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안 정부안이라 주장하고 나서연금개혁 원포인트 영수회담 제안 동시에정치적 결단 연출하며 공세 명분 쌓기용 분석與 "연금개혁도 거짓말, 공세 도구로 이용"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 당선자 총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 당선자 총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지부진한 연금개혁의 책임을 윤석열 대통령에 돌렸다. 사전 예고 없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민주당안을 정부안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21대 국회 종료 일주일을 남기고 원포인트 연금개혁 영수회담을 제안하면서 여론전에 나섰다. 

    여당에서는 이 대표가 '국가의 백년대계'로 불리는 연금개혁마저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연금개혁은) 진즉에 여야 협의 통해 논의하고 또 그것을 여러 국회의원님들께 보고도 드리고 논의를 했어야 할 사안"이라며 "(이재명 대표가) 21대 국회 종료 직전에 이 문제를 불쑥 꺼낸 것은 현재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고 있는 상황을 다른 쪽으로 함께 부담 지우고 물타기 하려는 꼼수"라고 했다.

    앞서 이 대표는 23일 민주당 워크숍을 마무리하고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이동하는 차량에서 유튜브 생방송을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갑작스럽게 연금개혁을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 7일 국회 연금개혁특위가 종료된 지 16일 만에 처음으로 이 대표가 공개 석상에서 별도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조속한 개혁안 처리를 위해 소득대체율을 당초 제시한 50%에서 45%로 낮추겠다는 결단을 내렸다"며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5% 방안은 윤석열 정부가 제시했던 안"이라고 주장했다. 

    기존 민주당안보다 연금을 덜 수령하게 되는 정부안(소득대체율 45%)을 받아들이는 결단을 내렸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대표의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이 대표가 정부안이라고 주장한 소득대체율 45% 안은 민주당안이다. 김성주 민주당 연금개혁특위 간사는 지난 7일 "재정적 문제에 좀 더 도움 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좋겠다 생각해서 13%에 45%를 제안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보혐료율 13%, 소득대체율 43% 안을 제시하며 맞섰다.

    이 대표가 실제로는 민주당안을 고수하면서 사실관계를 비틀어 전격적으로 양보를 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한 셈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영수회담을 할 용의도 있다"면서 연금개혁을 톱다운(Top Down·하향식) 방식으로 처리하자는 제안을 했다. 윤 대통령은 줄곧 신중한 논의를 통해 연금개혁안을 22대 국회에서 처리하자고 주장해왔는데 이를 무시한 것이다.

    문제는 21대 국회 종료가 일주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대표의 주장대로라면 오는 28일 마지막 본회의가 잡혀 있는 상황에서 4일 안에 영수회담 사전조율, 영수회담, 여야 합의 등이 모두 이뤄져야 한다.

    실제로 이 대표는 24일 여당이 제시한 안을 받을 수 있다면서 전향적인 모습을 취했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국민연금 문제를 신속히 얘기하자"며 "그동안 여야는 상당 부분 이견을 좁혀 왔고 마지막으로 소득대체율만 합의하면 연금개혁은 마무리가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45%를 제시했지만, 1%포인트 또는 그 이하 차이를 두고 이런 중대한 문제를 방치하거나 22대 국회로 넘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날에 이어 이날도 영수회담을 재차 요구했다. 이 대표는 "실제로 연금개혁을 할 의사가 있다면 1%포인트 범위 내에서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이 다 만나든, 대통령과 민주당 대표가 만나든 어떤 방법이든 동원해서 타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입장에선 손해 볼 것이 없는 제안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견해다. 윤 대통령이 영수회담 자체를 거부하거나, 영수회담에서 민주당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불통'이라는 비판을 쏟아낼 명분을 쥘 수 있다. 22대 국회에서 각종 쟁점 법안의 단독 법안 처리를 공언해온 민주당이 정부에 불통 이미지를 덧씌워 '거대 야당의 횡포'라는 비판을 희석시킬 수도 있다. 

    이 대표가 정치적 함의가 깃든 '뜬금 제안'을 하고 나서자 국민의힘에서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을 통해 상대를 압박하는 '정치공세'라는 것이다. 

    국회 연금개혁특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경준 의원은 "이재명 대표와 김성주 간사가 뜬금없이 13%-45% 안이 우리 정부의 안이라 주장하는데 근거를 대기 바란다"면서 "거짓말도 정도껏 하기 바란다. 정치공세에 연금개혁을 끌어들이고 싶으신 거냐"고 지적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당선인도 "이 대표가 또 국민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연금개혁에는 '조금 더 내고 많이 받는 마법은 없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가 하겠다는 연금개혁은 연금개혁이 아니라 연금개악이며 연금제도 파탄"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