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단이 없다" "당 장악력이 없다"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당 안팎의 비판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이를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강 대표는 21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대표 취임 이후 끊임없이 제기되는 '리더십 부재' 비판에 작심한 듯 반론을 펼쳤다.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 논란과 전효숙 파문 등 굵직한 현안을 놓고 '한나라당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가장 큰 원인은 대표의 당 장악력과 리더십 부재 때문'이란 비판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강 대표는 두 현안에 대한 입장표명은 물론 자신에게 쏟아지는 질책을 맞받아쳤다.

    2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선 강 대표의 리더십 문제가 자주 거론됐다. 마지막 패널질문에선 지난 7·11전당대회 문제까지 거론됐다. 한 패널은 "전당대회 때 당 밖의 시각은 박근혜 전 대표가 강 대표를 지지하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이재오 최고위원을 지지했다는 것인데 그게 사실인가? 그래서 현안에 대해 (두 사람이) 사사건건 대립해 전당대회때 문제가 잘 해결이 안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당대회 (박근혜-이명박 대리전으로)흘러간 것은 사실"
    "이회창때 처럼 일사불란하게 하면 재미없고 지시일변도 시대는 지났다"

    그러자 강 대표는 "전당대회가 그렇게 흘러간 것은 사실"이라며 '박근혜-이명박'의 대리전이었음을 인정한 뒤 "리더십에 대해 걱정을 하는데 내가 부족한 점이 많지만 리더십도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3김정치가 통하던 지시일변도의 시대는 지났다"며 "지도부 안에서 고성도 오가고 그러면 국민들이 걱정하고 충고도 하면서 지지자가 생기는 것 아니냐. 일사불란이 겉모양은 좋을지 모르지만 별로 안좋다. 공동묘지의 고요함이 아니라 시장 장터 같아야 살 수 있다"고 반박했다.

    강 대표는 "정당은 왁자지껄해야 재미있다. 이회창 전 총재 때처럼 조용히 일사불란하게 회의하고 총재가 한마디하면 그대로 쭉 따라가고 그러면 헌법책 같아서 재미없다"며 "열린우리당은 만화책 같아서 돼지저금통도 던지고 이상한 경선과정으로 국민들 관심도 받고 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우리는 정말 전략을 갖고 대응한다. 네트워크형 카리스마 발휘 위해 노력한다"

    테이블에서 "관리형 대표의 한계가 강 대표의 리더십 비판을 초래한 게 아니냐"며 재차 '강재섭 리더십'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강 대표는 "문제가 생기면 당 대표는 균형감각을 가져야 한다. 원내대표와 조율도 하고 의원총회를 거쳐 당론을 결정한다. 그 과정에서 자칫 오해를 살 보도가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지시일변도 보다는 의견조율을 통해 당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도록 네트워크형 카리스마를 발휘하려고 한다"고 반박했다.

    지난 19일 전효숙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두고 당 지도부가 당내 강경파의 주장에 끌려가는 듯한 인상을 준 데 대해서도 강 대표는 "우리는 정말 전략을 갖고 대응하고 있다"며 "외부에선 우물우물 해도 원내대표와 잘 상의해서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일이 진행되도록 하는 게 입장이고 전략전술"이라고 답했다. 

    "한나라-민주 합쳐질 수 있다면 바람직한 일"
    "김무성의 (신보수정당창당은) 바람직하지 못하고 상상할 수 없다"

    강 대표는 이어 핫이슈로 떠오른 '한나라-민주 통합론'에 대해 "한나라당은 경상도에서 지지율이 높고 민주당은 호남지지율이 높다"며 "지역 간 감정을 해소하고 지역통합을 위해선 생각이 같으면서 그런 문제를 해결할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합쳐질 수 있다면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그러나 먼저 해야 할 일은 정책연대다. 당장 합당하자고 하면 열린당이 '매춘부 정당'이니뭐니 공격할 것이고 민주당도 곤혹스러울 것이다. 당 대표로서 민주당에 실례되는 얘기를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대선후보 선출 뒤 '신보수정당 창당'이라는 김무성 의원 주장에 대해서 강 대표는 "김 의원처럼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열린당이 확실한 대선후보가 없기 때문에 판을 흔들려 하는데 그런 시도에 말려들어선 안된다"며 "한나라당에 분규가 일어나고 헤쳐모여 정당을 다시 만드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금년에는 절대로 경선얘기 하지 마라"
    "과거처럼 재미없는 방법으로 대선후보 선출하지 않을 것이다"

    논란꺼리로 떠오른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 등 경선제도 변경에 대해서도 강 대표는 올 연말까지는 논의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차 확인시켰다. 강 대표는 경선제도 변경을 요구하는 당 일부의 주장에 "열린당이 오픈프라이머리로 대선후보를 결정한다고 하니까 한나라당 내에서도 따라가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며 "특이한 것을 던지면 그것이 최고인줄 알고 달려드는데 결론은 무엇이든 내년에 가서 논의하자"고 일축했다.

    그는 "지금 당 대표인 내가 오픈프라이머리를 받아들이겠다고 하면 민생은 가고 경선 문제만 쟁점이 된다. 당 대표가 그렇게 경솔해서 되겠느냐. 재미가 없더라도 금년 중 경선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정해진 룰대로 간다는 얘기밖에 할 얘기가 없다"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내가 그렇게 상상력이 없는 사람은 아니다. 열린당이 어떻게 할지는 상상이 안가지만 정치가 살아 움직이는 동물인데, 한나라당이 과거처럼 재미없는 방법으로 대선후보를 선출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해 경선제도 변경 가능성을 시사했다. 

    "손학규, 깨끗한 이미지에 기업유치 등 실용주의 오버랩되면 강력한 후보로 올라설 것"
    "이인제 노무현 이회창도 처음엔 지지율 별로 안높았다"

    강 대표는 '100일 민심대장정'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높이 평가했다. 박근혜-이명박 두 주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손 전 지사의 지지율에 대해 "지지율은 잘 맞는게 아니다. 이인제 의원도, 노무현 대통령도 처음엔 거의 지지를 못얻었고 이회창 전 총재도 97년에는 지지율이 별로 없었다. 오히려 박찬종씨 같은 사람들이 더 높았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강 대표는 "손 전 지사가 (민심대장정을) 잘 활동하면 깨끗한 이미지와 경기도지사를 하며 생긴 실용주의적 이미지가 오버랩 되면서 강력한 후보로 올라설 것"이라며 "(손 전 지사의 민심대장정이)당에 도움이 돼 대표로서 고맙다"고 말했다.

    "유기준 대변인의 쿠데타 논평은 바람직하지 않아 주의줬다"
    "탄핵으로 쪽박 찬 당인데 쿠데타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겠나"

    강 대표는 또 논란이 된 유기준 대변인의 '쿠데타 타산지석' 논평에 대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말로 바람직하지 않아 주의를 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인기가 없고 국정운영을 잘못한다 해서 군부가 다시 개입해도 된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지나친 해석"이라며 "과거에 노 대통령 탄핵 한번 해보려다 반쯤 쪽박을 찬 당인데 어떤 대변인이 쿠데타를 해서 대통령이 넘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하겠느냐"고 반박했다.

    강 대표는 또 전작권 문제와 관련해 "한나라당이 대선공약이나 당론으로 이양 반대나 시기를 늦추는 것을 제시할 수 있느냐"는 패널의 질문에 "당연하다"고 답했다. 강 대표는 "당의 대선후보들도 서울시청 앞에서 집회할 때 다 나왔고 개별적으로 만나보면 이 문제는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후보가 된 분은 당연히 대선공약으로 제시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문제를 한나라당이 강하게 얘기하면 보수꼴통이란 얘기를 들을 수 있겠지만 나라를 지키는 문제는 어떤 꼴통이란 얘기를 들어도 확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