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KBS 이사선임을 앞두고 제기된 ‘KBS 이사 내정설’에 대한 내홍이 계속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2일 KBS 사내 게시판에 올라간 한 PD의 글에서 비롯됐다. KBS노동조합 조합원이기도 한 박복용 PD는 이날 ‘정연주 사장-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최민희 전 민언련 공동대표 커넥션, 공영방송 KBS가 특정 그룹의 이익 추구를 위한 도구인가?’란 글을 올리고 ‘KBS 이사 내정설’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박 PD는 “지난해 9월 말 청와대에서 정연주 불가론이 비등하던 시기에 정 사장이 신관 8층 화장실 옆에서 제작본부의 일부 간부들에게 KBS 스페셜 ‘양극화(4부작)’ 시리즈에 김기식과 최민희씨의 자문을 받아 프로그램을 제작할 것을 지시했다”며 “김씨와 최씨가 특정 정파적 이데올로기를 가진 운동가이지 양극화 문제에 정통한 경제학자 또는 사회학자냐”고 비난했다.

    박 PD는 “이런 비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프로그램을 제작하라고 하는 발상 자체는 5공 때나 있었던 일”이라며 “이런 코미디가 실제로 발생했다. 그 주 일요일 신관 회의실에 두 사람을 데려다 놓고 기획방향과 제작내용에 대해 제작진들에게 장시간 강의하는 비극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박PD는 또 현재 유력한 KBS 이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김씨가 지난 3월 한 프로그램 제작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3월 26일 방송된 KBS 스페셜 ‘일자리 위기 자본은 왜 파업하는가’라는 프로그램에서 참여연대 지도부가 만든 영리목적 단체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가 외국 투기자본인 소버린에 돈을 받고 SK의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정보를 팔고 컨설팅 해줬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수 차례 KBS에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방송하지 말아달라고 집요하게 로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 후 이 프로그램이 KBS스페셜 1/4분기 시사 아이템 중 시청률 1위, 평소의 10배에 이르는 시청자 소감, 심의평가팀의 호평, 국회입법자료로 활용, 전국 각지의 기업∙연구소∙노동계 등에서 교육자료로 활용되는 등 프로그램의 객관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참여연대측은 ‘제보에 의존해 미리 결론을 정하고 끼워 맞추기 식으로 제작하는 PD저널리즘의 부정적 측면이 종합적으로 발현된 프로그램’이라고 중상 비방했다”며 “시민을 대표한다는 시민단체가 일반 시민들의 생각과 어쩌면 이렇게 동떨어질 수 있느냐, 자기 비리가 드러났다고 그 프로그램의 가치와 성과를 폄하하는 이런 수준의 인식을 가지고 있는 단체의 실질적 대표가 어떻게 KBS 이사가 될 수 있느냐”고 질타했다.

    그는 “외부의 로비나 압력으로부터 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고 감시해야 할 KBS 이사에 이런 인물이 선임되는 것이 용인될 만큼 우리의 상식이 무너졌느냐”며 “KBS 사장은 국민으로부터 존경 받으며 한국사회를 감시하고 비판할 수 있는 도덕적 정당성이 확보돼야 한다. 정 사장이 KBS의 도덕성을 무참히 허물어뜨렸다”고 정 사장의 연임을 반대했다.

    이에 대해 KBS노조는 이날 즉각 성명을 내고 “프로그램에 압력을 가하는 시민단체 간부는 KBS 이사가 될 수 없다. 제작 자율성 원칙 훼손한 정 사장은 진실을 고백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선배들의 목숨과 맞바꾼 제작 자율성을 이른바 우리 사회의 ‘개혁인사’들이 버젓이 침해하고 있었다. 언제부터 KBS가 시민단체의 통제 아래 있었는지 통탄할 지경”이라며 “사회 이슈와 관련해 제작진의 자율성을 믿을 뿐 제작 지시를 내리지 않는다’는 정씨의 평소 발언이 모두 거짓임을 확인해 주는 증언”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김씨의 ‘로비의혹’에 대해서도 “KBS 이사는 외부의 로비나 압력으로부터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고 감시해야 할 임무를 지닌 중차대한 자리”라며 “그런 KBS 이사회에 압력의 주체가 들어온다는 것은 KBS 독립성에 대한 심대한 훼손”이라면서 정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한편 김씨가 이사추천을 고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프로그램과 관련, 참여연대측은 현재 명예훼손 정정보도 등을 이유로 KBS와 연출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놓은 상태다. 뉴데일리는 이날 박 PD의 '폭로'에 대한 김씨의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참여연대측의 거부로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