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126명의 소속 국회의원은 물론 각 지역 당원협의회위원장, 상임전국위원 등 290여명의 당직자들을 한 자리로 불러 워크숍을 열었다. 사실상 노무현 정권의 마지막 정기국회인 만큼 9월 국회를 통해 노 정권의 실정을 지적하고 이를 위한 전략을 만들자는 취지에서다.

    이런 표면적 이유와 달리 강 대표는 내심 이번 워크숍을 통해 취임 이후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참정치 운동'을 이슈화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참정치 운동으로 '강재섭식 정치'를 준비하던 강 대표로선 이번 워크숍이 참정치 운동을 공론화 할 가장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이번 워크숍 명칭도 '한나라당 참정치운동 및 국회의원 워크숍'이었다.

    그러나 이틀 간 진행된 워크숍에서 '참정치운동'은 참석자들로부터 외면당했다. 워크숍 첫날 몇몇 원외 당원협의회위원장만이 언급했을 뿐 한나라당 나경원 유기준 두 대변인이 밝힌 토론 내용에서 참정치를 언급한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찾기 힘들었다. 의원들만 참석한 31일 워크숍에선 박진 의원과 박찬숙 의원만이 참정치를 언급했다. 이날 3시간여 동안 진행된 토론에서 참정치에 대해 발언한 의원은 단 두명 뿐이었다.

    박찬숙 의원은 "감찰단을 계속 설치하겠다고 하는데 이미 윤리위가 있다. 오히려 한나라당이 마치 부패해서 몸부림치고 있다고 국민들이 생각할 수 있다"며 비난을 했고 박진 의원은 참정치란 단어를 영어로 풀었을 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총 18페이지의 책자와 두페이지의 윤리강령을 만들어 소속 의원들에게 배포했지만 의원들은 자료를 제대로 펼치지도 않은 모습이었다.

    토론 시작 전 자료를 읽고 있는 한 초선 의원에게 참정치 운동에 대해 물어봤다. 이 초선 의원의 첫 반응은 "이런 걸 왜 하는지 모르겠다"였다. 10가지 조항이 적힌 윤리강령을 보면서는 큰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당연한 거 아니냐. 지금도 하고 있지 않느냐. 윤리강령에 구체적으로 비리나 잘못을 저질렀을 때 어떤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 적시돼야 하는데 그런 것은 전혀없다. 이런 걸 만드느냐"고 개탄했다.

    자료를 들고 있는 한 중진 의원에게 '참정치 운동'을 물었다. 이 중진 의원은 대뜸 "아내가 돈을 받아 정계은퇴를 하겠다던 사람이 슬그머니 말을 번복했다. 이런 문제하나 제대로 지적하지 못하면서 무슨 참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지금 할 일은 당력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다. 계속 노 대통령에 끌려 다녀선 다음 대선도 힘들다"고 말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클린감찰단'을 상시운영해 비리적발시 검찰수사를 의뢰하겠다는 참정치 운동의 취지를 거론하며 "이건 언론이나 들어오는 제보 등을 당 윤리위원회에 넘겨 충분히 조치할 수 있는 문제다. 문제가 심각하면 스스로 검찰에 고발하면 된다. 굳이 상시 감찰단을 둘 필요가 없다. 누가 이걸 하려고 하겠느냐"고 주장했다. 이번 워크숍을 통해 당 기강을 잡으려 했던 강 대표는 소속 의원들의 비판일성에 "내가 한발 더 희생하는 정신을 가지고 역지사지하겠다"며 고개를 숙여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