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재'와 '경제신화'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달리 육영수 여사는 국민들 뇌리에 평생을 어려운 사람을 위해 일한 '헌신적인 어머니'의 이미지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점도 어머니 고(故) 육영수 여사에 대한 향수가 크게 작용한 것이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한나라당 의원들 중 일부는 "박근혜 대표는 연예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본격 대권행보에 나선 박 전 대표는 9일 서울 뚝섬유원지에서 열린 '아름다운 가게' 주최의 사랑나눔 바자회에 참가했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의 미니홈피 방문자 500만명 돌파 기념식을 겸해 불우이웃을 돕겠다는 취지로 시민들이 내놓은 헌옷가지와 중고품을 팔고 육 여사의 유품을 불우이웃돕기 경매에 내놨다. 박 전 대표가 내놓은 경매물건은 육 여사가 생전에 사용하고 서거 뒤엔 제기로도 쓰였던 찻잔과 접시 2점.

    이미 인터넷을 통해 경매품이 공개된 탓인지 이날 뚝섬유원지엔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박 전 대표와 육 여사의 유품을 보려고 모인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박 전 대표는 미니홈피 500만번째 방문자 심해중(24. 대학생)씨와 사립학교법 장외투쟁 때문에 약속이 연기됐던 400만번째 방문자 김종성(42. 회사원)씨와 함께 물건을 팔았다. 

    먼저 12시경 뚝섬유원지 선착장 레스토랑에서 두 미니홈피 방문자를 만난 박 전 대표는 자신이 직접 준비한 김밥과 유부초밥 도시락을 함께 하며 담소를 나눴다. 박 전 대표는 이들로부터 성경과 떡을 선물 받았고 이에 자신이 쓴 에세이집 '결국 한줌 결국 한점'을 선물했다. 당초 뚝섬유원지 잔디밭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함께 하려했던 박 전 대표는 비 때문에 장소를 레스토랑으로 옮겼다. 

    1시간 가량 대화에서는 박 전 대표의 가족사와 어려운 취업사정 등에 대한 담소가 오갔다. 500만번째 홈피 방문자 심씨는 취업 어려움 등을 털어놓으며 박 전 대표에게 정치를 하게 된 동기를 물었다. 박 전 대표는 "나라가 잘 되고 모두가 잘되면 그걸 보는 게 제일 행복할 것 같다. 나라가 잘 되지 못할 땐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편안하지 않다"며 국민 모두가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려는 게 정치 입문동기이을 설명했다.

    그는 "나라가 어려울 때 젊은 세대가  정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도 해야 한다. 나라 운명은 결국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이런 나라로 가야한다고 원하면 그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시간 가량의 점심을 마치고 박 전 대표는 두 홈피 방문자와 함께 바자회에 참석해 직접 물건을 팔았다. 이번 바자회엔 박 전 대표의 지지모임 '근혜천국' 지지자 40여명도 도우미로 참석했다. 박 전 대표가 붉은 색 앞치마를 두르자 주변은 박 전 대표를 보려고 모인 사람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박 전 대표가 파는 물건을 사려고 바자회 장소로 모였고 주변은 박 전 대표를 카메라에 담으려는 시민들로 가득찼다. 한 시민은 박 전 대표에게 "전 한나라당 팬이에요"라고 말하자 박 전 대표는 웃으며 시민의 등을 토닥여줬고, 한 초등학생은 박 전 대표와 악수하자 "나 박근혜랑 악수했다"며 주변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기도 했다. 초등학생들도 박 전 대표를 자신의 핸드폰 카메라에 담으려고 박 전 대표 주변으로 몰렸고 일부 학생들은 자신의 일기장과 수첩 등을 가져와 사인을 받았다.

    한 지지자가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화이팅"이라고 외치자 옆에 있던 시민이 "대선에서 꼭 성공하세요 대표님"이라고 말했고 이에 주변의 지지자들은 박 전 대표에게 박수를 보냈다. 박 전 대표는 웃음으로 화답했다.

    물건을 팔고 밀려오는 사인공세에 분주한 박 전 대표에게 "직접 물건을 팔아보니 어떠세요"라고 묻자 "잘 팔리니까 즐거워요. 사용하다 쓰지 않는 물건들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팔고 사고 하는 거니까 보람있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좋은 일인 것 같아요. 더 많이 활성화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답했다.

    바자회가 처음이냐고 묻자 박 전 대표는 "저 바자회 많이 했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나선 만큼 이번 바자회가 일반 시민들을 접촉하기 위한 대권행보의 일환이 아니냐고 물어보자 박 전 대표는 "좀 쉬어서 그렇지 이제껏 (시민들과의 접촉을)많이 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활동해야죠"라며 앞으로 일반시민들과 접촉을 자주 가질 것임을 시사했다.

    육 여사의 유품을 내놓은 이유를 묻자 "평소 어머니가 어려운 분들을 위해 많이 노력하셨다. 그래서 뜻깊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불우한 이웃을 돕는 뜻깊은 행사라 평소 어려운 분들을 도우라는 어머님의 뜻에 따라 이렇게 내놓게 됐다"고 답했다.

    육 여사의 유품인 찻잔과 접시는 육 여사가 평소 좋아하던 은방울꽃 무늬가 새겨진 것으로 청와대에서 외국 국빈을 맞을 때 쓰던 것이라고 한다. 육 여사 서거 뒤에는 제기로 사용했다고 박 전 대표는 소개했다. 경매는 정오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준비된 상자에 희망가격을 써넣고 신청종료 후 최고가에 판매하는 입찰식으로 진행됐다. 찻잔과 접시 각각 19명씩 입찰에 응했고 찻잔은 1020만원, 접시는 521만원에 각각 낙찰됐다. 한 입찰자는 희망가격에 "갖고 싶어요 무척"이라고 적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육 여사의 유품이 높은 가격에 낙찰되자 박 전 대표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귀하게 쓰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90여분동안 149만원 어치의 헌옷가지와 중고품을 팔았다. 바자회 도우미는 박 전 대표에게 "정말 많이 파셨다"고 했고 박 전 대표도 "많이 팔았다고 생각한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이날 경매와 바자회 수익금은 서울 용산구 쪽방촌에 전달하기로 결정됐다. 이는 500만번째 홈피 방문자 신씨의 제안이다. 신씨는 "박 대표가 총선 당시 용산의 쪽방촌을 방문하는 모습을 화면을 통해 봤고 그곳의 어려운 분들을 돕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제안배경을 설명했다. 박 전 대표도 신씨의 제안에 "좋은 아이디어"라며 동의했다. 3시간 가량 행사를 마친 뒤 박 전 대표는 이날 바자회를 도와준 '근혜천사'와 지지자들과 기념촬영을 했고 일반시민들과도 촬영을 한 뒤 자리를 떠났다.

    이날 행사에는 전재희 정책위의장과 유정복 전 대표비서실장, 한선교 의원, 유준상 전 의원과 이정현 전 수석부대변인이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