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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임기는 이제 끝났다"고 말하며 스스로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을 우려하는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말 '도박게이트' 논란에 휩싸였다.
노 대통령의 친조카가 문제가 된 성인오락게임물 '바다이야기'를 판매하는 지코프라임과 합병한 우전시스텍의 이사로 근무한 사실이 확인되며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정치권에선 8월 임시국회와 9월 정기국회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을 쟁점화 해 총공세를 펼칠 태세다.
더욱이 현 정권의 실세들이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며 자칫 이번 사건이 김대중 정부말에 터진 이용호케이트와 진승현게이트 처럼 노무현 정권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노무현 친조카 노지원씨, '도박게이트' 개입의혹
노씨 이사로 재직한 회사 '바다이야기'판매회사 합병 뒤 급성장가장 큰 의혹은 노 대통령의 친조카인 노지원씨의 개입여부다. '바다이야기'를 판매하는 지코프라임이 노씨가 이사로 재직한 우전시스텍과 합병을 한 이후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노씨가 이사로 재직할 당시 우전시스텍은 성인오락실 관련 사업을 추진했고 지코프라임과 합병했다.
노씨는 우전시스텍으로 부터 800원대 가격에 유상증자나 스톡옵션을 받았다. 우전시스텍이 지코프라임과 합병한 이후 이 회사 주식은 2~3배 올라있는 상황이다. 노씨가 성인오락게임물 '바다이야기'판매업체인 지코프라임 덕에 돈을 번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노씨가 지코프라임과 우전시스텍의 합병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최우선적으로 규명돼야할 부분이다.
노씨는 물론 청와대도 노씨의 개입여부를 부인하고 있다. 노씨는 18일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바다이야기나 지코프라임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고 "사행성 게임업체에 (대통령)조카가 있으면 대통령에게 누가 되는 일이기 때문에 사표를 냈다. 무덤 파는 짓이라는 걸 알아 스스로 그만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역시 노씨가 우전시스텍과 관련이 있을 뿐 지코프라임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초부터 '바다이야기'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했고 다음주 초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감사원도 10월부터 성인오락실 등 사행성 게임 전체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감사원이 감사범위를 사행성 게임 전체라고 밝혔지만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 경질과 관련해 의혹이 제기된 '바다이야기'가 감사의 초점으로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바다이야기' 5년 새 1만5000여 개 생길 정도록 급팽창
검·경 통해 성인오락 폐해 지적, 정부 수수방관 한 것 아니냐 의혹제기
유진룡 전 문화부 차관 경질도 성인오락에 대한 강경태도 때문 주장도성인오락실 '바다이야기'에 대한 의혹은 5년 새 1만5000여 개가 생길 정도로 갑자기 급팽창한 배경이다. 문화관광부는 "2001년 시·도지사 지정제에서 등록제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바다이야기를 비롯한 성인게임물은 프로그램을 불법 개조해 검찰과 경찰에 수차례 적발을 받는 등 성인오락실의 폐해는 그동안 지적돼왔다. 때문에 정부가 수수방관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심의 과정도 많은 의혹을 낳고 있다. 유진룡 전 문화부 차관의 경질관련성도 이곳에서 시작됐다. 영등위는 성인오락기가 도박게임기가 되는 것을 막기위해 ▲연속게임기능 ▲시간당 4만5000원 이상 투입 ▲시간당 20만원 이상의 경품금지를 심사기준으로 정했지만 바다이야기 등은 이런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결국 문화부는 2004년 영등위에 "사행성이 큰 성인 오락물에 대한 심사를 신중히 해달라"고 공문을 보냈지만 영등위는 "민간기구 일에 간여하지 말라"며 문화부의 요구를 묵살했다. 이 때문에 유 전 차장이 성인오락실에 강경한 태도를 보여 경질된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은 16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유 전 차관에 대한 공개서한'을 통해 "영상물등급위에 사행성 게임 불허를 끈질기게 요구했으나 묵살되었다지요. 보통의 경우와 비교하면 마치 민관의 역할이 바뀐 듯 황당한 일입니다"라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노사모 전 대표 명계남씨 개입의혹까지
한나라 "대통령 측근 개입한 최대 게이트" 명씨, 법적대응 주장노씨와 함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대표를 지낸 명계남씨의 개입의혹이다. 이전부터 인터넷에는 명씨가 바다이야기 등의 도박산업을 통해 정치자금을 마련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들이 유포됐고 명씨가 바다이야기 관련업체의 인허가 과정과 경품용 상품권 발행·판매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게임 제조사 사주라는 설까지 나돌았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도 지난 2일 "노 대통령의 측근과 여당 의원 두 명이 성인오락실 상품권 판매 유통과정에서 리베이트를 챙겼다"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명씨는 강하게 부인하고 있고 인터넷을 통해 소문을 유포한 네티즌과 의혹을 제기한 국회의원, 이를 보도한 언론 등에 대해 법적대응할 방침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노사모 대표를 지낸 인사가 성인오락실에서 유통되는 상품권의 불법유통과정에 관련돼 있다는 의혹도 해소시켜야 한다"(유기준 대변인) "이번 사건을 대통령 측근이 개입한 정권 최대 게이트 의혹으로 규정하고 국회차원의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진상을 파헤치겠다. 일단 국감을 통해 모든 사안을 철저히 조사하고 검찰조사의 추이를 보며 국정조사와 청문회 등의 방법을 강구하겠다"(나경원 대변인)며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편 정치권에서 이번 사건이 관련당사자들의 부인과 해명에도 불구하고 노 정권의 레임덕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바다이야기'와 관련한 이런 저런 소문이 이미 오래전부터 시중에 파다했던데다 이런 형태의 사행성 오락이 그동안 번창을 거듭해온데는 정치권이나 권력의 비호가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과거 정부에서도 대통령의 친인척이나 권력 인사를 이용한 호가호위 행위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일부 신문사 논설위원들과의 만남에서 과거 정권과 견줄 때 권력형 비리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유일한 예로 사행성 오락 문제를 스스로 밝힌데 대해서도 문제가 없으니 스스로 밝힌 것이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도마뱀 자르기식의 사전방어용이 아니냐는 분석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또 그동안 '바다이야기'와 관련한 이런 저런 소문들을 청와대가 모르고 있지 않았을 것인데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시점에서야 대통령이 거론하고 나선 것도 의문을 불러 일으키는 대목이다. 대통령은 청와대가 다룰 일이 아니라고 했지만 청와대가 대통령 친인척 비리에 대한 감시활동을 상시적으로 하고 있는 만큼 향후 조사결과에 따라 청와대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
과거 권력형 비리의 전개과정으로 볼 때 현단계에서 관련 의혹이 제기된 인물들과 청와대의 해명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청와대가 실상을 다 모를 수도 있는 일이다.
여하튼 이 문제가 국정감사를 앞두고 정치권의 최대쟁점으로 부상한 만큼 여야간의 공방이 치열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친인척이나 권력실세와 관련한 또 다를 사안이 불거질 수도 있어 이번 사건은 일파만파로 번질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