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24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이신우 논설위원이 쓴 시론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당의장은 얼마전 야당인 한나라당에 악재가 빈발하는 데도 여론의 지지도가 떨어지지 않는다면서 ‘마술정치’라고 개탄했다. 그 개탄 속에는 물론 비합리적인 국민에 대한 원망도 어느 정도 섞여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 의장은 모르고 있는 게 있다. 정 의장이 이를 깨닫지 못하는 한 열린우리당에 대한 낮은 지지도는 앞으로도 계속 변함없을 것이다.

    중국 춘추시대, 제(齊)나라 환공을 패자로 만들었던 명재상 관중(管仲)은 정치의 요체를 “주는 것이 곧 얻는 것임을 아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어찌보면 속되고 유치한 표현이긴 하나 나름대로 폐부를 찌르는 진리를 담고 있다. 우리 국민은 최근 이 정치의 요체를 직접 체험한 바 있다. 한나라당 출신 지방자치단체장인 이명박 서울 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 등에게서다.

    이 시장의 청계천 복원이나 서민을 위한 버스 중앙차로제 등은 이미 다른 나라 지자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이렇게 많은 일을 하고도 서울시는 지난해 6000억원의 재정을 절약했다. 늘어나기만 하는 중앙정부의 빚더미하고 비교되는 부분이다. 손 지사는 지난 4년간 137억 달러의 외자를 유치했고 8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경기도에서 향후 10년간의 성장동력을 예약해 놓았다는 평가다. 영어마을 역시 지역주민의 환호를 받고 있다.

    서울이나 경기도만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망정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이 모든 것을 목격하고 체험해온 국민이 지금, 받은 만큼 되돌려주려 하고 있다. 그것이 지지도다. 열린우리당이나 정 의장이 아무리 원망해 봐도 민심이 미동조차 하지 않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그동안 국민에게 해준 것이 무엇인가. 참여정부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창출됐는가.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부모 친척, 친구들 앞에서 자기 직장을 자랑할 수 있게 됐는가. 남들이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동안 집권 세력이 꾀를 낸 것은 고작 ‘양극지계(兩極之計)’였다. 자기네들끼리는 천하에 둘도 없는 정치의 요체라며 환호작약했겠지만 그것은 사회의 분열·대립을 키웠을 뿐이다. 흔히 말하는 ‘증오 마케팅’이었다. 국민이 그것을 ‘받은 것’이라고 여길 줄 안다면 오산이다.

    이들이 진정 삶의 문제를 위해 고민하고 있는지를 의심케 하는 또 하나의 실례는 최근 청와대를 비롯, 경제부처 관료들까지 나서서 합창하는 ‘부동산 버블론’이다. 마치 버블이라도 터져주었으면 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버블붕괴로 인해 국민 전체가 겪어야 할 고통보다는 특정 지역이 무릎꿇는 모습을 보고야 말겠다는 집착이다.

    버블 붕괴는 자산가격 급락, 금융부실, 가계파산을 의미하며, 이렇게 될 경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계층은 당연히 서민일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아도 저성장 국면이 계속되면서 중소 자영업자나 일용직 근로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마당이다.

    중국의 혁명가 마오쩌둥은 “대중의 지지를 획득하려면 대중이 쓰라려 하는 일, 가려워 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진심으로 대중의 이익을 도모하고 대중의 생산과 생활상의 문제, 즉 소금문제, 쌀문제, 주택문제, 의류문제 등을 중요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이 존경한다는 마오쩌둥조차 이렇듯 ‘이념 놀이’에만 갇혀있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지 않은가.

    사실 열린우리당 소속의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나 진대제 경기지사 후보는 개인 경력이나 능력 면에서 한나라당의 오세훈·김문수 후보들에게 뒤질 이유가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열세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것은 결코 개인 탓이 아니다. 국민은 현 지자체장들로부터 받은 것을 되갚아주려 할 뿐이고 이것이 같은 당 소속 후보들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온 국민이 다 정치의 요체를 체험하고 실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서만 ‘도대체 이유를 알 수 없는 마술정치’라고 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그렇게 말하는 당사자가 책임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