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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시간표는 승리를 만끽할 여유도 없이 곧바로 차기 대권에 맞춰진다.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 등 차기 대권후보들이 각각 대표와 시장 도지사 임기를 마치며 본격적인 대권레이스에 돌입하면서 당 시스템 역시 이들의 대권레이스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5.31지방선거의 완벽한 승리로 차기 정권의 무게추가 한나라당으로 쏠림에 따라 현재 거론되고 있는 차기 대권후보를 비롯, 차차기를 준비하는 일부 의원들까지 대권레이스에 가세하며 대권을 둘러싼 각 세력간의 파워게임은 점차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7월에 있을 전당대회를 놓고 당내 세력간의 힘겨루기가 예고된 상황. 7월 전당대회를 통해 구성될 지도부에 따라 팽팽하게 유지되고 있는 차기 대권후보들간 힘의 균형이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차기대권을 준비하는 진영 측에선 이미 지방선거 이전부터 7월에 구성될 지도부에 최대한 많은 측근들을 입성시키기 위한 물밑작업을 시작했다고 당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실제 언론과 당 관계자들을 통해 알려지고 있는 7월 전당대회 출마거론자들을 살펴볼 경우 차기 대권후보들의 최측근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가장 큰 관심은 누가 얼마만큼의 당내 세력을 차지하고 있을지 여부다. 지난 1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한차례 맞붙은 바 있는 '박근혜-이명박'간의 힘겨루기가 지방선거 이후 얼마나 달라졌는지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손학규 지사의 당내 경쟁력이 어느정도일지도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박근혜, 총선 4번의 재보궐 5·31지방선거까지 승리하며 대권경쟁력 재확인시켜
박근혜 쾌속질주 언제까지 지속될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
7월 전대 통해 '박근혜 바람'위력 당내 세결집으로 확산될지 여부 가려질 듯먼저 차기 대권후보들 중 가장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사람은 박근혜 대표. 27개월이란 장시간 동안 대표직을 맡아오며 박 대표는 4.15총선, 4번의 재보궐, 5·31지방선거까지 굵직한 선거들을 통해 누구보다 큰 게임에서 경쟁력이 높다는 점을 당원들과 일반대중들에게 각인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대표는 이번 5·31지방선거를 통해 자신을 확실한 차기 대권 후보로 만들어놨다. 선거 초반부터 유리한 선거판세가 진행되며 자칫 수면 아래로 묻혀버릴 뻔한 박 대표의 '선거리더십'은 '박근혜 피습사건'으로 다시 살아났고 이로 인해 박 대표는 대중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재확인시켰다.
특히 퇴원 직후 최대접전지역인 대전과 제주를 찾아 지원유세를 펼치는 모습에 당내 친박(親朴)세력은 물론 반박그룹 의원들까지 혀를 내두르며 감탄사를 보냈다. 반박으로 알려진 한 중진 의원의 보좌관은 "이번 사건을 통해 의원님이 박 대표를 다시 보게 됐다"며 "박정희 딸로만 보던 박 대표를 이제 차기 대권후보로 다시 보게됐다"고 말했다. 30일 제주유세에서 보여준 박 대표의 '카퍼레이드'는 박 대표를 '확실한 경쟁력이 있는 대선후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문제는 박 대표의 이 같은 상승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여부다. 당장 7월에 예정된 전당대회부터 대권경쟁자인 이 시장과 손 지사의 견제는 심화될 것이란 관측이 높다. 때문에 7월 전당대회에서 이 시장, 손 지사와의 세대결에서 박 대표가 어떤 성과를 낼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거에 강한 면모를 나타낸 박 대표가 상대적으로 당내 선거에 약하다는 지적을 받고있기 때문. 대표적으로 박근혜-이명박의 대리전이라 불렸던 지난 1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 시장 측근인 이재오 의원의 승리로 박 대표는 세대결에서 이 시장에게 밀렸다. 이후 당내에선 "박 대표가 이 시장에게 조직싸움에선 힘들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따라서 박근혜-이명박간의 2라운드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7월 전당대회에선 지방선거를 통해 나타난 '박근혜 바람'의 위력이 당의 세결집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쳤을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청계천으로 만들어진 이미지 대선까지 지속시킬 수 있을지 여부 최대 관건
소장파와의 동거, 친이명박 그룹과의 소원한 관계 불안요소
10월 국감부터 여권의 이명박 공세를 오세훈이 방어해줄 수 있을지 여부도 관심사이 시장은 6월 퇴임 후 당 복귀가 아닌 당 밖에서 싱크탱크를 만들어 대선을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과 일정거리를 두고 현재의 지지율을 유지하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이 시장의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되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장 역시 7월에 예정된 전당대회를 통한 당내 세확보에 나서야 하기 때문.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대권경쟁자인 박 대표의 당내 입지가 크게 상승한 만큼 이 시장에겐 박근혜 견제가 제일 시급하다. 조직싸움에선 앞서고 있다는 이 시장 측의 분석도 예전처럼 설득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때문에 7월 전당대회를 통해 이 시장은 조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서울시장 경선 마지막 이 시장이 오세훈 후보를 지원했다는 주장으로 기존의 친이명박 세력들의 분화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당내에선 대표적인 친이명박 그룹인 이재오 홍준표 의원 등과 이 시장의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홍 의원의 경우 서울시장 경선에서 이 시장이 오 후보를 지원한데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권을 계획중인 것으로 알려진 이재오 원내대표도 이 시장과 불안한 동거를 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7월 전당대회에 이 시장 측이 내세울 인사로 꼽히고 있는 이 원내대표의 경우 사학법 재개정 실패로 당 장악력이 약화되면서 이 시장 측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당내에선 이 시장이 이 원내대표가 아닌 다른 인사를 물색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 관계자는 "홍준표 다음으로 이 시장에게 팽 당할 사람은 이재오 아니겠느냐"고도 한다. 또 당내에선 이 시장이 오 후보를 공통분모로 소장파와 손을 잡고 있는 점도 이 시장의 불안요소로 지적하고 있다.
양측이 대선경선 마지막까지 손을 잡을 수 없을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소장파의 경우 7월 전당대회를 계기로 독자노선을 형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오세훈이란 연결고리로 이뤄진 이 시장과 소장파간의 관계 역시 자연스레 깨질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소장파는 박근혜-이명박이 아닌 제 3의 인물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시장이 소장파를 믿을 순 없을 것"이라며 "이 시장과 소장파간의 연대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10월에 있을 국정감사도 이 시장에겐 큰 부담으로 꼽히고 있다.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가 이 시장에 대한 여권의 파상공세를 제대로 방어하기 힘들 것이란 관측에서 비롯된다. 친이명박 그룹에 속한 의원의 한 보좌관은 "이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오세훈과 손을 잡고 있다는 점"이라며 "자신의 깨끗한 이미지에 상처를 내기 싫어하는 오세훈이 10월 국정감사때부터 대선 전까지 진행될 여권의 공세를 완벽하게 막아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시장 당내 경선에서 홍 의원이 이 시장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적임자가 자신임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는 이 시장이 박 대표나 손 지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여권의 공세를 받을 것이란 전망때문이다.
이 시장으로선 청계천으로 만들어진 자신의 이미지를 어떻게 이어갈지가 최대 관건이다. 측근들 역시 "이 시장의 지지율은 청계천 복원 등 일에 대한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무너질 경우 한 순간에 추락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평가 우량주' 손학규, 7월 전대 통해 당내 입지 키울 수 있는 발판 마련 급선무
소장파 지도부 입성여부 이들이 얼마만큼 영향력 행사하느냐 따라 경쟁력도 달라질 듯
"'오세훈 효과'가 손 지사에게 가능성 만들어 줬다"'저평가 우량주'라 불리며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손 지사도 발걸음도 주목을 받고 있다. 손 지사는 퇴임 후 서울 마포의 아파트로 자택을 옮기고 6월 말 여의도에 사무실을 낼 계획을 세우며 사실상 대권레이스에 돌입한다.
손 지사 역시 7월 전당대회를 통한 당내 세확보가 가장 시급하다. 손 지사는 박근혜-이명박 두 사람의 대결로 짜여진 현 대권구도 먼저 흐트러뜨리는 것이 급선무. 당내에선 이번 7월 전당대회를 통해 손 지사가 당내 입지를 키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개혁적 보수'를 주창하며 당내 소장파와 가까운 손 지사는 최근 '오세훈 효과'와 그로 인한 소장파의 상승세에 고무적이다. 손 지사도 "오 후보의 당선은 한나라당에 변화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때문에 손 지사의 주가는 '개혁과 변화'를 주창하는 당내 목소리가 확산될 경우 상승될 것이란 관측이 높다. 따라서 7월 전당대회에서 소장파의 지도부 입성여부와 이후 이들이 당내에서 얼마만큼 영향력을 행사하느냐에 따라 손 지사의 경쟁력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손 지사의 상승세에 긍정적인 목소리가 점차 늘고 있는 분위기다. 아직 뚜렷한 지지율 상승이 나타나고 있진 않지만 손 지사의 가능성을 높게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 당내에선 "'오세훈 효과'가 손 지사에게 가능성을 만들어 줬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오세훈 대세론'이 사흘만에 1년을 준비한 맹형규 홍준표의 조직을 무너뜨린 것처럼 '손학규 대안론'이 퍼질 경우 상황은 급반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대안론이 흐름을 탈 수 있는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뒤따른다. 또 박 대표와 이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권으로 부터 공격받을 것이 적다는 점도 손 지사의 경쟁력 중 하나로 꼽힌다. 손 지사는 재임 중 대규모 외자유치 성공과 파주 LCD 공장 준공 등의 업적이 언론을 타면서 도지사로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