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고건 전 국무총리와의 격차를 더욱 벌이고 있다. 약 2개월간 근소한 차이로 박 전 대표와 선두를 다투던  이 전 시장은 추석을 기점으로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기관에서는 이 전 시장의 강세로 인해 '빅3'가 아니라 '1강-2중'으로 보는  판세분석도 나온다.

    이 전 시장은 당 대의원을 상대로한 조사에서도 박 전 대표의 지지율에 근접하면서, 정치권 일부에서는 '이명박 대세론'을 경계하는 성급한 시각을 비치기도 한다. 이 전 시장은 대의원을 상대로 실시한 한길리서치 조사에서 지난 7월 박 전 대표(51.8%)에 24.2%포인트 뒤진 27.6%의 지지에 그쳤지만, 지난 18일 같은 조사결과에서 35%를 기록해 박 전 대표(37.0%)에 2%포인트 차이로 따라붙었다.

    이 전 시장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자신의 '독주체제'에 외면적으로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22일 유럽지역 해외탐사를 위한 출국직전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전 시장은 "여론조사는 변화하는 것"이라며 "조금 올라갔다고 해서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그동안 경제살리기와 일자리만들기에 관심을 갖다보니 국민들이 지지해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전 시장의 지지율 상승원인에 대해 안국포럼의 핵심관계자는 '경제'라는 키워드가 어려운 서민들의 현실과 맞물려, 지역과 계층을 넘어 공감을 얻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 전 시장 역시 대권도전의사를 밝히면서 "대한민국의 최고권력자가 아닌 경영자가 되기위해 나왔다"고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은 강연이나 간담회에서도 자신의 경제마인드를 부각시키면서 국가와 지역의 경제활성화를 위한 구상, 그리고 민생살리기와 일자리 창출문제를 전면에 내세운다.

    이명박 상승세 키워드는 역시 '경제'…민생살리기, 일자리 창출 강조
    젊은층, 호남, 도시 지역에서 강세…한나라 한계 넘나

    이 관계자는 또 추석이후 실질적인 상승효과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서울의 지지세가 지방으로 확산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3김시대가 끝난 이후 지역정서가 옅어지면서 과거 지역정서가 서울로 유입되던 양상에서 벗어나, 오히려 이번 추석이 서울에서의 이 전 시장에 대한 평가가 지역으로 이어진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이 전 시장은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의 선호도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지켜왔다. 이 관계자는 "특히 대구경북을 중심으로한 영남지역에서 이러한 양상이 두드러진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전 시장의 상승세가 나타내는 특징은 한나라당이 전통적으로 약세를 면치못했던 젊은층, 호남, 도시에서 약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전 시장은 시장퇴임이후에만 10여개가 넘는 전국 대학을 다니며 특강정치를 벌여왔다. 한국대학신문이 지난달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한 정치인선호도에서 이 전 시장은 22.4%로 1위를 차지했다. 박 전 대표가 20.8%로 뒤를 이었다. 이 전 시장이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4.9%에 머물렀던 점을 감안하면 큰 변화다. 당시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16.4%로 1위였다.

    이 전 시장은 유럽탐사를 마치고 귀국하면 곧바로 내달 1일부터 관동대, 호남대 등 대학강연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 전 시장측은 "지금까지의 강연도 전부 대학측의 요청에 의한 것이며, 그나마 일정이 모자라 전체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현재에도 각 총학생회, 단과대 등에서 쇄도하는 강연요청만 보더라도 젊은층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전 시장은 대학강연에서도 '경제회복'과 '젊은이들의 일자리창출'을 강조한다.

    추석이후 격차 커져, 이명박 측 "3김이후 옅어진 지역정서덕에 전국으로 지지확산"
    "대세론은 위험, 경쟁구도로 가야" 이명박 독주체제 경계론도

    이 전 시장의 '경제'이미지는 호남에서도 한나라당의 약점을 일부 상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시장은 지난 10일 광주MBC와 무등일보의 광주전남지역 여론조사에서 11.8%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47.8%의 고건 전 국무총리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두자릿수 지지를 얻은 결과다. 이 전 시장은 지난 2월 같은 조사 7.6%에서 4.2%포인트 상승하면서 열린당 정동영 전 의장 등 여권인사들을 앞질렀다. 이 지역의 한 당관계자는 "정치인보다 경영인으로서 이미지가 강한 이 전 시장이 이 지역의 한나라당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어느 정도 희석시켰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의 독주분위기가 한나라당에 득이 될 지는 시각에 따라 다르다. 이 전 시장은 22일 미디어리서치가 발표한 교수, 언론인, 법조인, 기업인 등 10개분야 전문가 1000명으로부터 차기 대통령 적합도 1위(30.2%)로 뽑혔으며, 당선가능성 조사에서는 무려 54.5%를 얻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박 전 대표와 함께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이 '대세론'으로 치닫는 것보다 정권교체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대선정국에서의 이슈선점과 함께 여전히 남아있는 '분열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 독주체제는 이로울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 전 시장 진영에서 대선승리를 위해서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결정이 늦을수록 좋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