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어제 핵실험을 강행했다. 우리의 경제와 안보가 직격탄을 맞았다. 2006년 10월 9일 오전 10시 35분은 1950년 6월 25일 새벽처럼 동족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민족배신으로 다가왔다. 북한 핵도박의 시작은 일시적인 북한 체제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론은 김정일 체제의 몰락의 시작일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지난 8년 7개월간 추구했던 대북 햇볕정책 결과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라는 선물로 되돌아왔다. 일방적인 퍼 주기로 북을 변화시키려 했지만, 잃은 것은 국제사회의 신뢰 상실과 한미동맹의 붕괴요, 얻은 것은 국민의 대북 경각심과 안보의식의 불감증이다. 대북 포용정책은 사망선고를 당한것이다.

    역사에 가정은 무의미하지만, “지난 90년대 후반 북한 주민 300만 명이 굶어 죽었을 때 북한 정권 해체 조짐이 보였으며, 이 때 한국 정부가 잘했더라면 북한은 중국처럼 개혁 개방을 추진했을 것”이라는 북한문제 전문가들의 주장이 집권세력에 의해 유린당하고 빛을 보진 못했지만, 이제는 설득력을 가진다.

    북한의 핵 보유는 한반도를 세계의 화약고로 둔갑시키고, 동북아 지역에서 무차별적인 군비경쟁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크다. 당장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과 핵무기 개발을 자극해 동북아의 핵무장 도미노 현상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북핵 사태가 해상봉쇄나 무력제재 등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닫는다면 경기하강 위험에 직면한 우리 경제는 주가 폭락, 환율 급등의 충격을 넘어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어려움을 맞을 공산이 크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한반도의 위기감 증폭으로 인해 무디스 S&P 등 국제신용평가 기관들이 우리 국가신용등급을 끌어내리고 외국인들이 무더기로 한국 주식을 매도하며 ‘셀 코리아’에 나서는 일이다.

    결국 북 핵실험의 최대 피해자는 숙명적으로 한반도의 안보위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가야 하는 대한민국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의 대응이 너무 미온적이어서 국민은 불안하다. 6·25 이후 북의 군사 위협이 최고조에 이르렀는데도 ‘핵실험은 중대한 위협’ ‘단호한 대처’ ‘종합검토’라는 식으로 즉각적이지도 못하고 단호하지도 못한 ‘말로만의 경고’로 일관하고 있다.

    이제 위기의 대한민국호(號)는 어디로 가는 걸까. 반세기 동안 국민의 혈세로 구축한 재래식 군비는 북의 핵 보유로 사실상 대북 억지력이 상실되고 말았다. 북의 핵보유가 현실로 다가온 만큼 이젠 ‘핵실험 이후의 대북정책’인 국가생존전략을 다시 짜지 않으면 안된다.

    먼저 엊그제 외신의 ‘북 핵실험 임박설’ 보도에 “현재 북한이 핵실험을 물리적으로 준비하는 모습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정보력·판단력 부재를 노정한 외교·안보팀에 대한 전면적인 쇄신이 필요하다. 그들이 그대로 그 자리에 있는 한 국민은 발 뻗고 잠자리에 들 수 없을 것이다.

    나아가 정부는 “이러다 전쟁이 나는 게 아니야” “차라리 이민을 떠나는 게 속 편하겠다”는 등 불안해하는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가시적인 ‘북핵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의 단독행사와 한미연합사령부의 해체 추진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등 대북 경협도 중단이 불가피 하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에 대한 무력제재까지 가능하게 하는 유엔헌장 7장에 따른 대북제재에 착수할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 입출항 선박의 공해상 나포, 무역제재 등 경제적 군사적 제재를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핵무기 폐기와 NPT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우리도 동참해야 한다. 북의 핵 공갈·협박에 맞서 스스로를 지킬 능력이 없는 우리로서는 미국의 핵우산과 한미동맹 강화를 통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남갈등 보혁갈등으로 국론이 분열되어서는 안 된다. 김정일이가 파놓은 함정에 우리가 장단을 맞춰서야 되겠는가. 북 핵실험에 대처하는 데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정치권은 초당적으로 국민을 한 목소리 묶어 난국을 풀어가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한반도의 위기가 어디로 치달을지 모르는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우리는 서 있다. 노무현 정부는 허울뿐인 ‘민족공조’와 ‘자주(自主)의 망령’에서 벗어나야 한다. 7000만 민족 전체의 생사가 달린 북핵 사태에 이번에도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응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국민의 공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며 국민 모두의 퇴진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