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최근 거론되고 있는 차기 대선주자중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시작 당시 '정치쇼'라 평가절하 됐던 손학규의 '100일 민심대장정'은 일반국민은 물론 정치권에도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다.

    박근혜-이명박 두 대선경쟁자에 비해 아직 미흡하지만 1~2%대에 머물던 지지율은 두배 이상 올랐다. 대선주자 선호도 순위에선 4위로 성큼 뛰어올랐고 일반국민이 아닌 경제·사회·언론 등 전문가 집단에선 가장 적합한 차기대통령 1등으로 꼽히고 있다.

    손학규의 이런 상승세를 가장 반기는 곳은 바로 한나라당이다. 손학규 지지그룹 못지 않게 한나라당은 손학규 지지율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특정대선주자의 이탈을 차단할 수 있는 카드가 바로 손 전 지사라 판단하기 때문이다. 당내 다수 의원들이 당의 대선구도를 박근혜-이명박 양강구도가 아닌 박근혜-이명박-손학규 3자구도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100일간 민심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어야 할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은 여전히 5%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손 전 지사 측에선 당초 민심대장정이 끝날 시점의 지지율은 10%로 기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일 각 언론사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손 전 지사 지지율은 조선 3.9%, 중앙 3%, 동아 4.5%, 경향 4.2%, 1일 발표된 SBS에선 3%로 조사결과에 큰 차이가 없다. 1~2%대의 지지율을 두배가량 끌어올렸지만 더 이상의 지지율 상승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왜 일까. 한나라당의 홍보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는 심재철 의원은 지난달 초 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손 전 지사에게 언론홍보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충고한 바 있다. '대선주자 손학규'란 이름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는 것. 심 의원은 "미디어 노출빈도를 대폭강화하는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손 전 지사의 언론노출빈도는 매우 급증했다. 언론의 평가도 매우 긍정적이다. 현재 거론되는 대선주자중 언론이 가장 선호하는 인물은 바로 손 전 지사다. 이날 발표된 전국 주요 일간신문과 통신사 편집기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손 전 지사는 '가장 적합한 차기 대통령'으로 꼽혔다.

    손 전 지사의 지지율 답보현상을 단순히 '인지도 부족'으로 치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손 전 지사의 홈페이지에 직접 지지글을 올리기도 한 홍준표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손 전 지사의 지지율 답보현상에 대해 "손 전 지사가 임팩트가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뚜렷한 이미지 없다 = 홍 의원은 "이명박 하면 '추진력' '경제전문가'가 떠오르고 박근혜 하면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란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손학규 하면 특별히 국민들 뇌리 속에 떠오르는 게 없다"며 "외자유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높게 평가될 뿐 일반국민들이 느끼기인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민심대장정으로 '가장 국민을 생각하고 국민편에 있는 정치인'이란 이미지는 심어줬지만 매니아 층이 없고 뚜렷한 이미지가 없어 지지율 확산이 안된다"며 "큰 정치인이 되려면 국민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확실한 이미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 뒤 "손 전 지사에겐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박근혜-이명박으로 양분화 돼 있는 당내 세력구도 역시 손 전 지사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당내 역학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며 "손 전 지사가 메이저 대선후보가 돼 본적이 없지 않느냐. 그런 고정관념도 크게 좌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근혜·이명박의 지지율 선점 = 손 전 지사의 지지 층이라 할 수 있는 수요모임 소속 이성권 의원도 전화통화에서 "구조적으로 박근혜 이명박 두 경쟁후보가 지지율을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의원은 "이미 지지층은 고정된 상태로 다른 대선주자들이 지지율을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지지율의 반등이 어렵다"며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이 오르기 위해선 안타깝지만 특정대선주자의 지지율이 꺾여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축을 이루고 있는 박근혜-이명박 두 대선후보 중 한 축이 무너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그럴 때 국민은 제3의 인물을 고민할 것이고 그런 환경적 변화가 있어야 손 전 지사가 부각되고 지지율이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의원 역시 당내 후보간 역학구도가 상당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 의원은 또 "민생과 눈높이를 맞추며 국민지도자로서 진정성을 보여준 만큼 손 전 지사가 자력으로 지지율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다른 대선주자와 차별화 된 국가운영 정책과 비전제시 뿐"이라며 "그러나 이 부분은 지지율 상승의 큰 요인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현 구도의 틀 자체가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 이 의원의 생각이다.

    ◆선거구도상 3등은 이유없이 뒤쳐져 = 박 전 대표 시절 당 기획위원장을 맡았던 김재원 의원은 "선거구도상 3등이 1,2등과 나란히 가기는 매우 어렵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유권자들은 '손학규는 어차피 안될텐데...'라고 생각할 수 있고 사표방지심리가 작용해 표는 1,2등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3등은 시간이 지나면 이유없이 쳐지게 된다"며 손 전 지사의 지지율 상승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김 의원 역시 민생대장정을 통해 새로운 정치를 보여주고 있는 손 전 지사에 대해선 높이 평가했다. 김 의원은 손 전 지사를 "참 좋은 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고도 했다. 당내에 '손 전 지사의 지지율 상승이 이뤄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인위적으로 대권구도 변경이 가능할 것이라 전망하느냐'는 질문엔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잘라 말했다.

    소속 의원들이 3강구도 혹은 다자구도를 역설하고 있지만 이를 현실화하기엔 구조적인 문제가 크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안정된 대선구도를 위해 당에서 의도적으로 손 전 지사를 띄운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현실적으로 맞지 않고 그런 주장은 공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지금 방법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대권구도를 확 바꿀 수 있는 큰 이벤트를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선 힘들다"고 말했다.

    또 소장파를 중심으로 한 당내 '손학규 띄우기' 세력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 역시 당의 안정적 대권구도 형성을 위한 액션일 뿐 당내 고정된 손학규 지지층이 형성됐다고 보기엔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는 남경필·정병국 등 수요모임 소속 의원들의 손학규 지지가 순수한 인간 손학규에 대한 지원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수요모임 소속 이성권 의원은 "아직 손 전 지사의 지원을 놓고 수요모임 내에서 심도있는 토론을 하지 않았다"며 "당의 대선경선이 안정적 구도속에서 치러지기 위해 3자구도 혹은 다자구도가 돼야 한다는 정치 공학적인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지 '손학규가 유일한 대안이다' '손학규가 아니면 안된다'라는 측면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아직은 손 전 지사가 당의 유일한 대권후보이며 능력있는 지도자라고 판단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현재는 구도상 경선이 3자구도로 가는 게 안정적이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