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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지율이 하락세다. 엎치락뒤치락 하던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과의 격차는 10%포인트 이상 벌어졌고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전 대표가 크게 앞서던 '당심'마저도 민심의 변화에 요동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게 뛰어다녔으면서도 겨우 1%포인트 밖에 따돌리지 못했느냐"며 이 전 시장의 상승세에 크게 개의치 않던 박 전 대표 측도 더 이상 "들쑥날쑥 하는 여론조사 결과에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고 무시하기엔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를 심상치 않게 생각하는 모습이다. 각 여론조사마다 수치상 차이는 있지만 여론의 동향에 일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북한 핵실험'이 박 전 대표에게 악영향을 미쳤다는 점에 대한 박 전 대표 측의 고민은 남다르다. 현재 거론되는 여야 차기 대선주자 중 가장 '보수적'이란 평가를 받아왔고 여권의 국가보안법 폐지 요구에 정치생명까지 걸고 맞선 박 전 대표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가 최근 계획된 자신의 대권 시간표를 변경하고 앞당겨 발걸음을 재촉한 것에서 박 전 대표의 이런 고민이 묻어난다. 당분간 국정감사와 정기국회 등 의정활동에 전념하겠다던 박 전 대표는 지난 18일엔 10·25 재보궐선거 지원유세를 위해 호남 지역을 방문했고 기자간담회까지 자청해 북핵사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북핵, 전시작전통제권 등 굵직한 현안에도 적극적이다. 21일엔 보수시민단체가 '북핵과 한미연합사 해체 반대'를 주장하며 개최한 촛불집회에도 참석했다. 11월에는 '대학강연'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런 움직임에는 '더 이상의 지지율 격차 허용은 안된다'는 분위기가 깔려 있다는 관측이다.
[원인1] 북핵사태 '위기상황'으로 인식되며 '박근혜 안보관' 가려져
이 같은 여론 추세가 연말 혹은 내년초까지 지속될 경우 자칫 '이명박 대세론'으로 굳혀져 뒤집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연말 혹은 내년초에 발표될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 때까지 오차범위 내 격차로 좁혀 한다. 박 전 대표 측도 여론의 반전을 꾀할 해결책 찾기에 고심하는 모양새다.
박 전 대표 측에서는 이런 여론변화의 원인을 일단 현 상황 때문이라고 본다. 국민들이 북핵사태 속에서 차기 대선주자들간에 차별화된 안보관을 찾기 보다 상황을 단순히 '위기'로 판단하고 상황에 맞는 적임자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친(親)박근혜 성향으로 분류되는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국민들은 지금 상황을 안보관이나 안보에 대한 각 대선주자들의 원칙보다는 지금의 상황을 단순히 '위기'로 보는 것 같다"며 "이 때문에 박 전 대표의 안보관이나 안보에 대한 그동안의 원칙이 가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아니라고는 말하지만 여전히 국민 뇌리속에 박힌 '위기상황에서는 여자보다 남자가 낫다'는 인식과 이미지가 (지지율에)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여성정치인으로서 유약하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런 여론이 계속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원인2] 추석 전 각 여론조사 결과, 국민들에 '이명박 대세론' 만들어
이 의원은 "이번 상황은 일종의 특수상황에 의한 것"이라며 "박 전 대표가 퇴임 후 언론노출을 거의 하지 않았고 대권수업을 하는 등 내공 쌓기에 주력했기 때문에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나 이 전 시장에 비해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호전될 기회는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 전 대표는 이 전 시장과 달리 실적을 통해 국민지지를 받는 게 아니라 선거 등을 통해 국민 관심을 끌고 그런 부분이 실적으로 나타나는 특별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지금 지지율에 크게 동요할 필요는 없다"며 "당장 박 전 대표가 지지율 격차에 새로운 조치를 취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본다. 이 전 시장이 뒤지던 때도 있지 않았느냐"고 주장했다.
친박 성향의 한 당직자 역시 '여성'이란 점이 북핵사태에 불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당직자는 북핵사태 보다 추석 연휴 직전에 발표된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박근혜-이명박간 지지율 격차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이 당직자는 "이 전 시장은 추석 직전 발표된 모든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를 이겼고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접한 국민들에겐 자연스레 '이명박 대세론'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 두 곳도 아니고 모든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가 같다면 국민들은 '분위기는 이명박'이란 판단을 할 수 있고 여기에 '청계천'과 '추진력'이란 기존의 이미지가 접목되면서 이 전 시장으로 쏠렸을 것"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북핵사태가 터지면서 여론이 이 전 시장에게 급격히 쏠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원인3] 이탈한 고건 지지층 이명박에 흡수
박근혜 연말까진 오차범위내로 좁혀야 '이명박 대세론'막을 수 있다이 당직자는 고건 전 국무총리의 지지율 하락도 박근혜-이명박 간 지지율 격차가 벌어진 원인으로 꼽았다. 이탈한 고 전 총리 지지층이 박 전 대표가 아니라 이 전 시장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부분이 지지율 격차에 가장 큰 원인이라면 박 전 대표가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고 전 총리 지지층은 여권 상황에 따라 움직일 유동층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만일 원인이 전자(前者)일 경우 박 전 대표에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늦어도 신년 초에 발표될 여론조사에서는 오차범위 내로 격차를 좁혀야 한다"며 "신년초 여론조사에서도 이런 결과가 나타난다면 '이명박 대세론'이 현실화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뒤 "이는 박 전 대표는 물론 이 전 시장에게도, 당에도 큰 마이너스"라고 지적했다. 그는 "추석연휴 직전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해 놓고서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것이 박 전 대표의 가장 큰 실책"이라고 역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