 소회도 밝혔는데, “지금도 국가보안법 대체입법과 3개 개혁입법(사학법, 신문법, 과거사법)의 여여합의가 열린당 의총에서 뒤집힌 것이 당의 운명을 내리막길로 이끈 분수령이었다고 판단한다”면서 “국보법 대체입법은 여야의 이념적 타협이었으므로 열린당과 참여정부에 대한 부당한 이념공세를 잠재울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의장은 또 지난 2005년 1월 의장직 사퇴 당시를 언급하면서 “열린당을 내가 섬기는 마지막 정당이 될 것으로 선언했던 본인으로서는 당의장 재직말기에 겪은 국보법 개폐 파동에서 ‘배신자’ 운운하는, 말로 옮길 수 없는 모욕과 상처를 안고 떠나야했던 것이 이런 결심을 굳히게 만든 계기가 됐다”고 변명하면서 “민주화운동 과정에 다섯차례 구속수감 가운데 네차례를 국보법으로 처단당한 나로서는 그같은 모욕과 상처를 안고 더 이상 당무를 수행할 수 없었다”고 소회했다.

    이 전 의장은 지난 2003년 제17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당 창당 대열에 합류한 ‘독수리 오형제(이부영 김부겸 김영춘 안영근 이우재)’의 맏형격이었다. 14․15․16대 3선 의원으로 탈당 직전까지 열린당 상임고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