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진 성향 교수들이 학내에서 벌이는 정치편향적 행태에 반대하는 제 2의 교수협의회가 발족돼 눈길을 끌고 있다. 8일 대전 한남대에서 발족돼 활동에 들어간 '교수총의회(이하 교총, 회장 이길섭)'는 그동안 교수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보다는 총장 선출 등의 권리를 정략적으로 이용해 온 교수협의회에 정면대응 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드러냈다.

     "교수협의회, 총장선출에만 몰두, 본연임무 망각"

    한남대 300여명의 재직 교수 가운데 41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한 교총은 지난 4일 대전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창립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교총의 초대 회장을 맡은 수학과 이길섭 교수는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교총 발족 과정을 설명하면서 한남대 교수협의회(이하 교협, 회장 강신성 경영학고 교수)에 대해 강한 불신감을 내보였다. 교협이 교수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보다는 총장선임에 관한 권리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면서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교협은 교수들의 복지문제라든지, 학내 참정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지도자 선출에 관한 권리라든지 여러가지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그 동안 총장선임과 관련된 사안에만 몰두해 다른 역할을 거의 수행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학교의 명예보다는 권력쟁취에 중점을 두고 정략적 행보만을 거듭한 결과, 교권수호 역할은 방기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 교협을 통해 계속 벌어지자 생각있는 교수들이 학교가 더 이상 망가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생각에서 교총을 결성했다”고 발족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최근 이 학교 교협이 이상윤 총장을 배임 및 수재 혐의로 고소∙고발했으나 검찰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사건이 교총 발족의 도화선이 됐다고 설명하면서 “이런 일이 언론을 통해 외부에 급속도로 알려져 학교 명예가 엄청나게 실추됐다. 총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는데도 교협은 전혀 반성하거나 미안해 하지 않고 오히려 학교의 조사에 대해 반발하고 방해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학교이미지 실추에 사과는커녕 오히려 학교업무 방해"

    이 교수는 이어 "언론을 통해 학교를 이만큼 망가뜨려 놨으면 교협이 적어도 잘못을 시인하고 공개사과를 했어야 옳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기는커녕 학교측에서 조사위원회를 결성해 조사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이를 방해하더라"고 흥분하면서 "이것을 보며 '저들이 이 사람들이 과연 교수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들은 교수라는 말을 쓰기가 부끄러운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교협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가 꼽은 교협의 문제점은 여러가지다. 우선 교수로 임용이 되면 무조건 교협 회원으로 가입되도록 해 놓은 것이 문제.

    이 교수는 "교협은 학내 문제에 대한 교수들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독점해 교수 전체의 이름으로 대변하고 있다. 교수들의 뜻이 독점에 의해 왜곡되는 일이 벌어진다는 얘기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는 소수 의견을 가진 교수들이 다른 말을 한다는 것이 두려운 일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실제로 교협이 총장을 고소고발 하는 과정에서도 누구도 제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요즘 교협 회의의 참석이 저조한 편인데 이러한 상황이 교수들의 뜻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본다. 몇 년동안 누적돼 온 교협의 폐단이 이번 사건을 통해 ‘더 이상 이렇게 보고만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가진 교수들의 행동으로 촉발시킨 셈"이라고 지적했다.

    "정치편향 행태 지양, 교수 복지·연구비 확대 힘쓰겠다"

    그는 “교수의 권익이라는 것이 소위 '참정권'에 준하는 것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교협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지금의 교협은 모든 문제를 다 총장 선출에 집중하고 총장 추천 관련 일을 빼놓고는 거의 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이 교수는 또 "학교 명예 실추 사건이 이번 건 말고도 몇 번 더 있었다”며 “불만이 있는데도 표출하지 않았던 교수들이 이제는 ‘더 이상 이렇게 놔두면 안되겠다. 우리가 공격을 받더라도 잘못된 부분은 수정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교총을 결성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교수 임용과 동시에 교협 회원이 되기 때문에 이번에 발족한 교총 회원도 모두 이 학교 교협 소속이다. 이 교수는 "한남대 교수 대부분은 교협에 가입하기 위해 서명한 적이 없다. 자동적으로 가입돼 회비를 내고 있다. 탈퇴하려면 경리과를 통해 절차를 밟아야 하는 등 아주 번거롭다”며 “우리는 입회원서를 써 가입을 하게 하는 등 가입과 탈퇴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의 활동 방향에 대해 “총장선임에 우리도 관심이 있다”고 전제한 뒤 “교협은 자기들이 추천하지 않은 총장이 선임됐다는 이유로 '비민주적'이라고 억지 주장을 펴는데 그러고도 저들이 어떻게 교수라고 논문을 쓰는지 모르겠다”며 “우리가 지지하는 후보자가 이사회에서 총장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교협처럼 이사회를 비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가 지지하지 않은 사안도 일단 서로 합의된 후 발표된 것이라면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지 않다면 민주주의가 왜 필요한가"라고 반문했다.

    "순수하게 학내 문제에만 신경쓸것, 지지하지 않는 사안도 합의 거친 것이면 존중"

    그는 또 "총장후보자를 추천하고 교수 복지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룰 생각"이라며 “교직원은 노조가 있어 학교와 협상을 하면 임금이 오르지만 ‘교수가 어떻게 돈 이야기를 하느냐’는 사회통념상 우리는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많이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와 함께 복지시설을 확충하고 연구비를 증액 및 확충하는 데도 힘쓰겠다" “능력있는 교수에게는 인센티브를 주는 등 공부하는 교수와 노는 교수를 차별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남대 교총이 밝힌 또 하나의 특징은 학내 문제에 대해서만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이라는 점이다. 이 교수는 “다른 학교와 연계할 생각은 없다. 집단이 커져 연대하고, 상위협의체를 만들다 보면 이상하게 흘러가 또다른 권력이 만들어질 우려가 있다. 현재는 순수하게 학내 교수권익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의견을 조율하면서 학내문제에서는 누구와도 협조할 것”이라며 “강력한 교협이 대학일수록 학교마다 이를 바로잡으려는 교수합의체가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