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핵사태로 인한 안보불안과 집값 폭등으로 대한민국의 경제틀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지지율 10%대의 집권 여당은 자신들의 생존 여부를 타진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재집권을 위해 자신들이 뽑은 노무현 대통령과 결별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노 대통령도 여당내 반(反)노무현 세력에 맞서 정치행보를 시작했다. 한 매체의 보도에 의하면 노 대통령은 '대통령을 배제한 신당창당'을 주장한 열린우리당 천정배 의원의 제안에 "(내년 2월)전당대회에서 겨뤄보자"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노 대통령은 파격적인 형식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고 지지층의 핵심부인 광주를 찾는 등 국정운영보다는 '정치'에 주력한다는 의혹을 받을 만한 행보를 보였다.

    노 대통령 탄핵주역인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이런 노 대통령과 여당을 향해 거침없는 쓴소리를 퍼부었다. 조 의원은 9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모두발언도 생략한 채 한명숙 국무총리를 불렀다. 조 의원은 한 총리에게 "헌법 제86조 2항에 국무총리는 행정 각 부처를 총괄하고 대통령을 보좌하도록 돼 있다. 청와대 비서가 대통령을 보좌하는 것과 총리의 보좌는 질적으로 달라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정말 노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전념하는가"

    조 의원은 "총리는 대통령이 잘못됐을 때 바로잡고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한 총리는 "그렇게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조 의원은 2개월 째 공석인 헌법재판소장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노 대통령이 자기 코드와 성향에 맞는 사람에게 6년 임기를 보장하려고 초래한 것이다. 그동안 노 대통령은 코드인사 정실인사를 많이 했다. 그러나 사법부 수장까지 코드인사를 해서는 안된다"며 "국회가 그것을 용납할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총리가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를 노 대통령의 코드인사라고 하기엔 적절치 않다"고 하자 그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조 의원은 다시 노 대통령을 겨냥한 질문을 이어갔다. 그는 "노 대통령이 임기 1년을 남겨두고 국정운영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했다는데 정말 노 대통령이 국정에 전념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많은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부동산 문제 빼놓고는 노 대통령이 관심가지고 발언을 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들려오는 얘기로는 임기가 끝난 후에도 '정치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했고 난데없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찾아가서 정계개편과 관련한 많은 추측과 의혹을 난무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땀흘려 당선시켰는데 '노사모 방식'으로 정치하겠다니, 큰 분노 느꼈다"

    한 총리는 "정계개편이나 정치얘기는 하지 않은 것으로 들었다. 실제로 부동산 문제와 북핵문제만 말하고 정치문제는 한마디도 안했다고 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조 의원은 "얼마 전에 전직 대통령들 만나서 의견 듣지 않았느냐. 지금이 어떤 때냐. (이게)국회의 의견과 대안을 경청하는 대통령의 자세라고 생각하느냐"고 따졌다. 이어 "노 대통령은 노사모 회원들을 두 번씩이나 불러 '정치와 언론환경이 선진국 수준이 되도록 손놓지 않겠다'고 얘기를 했다고 한다. 나는 이 얘기를 듣고 굉장히 분노했다. 지난 대선에서 노사모도 기여했지만 민주당원들이 땀으로 헌신적으로 노력해 당선시켰는데 노사모 방식으로 하겠다는 얘기를 듣고 큰 분노를 느꼈다"며 "지지자들을 두 번씩이나 청와대로 불러 다음 대선 승리를 다짐하는 게 국정에 전념하는 자세고 태도냐"고 소리쳤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은 정치에 개입할 생각을 말아야 한다. 개입해봐야 성공할 수도 없다. 국민의 90%는 지난 대선때 노 대통령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고 남은 임기가 끝나기만을 기도한다"고 경고한 뒤 열린당을 향해 쓴소리를 쏟았다. 조 의원은 "열린당 창당은 의미있는 정치실험이었지만 이를 마감하고 '다시 시작하는 아침'이 필요하다"는 김한길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당시 발언을 거론했다. 그는 "그래요. 시작하세요. 그러나 이번에는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시작해주길 바랍니다"라고 말했고 본회의장에서 조 의원의 발언을 듣던 야당 의원들은 크게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다시 시작하는 아침은 대한민국 아닌 다른 나라에서 시작해주길 바란다"

    조 의원은 노 대통령을 배제한 신당 창당을 준비하는 여당을 향해 "노 대통령의 실정과 독선, 열린당의 민심을 외면한 정치적 행태로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져 다음 대선과 총선이 절망적인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책임을 노 대통령에게 돌리고 당의 간판을 내리고 신당을 창당한다는 것은 '무소신이요' '배신이요'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성토했다.

    그는 "17대 총선에서 국민들이 열린당에 과반수 의석을 줘 집권당을 만들어줬지 않느냐"고 한 총리에게 묻고 한 총리가 대답을 머뭇거리자 "집권당으로 만들어줬으니까 노 대통령을 도와서 국정을 책임지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무리 어려워도 남은 임기 동안 국정쇄신에 힘써서 정정당당히 심판을 받는 게 정치의 정도 아니냐"고 따졌다.

    "창당주역이 정계개편 주도하는 건 정치도의상 몰염치"

    조 의원은 이어 열린당 창당주역인 정동영 전 당의장과 천정배 의원 등을 겨냥해 "민주당 분열에 앞장선 창당주역 몇몇이 정계개편을 주도할 수 있느냐"며 "정치도의상 용납할 수 없는 몰염치다. 중소기업도 책임을 지고 문을 닫는다. 이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도리"라고 꾸짖었다.

    "더 할말이 있지만 이 정도로 하겠다"고 말한 조 의원은 김성호 법무장관을 불렀다. 조 의원은 "매우 중요한 질문을 한 가지 하겠다. 국민을 안심시킬 확고한 답변을 해달라"고 요구한 뒤 "우리나라에 국가보안법이 살아느냐 죽었느냐"고 물었다. 김 장관이 다소 주눅든 목소리로 "살아있다"고 답하자 조 의원은 "그런데 목소리가 왜 그렇게 죽어있느냐"고 지적하면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고 6.25 이래 최대 국가안보 사태가 벌어지고 간첩사건까지 터졌다. 국가 근본체제를 수호할 책임이 있는 법무부와 검찰은 대한민국 체제 수호에 전력을 다해야 하는데 의지도 능력도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