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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홍보비서관이 야당 국회의원에게 '계급장을 떼고 붙어보자'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킨 데 이어 이번엔 대통령 비서실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코드인사'에 대한 국회와 국민의 비판에 "이렇게 떠드는 나라가 어디있냐"고 말해 논란이 예상된다.
노 대통령 보좌진의 거침없는 '언행'은 바닥권인 노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은 물론 열린우리당 의원들까지도 노 대통령 보좌진의 언행을 문제삼고 있다.
25일 대통령 비서실과 경호실의 2005년도 세입세출결산을 위해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에선 노 대통령 보좌진과 의원들이 충돌했다.이날 회의에선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 경질문제와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의 '배째드리죠' 발언의 사실 여부를 놓고 청와대와 국회가 날선 공방을 벌였다. 당초 한나라당과 청와대간의 충돌을 예상했지만 오히려 열린당 의원들이 더 큰 목소리로 노 대통령 보좌진을 질타했다.
발단은 노 대통령 보좌진의 떳떳한 태도와 거침없이 내뱉는 발언이었다. 이병완 비서실장의 "정무직 차관 인사를 갖고 이렇게 떠드는 나라가 어디있냐"는 발언엔 열린당 조일현 의원이 먼저 나서 "같은 내용을 발언하더라도 언어를 순화해라"고 꾸짖었다.
이 실장은 여야 의원들의 공세에 당당하게 맞섰다. 유 전 차관의 경질 문제를 따지는 한나라당 의원들에겐 "종합적인 상황을 판단한 것이다. 정무직 인사는 유·무능만이 판단기준이 아니다"고 답했다. "유능해서 발탁한 인사를 6개월만에 무능하다고 경질하는 게 논리적으로 마땅하다고 생각하느냐"는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의 질의엔 "경질 이유를 그렇게(무능 때문이라)말한 적 없다"고 말했다.
이에 이 의원이 "언론에 대해 '저주의 굿판을 걷어치워라'고 할게 아니라 청와대의 망국적 인사청탁을 걷어치워라 그게 나라를 살리는 길이다"고 충고하자 이 실장은 "청와대 인사는 망국적 인사가 아니다"고 맞대응했다. 논란이 된 양정철 홍보비서관의 '배째 드리죠'란 발언에 대해서도 이 실장은 양 비서관을 옹호했다.
한나라당 이재웅 의원이 "'배째드리죠'라는 용어를 누가 했느냐는 건 확인할 가치도 없다. 그런데 '청문회도 좋다. 계급장 떼고 붙어보자'는 양 비서관의 말에 대해선 양 비서관을 지휘감독하고 있는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이 실장은 "표현의 부적절성을 떠나 자기 강변을 위한 표현상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면책특권은 헌법에 보장돼 있고 (계급장을 떼고 붙자는 말은) 어떻게 보면 의원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라며 "대통령도 한번 붙어보자 하고, 비서관이 의원에게 계급장 떼고 붙자고 하고 참여정부 사람들은 계급장 떼는 걸 왜 그렇게 좋아하느냐"고 따졌고 이 실장은 "일일이 답변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에 이 의원은 "의원에게 계급장 떼고 붙어보자는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분명히 자료로 제출하라"고 소리쳤다.
열린당 주승용 의원도 양 비서관의 '배째드리죠'발언을 문제삼았다. 주 의원은 "양 비서관은 2004년에도 대기업 행사에 분담금을 요청해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처음엔 안했다고 하다가 뒤에 시인을 했었다"며 "그러나 보니 이번에도 과거 전력 때문에 안했다는 양 비서관의 주장이 신빙성이 없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자 이 실장은 "그런 과거 전력으로 판단하는 것은 맞지 않다. 그런 사실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맞섰다.
노 대통령 보좌진의 '언행'에 주의를 당부하는 의원들의 주장에도 이 실장은 이제껏 해오던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당당히 밝혔다.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이 "비서라는 것은 비밀스럽고 조용하게 윗분을 모셔야 하는 자리인데 청와대 비서가 큰소리치면 대통령에게 더 누가 되는 것 아니냐"고 따지자 이 실장은 "과거 권위주의 독재시절엔 (청와대 비서진이)그렇게 나설 일이 없었는데 지금 투명한 사회에선 왜곡된 사실엔 명명백백히 밝히는 게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이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계속하겠다는 것이냐"고 묻자 이 실장은 "사실이 왜곡된 것은 분명하게 말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열린당 노웅래 의원은 "억울한 면이 있더라도 해명할 때 너무 거칠게 발언하는 것 아니냐.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대통령 얼굴에 먹칠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탈권위적이라고 하는데 참모진 해명을 보면 탈권위가 아니라 권위적으로 보인다"고 꾸짖었다. 노 의원은 또 이 실장에 "대통령과 폭넓게 만나고 대통령이 준비된 발언을 하도록 주의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열린당 의원들은 '바다이야기'파문에 대한 노 대통령 사과를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이 실장은 "지금은 이 문제의 본질을 먼저 파악하는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러자 열린당 최용규 의원은 "현 현상만 해도 충분히 정책실패임이 드러나고 있고 사과가 앞서야 한다"고 따졌다.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낸 열린당 김현미 의원은 "청와대의 인사검증 기준이 뭔지 모르지만 문제가 있다. 김병준 교육부총리도 국민의 기준과 청와대의 기준이 달라 문제가 됐던 것이다.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