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최근 데안토 논객 가운데 '무궁화사랑'의 글을 주의깊게 읽고 있다. 무궁화사랑의 글을 읽으며 나와 생각이 다른 점이 있고 그의 주장 가운데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듯한 부분이 있어 그 점에 대해 지적하고자 한다.

    일단 무궁화사랑의 주장에서 나오는 공통적인 부분부터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① ‘친북좌파’와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반드시 이겨야 한다

    ② 소장파의 중도론은 허약한 모습이며 친북좌파들에게 아부하자는 것이다

    ③ 김대중, 노무현은 김정일의 앞잡이이며 북한 김정일은 그들을 팽했다

    ④ 노 정권의 대북지원은 퍼주기이다. 퍼주려면 대가를 받고 퍼줘야 한다

    ⑤ 김정일이 죽어야 한반도에 평화가 온다. 김정일을 제거해야 한다

    무궁화사랑이 생각하는 친북좌파는 대체 누군가?

    먼저 궁금한 것은 도대체 무궁화사랑이 생각하는 ‘친북좌파’는 정확히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무궁화사랑의 글을 주의깊게 읽어보면 거의 한나라당 외의 정치세력은 친북좌파가 아닌 정치세력이 없다.

    노 대통령-DJ는 당연히 포함되므로 열린우리당 자체가 친북좌파 세력일 것이다. 민주당도 친북좌파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민노당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도대체 무궁화사랑은 어떤 세력을 친북좌파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일까.

    일단 무궁화사랑의 주장을 들어보면 햇볕정책에 대한 강한 불신을 느낄 수 있다. 무궁화사랑은 지난 칼럼 ‘그래, 원균의 돌격정신으로’라는 제목의 글에서 ‘햇볕정책 재원 마련 때문에 양극화가 해소 되지 않고 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무궁화사랑의 논리에 따라 생각하면 일단 햇볕정책에 찬성하는 이들은 친북좌파이거나 얼치기 중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햇볕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의 숫자가 매우 적다는 데 있다.

    이렇게 되면 누가 친북좌파이고 누가 얼치기 중도인지 제대로 가늠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또 다른 기준을 생각해보자. 무궁화사랑은 현 정부가 운동권식 사고를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열린우리당-민주당은 본질적으로 한 뿌리이고 애초에 민주노동당은 좌파정당이다. 대강 정리해보면 열린우리당-민주당-민노당은 친북좌파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6.15 선언에 대해 전면적인 부정입장을 밝힌 한나라당 대표 경선 주자는 전여옥-이방호-이규택 의원 뿐이라 한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전여옥-이방호-이규택 의원 세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대표 경선 주자들은 얼치기 중도 정도인 셈이다.

    무궁화사랑 식 친북좌파론의 허구

    무궁화사랑 식으로 단순히 햇볕정책에 찬성하거나 운동권 논리를 추종한다는 세력을 묶어놓으니 친북좌파가 너무 많다. 그리고 이들 ‘친북좌파’ 정치세력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숫자를 합치면 무려 전체 국민의 30% 이상에 육박할 것이다. 무궁화사랑은 친북좌파와의 전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이들 국민 30% 이상과 싸워서 이겨야 하는 셈이다.

    ‘친북좌파와 싸워서 이겨야 한다’는 무궁화사랑의 주장은 비장하고 엄숙해 보이지만 뭔가 어색하고 앞뒤가 안 맞아 보인다. 마치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무궁화사랑은 열린우리당-민주당-민노당을 한데 묶어 친북좌파라고 비난을 퍼붓고 있는 듯 하나 열린우리당과 민주당-민노당의 노선은 서로 다르다. 여기서 우리는 무궁화사랑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① 민주당은 햇볕정책의 원조다. 그런데 한나라당 내부에서 민주당과 공조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무궁화사랑의 논리로 봤을 때 보수정당이 친북좌파 정당과 연합하자는 논리나 다름없다. 무궁화사랑은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떻게 답할 것인가?

    ② 데일리안 2005년 6월 14일자 기사를 보자. 「한나라당 ‘DJ는 잘했어’ 호남 구애」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면 박근혜 대표가 신라호텔에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5주년 행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향해 ‘김 전 대통령은 남북문제와 국가발전에 더 많이 기여해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박근혜 대표가 햇볕정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근거다. 그런데 열성 박근혜 대표 지지 논객인 무궁화사랑은 ‘햇볕정책을 위한 재원마련 때문에 양극화가 해소 안 된다’라고 말한다.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또 박근혜 대표는 2004년 8월 김대중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헌법에 명시된 가치 등을 성실히 지키며 남북평화정착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신문 기사는 박근혜 대표와 김대중 대통령의 대화 중 큰 의견차이가 없었다고 적고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햇볕정책 때문에 양극화해소가 안된다고 무궁화사랑이 주장하고 있는 것은 박 대표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한 지난 5월 18일 호남 광주 지방선거 지원유세에서 박근혜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아래는 당시 유세내용을 보도한 노컷뉴스 기사내용 일부다.

    「박 대표는 이어 광주시민들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구애 작전'으로 "예전에 제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찾아뵈었을 때 그분이 제게 이런 말씀을 했다"고 운을 뗐다.」

    「박 대표는 "앞으로 지역 화합과 국민 통합을 위해 노력해달라는 당부의 말씀이었다"며 "제가 할 수만 있다면 그 일에 앞장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여 시민들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박 대표는 이에 힘입은 듯 "국민이 통합하지 않고 발전을 이룬 나라가 없다"며 "민주화운동에 앞장선 광주시민 여러분께서 국민통합에도 앞장서서 선진한국을 이루는데 앞서나가 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