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집안 싸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김병준 교육부총리 사퇴 파문을 거치며 삐걱거리고 있는 당-청 관계는 '문재인 법무장관 카드'로 '노무현 대통령-열린당 결별'이란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여당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에 개입하면서 노 대통령의 레임덕을 부추기고 청와대는 이런 도전에 정면으로 부딪치며 치열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막바지로 치닫는 노 정권과 이에 대놓고 도전하는 열린당의 정면 승부는 이제 전면적으로까지 확대될 조짐마저 보인다. 

    양측 충돌의 가장 큰 원인은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쟁'으로 볼 수 있다. 권력을 쥔 대통령이 당에 도움은 커녕 짐이 되고 있다고 판단하는 여당으로선 노 대통령과의 결별을 자신들이 살길이라 생각하는 중이고 청와대 역시 여당에 정국 주도권을 뺏길 경우 사실상 '식물정권'으로 몰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여당과의 전면전을 선택한 것이다.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김근태 당의장은 작정한 듯 노 대통령에 반기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양측은 김 교육부총리를 놓고는 부총리 임명 전 부터 사퇴때까지 '맞총질'을 하며 서로 상처를 냈다. 여당이 김 부총리 임명을 반대하자 노 대통령은 이를 묵살했고 그러자 여당은 해임건의안을 내겠다며 다시 반격했다. 노 대통령은 김 부총리의 자진사퇴 이후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여당에 매우 화나 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당에 보란 듯 '문재인 법무장관 카드'를 꺼내고 있다. 인사권에 도전한 여당에 다시 총구를 겨눈 것으로 볼 수 있다. '더 이상의 코드인사는 안된다'는 여당 주장을 다시 묵살하는 것이다. 그러자 여당은 즉각 반기를 들었다. 김 의장은 2일 저녁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카드'에 "국민들이 적합하다고 보지 않는 것 같다"며 공개적으로 반대입장을 밝혔다. 이 뿐만 아니라 김 의장은 정부정책과 배치되는 '뉴딜론'을 제안하며 노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점차 강도가 높아지는 여당의 공세에 결국 청와대도 폭발했다. 2일 김 의장의 문재인 카드 반대 입장이 공개되자 3일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고 여당을 공격했다. 이 실장은 "(대통령의) 인사권이 흔들린다는 것은 단순히 대통령의 레임덕 차원이 아니고 마무리 국정운영에 있어서는 참으로 국정이 표류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사권이 최대한 존중되는 인식과 정치권의 시각이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여당의 인사권 도전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임기가) 1년 반 남은 시점에서는 어느 정부나 마찬가지로 국정 마무리를 위해, 국정 누수 최소화를 위해서는 대통령 인사권은 그만큼 더 중요한 국정운영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여당의 '코드인사' 비판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이나 철학에 동의하지 않는 분과 국무위원으로 같이 한다는 것은 좀 아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이 실장은 '문재인 법무장관 카드'반대에 대해서도 가감없이 공세를 퍼부었다. 그는 "능력도 있고 인품도 훌륭한데 안된다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능력있고 인품이 훌륭하면 됐지 그 이상의 자질이 있냐"고 따졌다. 그는 이어 "문 전 수석이 된다 안된다 차원을 떠나서 대통령의 인사권은 헌법적 권한일 뿐 아니라 이 시점에서의 국정운영 마무리와 종합적인 수행을 위해 노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다. 그걸 위해 인사청문회 제도가 있는 게 아닌가"라고 목청을 높였다. 양측은 인사문제 뿐 아니라 각종 정책현안을 두고도 충돌하고 있다. 정가에선 양측의 관계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벌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