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7일 오후 인터넷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미니홈피를 개설한 국회의원 중 하루 방문자 수가 가장 많을 정도로 박 전 대표는 인터넷과 친밀도가 높은 정치인이다. 그럼에도 816일간의 대표 임기동안 상대적으로 인터넷 기자들과 접촉할 기회는 적었다.

    대표 퇴임 이후 조용한 행보를 펼쳐온 박 전 대표는 11월 본격적인 대선행보와 동시에 첫 언론과의 접촉을 인터넷 신문과 가졌다. 형식도 파격적인 형태를 갖췄다. 1시간 동안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 뒤 1시간 20여분 가량 기자들과 저녁식사를 하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주제도 다양했고 다소 민감한 질문에도 박 전 대표는 거침없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처음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시간. 최근 민주노동당과 감정대립을 펼치고 있는 '만경대 방문'사건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인터넷에서 출력한 '평양지도'와 문제가 된 당시 기사까지 준비해 와 조목조목 반박했다. 

    [만경대 방문 논란 관련]
    "평양가서 이산가족·금상산댐 공동조사·국군포로 생사확인 전부 다 이뤄내고 왔다"
    "민노당 지도부 전부 갔는데도 하나도 해놓고 온 것 없지 않느냐"

    자신에 대해 '고발조치'까지 주장하는 민노당에 대해 "없는 얘기를 만들어 있는 것 같이 거짓말을 하는 게 문제다. 공당이 이래서는 안된다"며 불편함 심기를 그대로 표출했다. 박 전 대표는 2002년 자신의 방북 당시를 거론하며 "개인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해 국민의 숙원인 이산가족 문제라든가 또 금강산 댐 공동조사라든가 국군포로 생사 확인 또 남북 축구 이런 것을 전부 다 이뤄내고 왔다"며 자신의 당시 방북성과에 대해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그런데 민노당은 지도부가 전부 갔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원하는 것 한 가지라도 이뤄놓은게 없지 않느냐. 한 가지라도 한게 있으면 말을 안한다. 가서 했다는 게 핵실험 유감 표명했다는 것인데 그것은 서울에 앉아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북한 핵실험 관련]
    '북핵해결의 최적임자는 박근혜' "경제성장도 북핵해결해야 가능"
    경제초점 맞춘 이명박과 차별화, "대북문제 한두번 얘기한 게 아니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이 북핵사태를 해결할 최적임자라는 점도 강조했다. 동시에 성장없이 침체일로인 경제상황에 대해서도 북핵사태 해결 없이는 경제성장 역시 이뤄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모든 초점을 '경제'에 맞추는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과의 차별성를 역설한 것이다.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지만 정작 박 전 대표 역시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대해선 "내가 인터뷰 한 내용이나 그동안 당 대표로 대북문제에 대해 한 두번 얘기를 한 것도 아닌데 너무 관심이 없었던 것 아니냐. 그렇게까지 모를 수 있느냐"며 "섭섭하고 답답한 생각이 들고 그렇게까지 무관심하다는 데 대해 솔직히 문제제기를 하고 싶다"고 반박했다. 

    ['여성'이라는 한계 관련]
    "소신 앞에 흔들림없이 지키는게 더 강한 것"
    "허풍떨고 큰소리쳐도 눈앞 이득에 물러나는 게 약한 것"

    최근 주춤하는 지지율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나타냈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이 여성이란 점이 지지율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기관리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정했다. 그는 "무엇이 약하고 무엇이 강한 것인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마초맨 같이 근육있고 단단하고 목소리도 큰 사람이 강한 것인냐. 국가를 위해 지켜야 할 원칙이나 소신 앞에서 비록 자신의 이익에 반하고 지지율이 떨어질 수도 있고 그래서 손해를 볼 수 있다해도 국가를 위해 꼭 지켜야 하는 것이면 흔들림 없이 지키는 것이 더 강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허풍떨고 큰소리 치지만 눈앞에 이득이 달아날 것 같으면 포퓰리즘에 빠져 물러나 버리는 것이 약한 것 아니냐"며 "동의하느냐"고 되물었다.

    [주춤하는 지지율]
    "열린당 지지자들이 이명박 지지하더라"
    '흔들리는 여권 지지층의 일시적 지지, 언제든 돌아설 수 있다'

    현재 지지율에 대해서도 박 전 대표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밝혔다. 오히려 자신의 현재 지지율은 이전에 비해 큰 변화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 이 전 시장과의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전 시장을 지지하고 내게는 별로 지지를 안한다"고 설명해 흔들리는 여권 지지층이 일시적으로 이 전 시장에게 돌아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때문에 현 지지율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콘텐츠 부족 관련]
    "국민과 약속지키고 원칙지켜 신뢰를 주는 게 콘텐츠"
    정책없다 비판에 "노무현 정책과 내 정책 비교표도 나오더라"

    이 전 시장이 '한반도 대운하' 등 구체적 대선공약을 제시하는 데 반해 박 전 대표는 아직 아무 것도 국민 앞에 내놓지 못했다며 박 전 대표의 콘텐츠 부족을 지적하자 그는 "정책이 없다고 지적하다가도 대연정과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회담 한 뒤 다음날 내가 주장한 외교정책, 동맹관계, 교육정책, 부동산정책, 경제정책이 노 대통령의 경제·안보 정책과 비교돼서 다 나오더라"며 "정책이 없다고 하다가 갑자기 비교표가 나오고 그러면 모순된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그는 816일간 자신의 대표재임 기간 동안 당의 이름으로 발표된 모든 정책이 '박근혜의 공약'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는 또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중요한 것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고 어떤 포퓰리즘에 빠지지 않고 원칙이 세워졌으면 그것을 지켜 한번 말한 것에 대해서는 믿을 수 있다는 신뢰를 주는 것이 콘텐츠"라며 "당 대표로 일하면서 그것을 지켜왔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지키지 않으면 소용없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경선제도 관련]
    "홍준표가 만들고 원희룡과 소장파는 한자도 고쳐선 안된다 했다"
    "원희룡은 이명박을 찾아가기까지 하지 않았느냐"

    그는 당의 현 경선제도에 대해서도 "공정한 입장에서 합법적으로 만들어 진 것"이란 기존의 주장을 재확인했다. 박 전 대표는 "당 대표 혼자 만든 것도 아니고 일부 몇 사람이 만든 것도 아니다. 완전히 공정한 입장에서 합법적으로 만든 것이고 그것을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체육관 후보'로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참여경선제)로 선출된 여권의 후보를 절대 이길 수 없다는 논리에 대해서도 "그게 정말 말이 안되는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박 전 대표는 "혁신안은 홍준표 의원이 혁신위원들을 전부 뽑아서 만든 것이다. 당시 원희룡 최고위원을 비롯해 소장파 의원들이 (최종 혁신안에 대해)'한자도 고쳐선 안된다'고 주장했고 원 의원은 이 전 시장까지 찾아가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이 현 경선방식에 대한 수용도 가능하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그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진작에 그렇게 말했으면 이런저런 여러가지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후 진행된 만찬에서도 박 전 대표는 자신이 북핵해결에 가장 최적임자임을 재차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대선은 아직 1년 이상 남았다"고 말했다. 현재 자신이 내놓을 대선공약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다듬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이 계획한 대권스케줄에 맞춰 차근차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주춤한 지지율 탓에 박 전 대표가 다소 위축됐을 것이라 예측했지만 박 전 대표는 이날 간담회 내내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