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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2일 치러지는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의 '흥행' 실패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서울시장 경선을 통해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살려보고자 했던 당 지도부의 실날같은 희망도 산산히 부서지고 있다. 서울시장 경선 바람몰이를 이용한 지지율 반등에 대한 기대는 고사하고 경선 바람몰이 실패는 본선에서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금실 이계안 각 후보 측은 경선 흥행 실패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다. 당장 지방선거 이후 경선 흥행 실패에 대한 당 지도부의 태도에도 문제가 제기될 전망이다. 이와 맞물려 지방선거 패배 시 당내에 몰아닥칠 파문이 점점 무르익어가는 분위기다. 일단 양 후보측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경선을 위해 막판까지 사활을 건 총력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애당초 서울시장 경선은 흥행과 무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밑바닥에서 헤매고 있는 지지율 정체의 원인이 바람몰이로 해결될 일이 아닌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에 있다는 것이다.■ 바람몰이 실패 책임은? = 강금실·이계안 양 후보 측은 공히 사흘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당내 경선이 흥행 참패로 이어질 것이라는 데 토를 달고 있지 않다. 문제는 경선 흥행 실패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 하는 쪽으로 귀결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 후보 측은 ‘강금실 띄우기’에 혈안이 돼 있던 당 지도부가 애당초 경선 바람몰이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주장이다. 막상 당내 경선이 불가피해지자 강 후보 측이 경선 방식과 관련한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절충은커녕 당 지도부에 ‘강풍(康風)’을 빌어 위임하는 형식을 취했으며 결국 당 지도부도 강 후보 측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다. 애초부터 당 지도부는 공정한 경선을 진행할 생각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결국 이 후보에 대한 당원들의 관심이 저조해졌으며 경선 흥행 참패로 이어질 공산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이 후보 측의 강선아 대변인은 “이런 식으로 하니까 관심이 저조해질 수 밖에에 없다.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이는 본선에서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으며 결국 당 지도부의 문제점으로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특히 1일 실시하기로 한 여론조사(경선방식과 관련 일반당원 20%, 기간당원 30%, 여론조사방식 50% 적용 중 여론조사는 1일 실시)의 문구를 놓고서도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여론조사의 문구를 놓고 ‘적합도 조사’로 물을 것이냐 ‘경쟁력 조사’로 물을 것이냐를 놓고 강 후보 측과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강 후보 측이 또 다시 중앙당의 결정을 위임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강 대변인은 “이럴 바에는 여론조사를 아예 하지 말자”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 후보 측은 여론조사 문구를 ‘적합도 조사’로 하자는 주장이다. 이 후보 측은 또 당 지도부의 의중이 이렇기 때문에 이 후보가 정책토론 등을 통해 알릴 기회를 사전에 봉쇄당했다는 점에서도 당 지도부가 스스로 경선 흥행 실패를 자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변동가능성은 제로, 이것이 흥행이 어려운 측면‘ = 이에 반해 강 후보 측에서는 일단 경선의 승패가 확연히 예상되고 있는 만큼 바람몰이 요소도 줄어들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반응이다. 오히려 이 후보 측이 경선 방식을 놓고 주장하는 일련의 과정 때문에 강 후보의 본선 경쟁력까지 깎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 후보 측의 대변인 오영식 의원은 “당심과 민심의 큰 흐름 속에서 파악하고 있는데 변동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흥행이 어려운 측면”이라면서 사실상 관심끌기가 실패를 시인했다. 이 후보와의 승패가 사실상 이미 갈린 만큼 경선 흥행 요소가 사라졌다는 판단이다. 바람몰이에 연연하기 보다는 투표율 제고를 통해 당원들의 관심을 높이고, 압승을 통해 그 여세로 본선에서 상대후보와 진검 승부를 펼치겠다는 것이다.
특히 강 후보 측은 이 후보 측인 주장하고 있는 경선 방식에 대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괜한 논란에 휩싸일 경우 오히려 본선 경쟁력만 약해진다는 판단 하에 일절 대놓고 반응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경선 흥행 실패에 따른 우려감은 내보이고 있다. 오 의원은 “지금 문제는 어떻게 투표율을 제고하느냐 하는 것인데,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만큼 때 만큼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30% 정도로 보고 있다”면서 투표율 제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후보자 측에서 경선 흥행을 위해 노력하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경선 흥행 참패 예상속에서 경선 전략 구사는 = 일단 강 후보 측은 경선보다는 본선에 더 치중하는 모양새다. 오영식 의원은 “경선을 앞두고 경선준비를 안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도 “경선 직후 (강 후보의) 수락연설 내용에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이미 경선의 승패를 갈렸다는 확신에서다. 따라서 본선에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와의 차별화 전략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지 여부에 온통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는 또 후보 선출 직후에 있을 방송사 토론 일정을 언급하면서 그 기회를 통해 최대한 오 후보와의 차별화에 나서면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오 의원은 “이번 경선에서는 강 후보의 강력하고 합리적인 리더십, 서민중산층의 면모를 당원들에게 알려 결속력을 이끌어내고 사기를 진작시켜 당내 분위기를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오 의원은 “지지율 반전을 위한 모멘텀이 지금은 없었다. 그러나 2일 경선이 마무리되고 후보로 확정되면 경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본선거 기간동안 오 후보와의 분명한 차별화 우위를 드러내면 지지율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이에 반해 이 후보측은 ‘대안론’을 내세우고 있다. 강 후보가 한나라당의 오 후보와의 차별성을 갖추지 못하면서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점을 당원들에게 적극적으로 부각시켜 당원들의 전략적 투표를 이끌어 낸다는 계산이다. 한나라당 오 후보와 지지율에서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는 강 후보를 띄울 수 있느냐. 아니면 제3의 길이냐를 선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인데, 강 후보의 선택은 지방선거에서 지는 것이고 이후 대권 경쟁에서도 어려운 조건에서의 경쟁이 에상되므로 당원들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 후보 측은 현재 남은 사흘 동안 당원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후보 이계안'을 적극적으로 알린다는 계획이다. ‘100분토론’ 이후, 이계안 알리기에 성공했다는 고무된 분위기다. 당원들도 엄정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이 후보측은 기대하고 있다.■ 양 후보 측의 고민은? = 이계안 후보 측은 당장 당내 경선 통과 문제가 급선무다. 일단 ‘대안론’이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당헌당규상 여성 후보자에 대한 20% 우대조항과 지지율 측면을 감안할 때 ‘대안론’이 당원들에게 먹혀들어갈 지가 문제다. 게다가 시간이 너무 없다는 점도 이 후보 측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너무 ‘이계안 후보’ 알릴 시간이 없었다는 점과 막판 공개 토론회 등이 무산되면서 강 후보 대세론이 잡아가고 있는 것도 적잖이 신경쓰이는 분위기다. 경선을 위한 여론조사를 경선 당일인 2일 실시하자고 주장했던 이유도 이와 맥이 맞닿아 있다.
반면 강 후보측은 본선에서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애를 쓰고 있는 만큼 경선에서 후보자로 확정된 직후부터 일주일간 각종 방송토론회 등을 통해 오 후보와의 격차를 좁혀야 하는 문제가 있는데, 경선 흥행 저조라는 분위기가 어떤 영향으로 와 닿을지 적잖이 걱정하는 모습이다. 자칫 경선 흥행 저조 분위기가 본선의 초반 페이스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경선 이후, 불공정 경선 시비 논란이라도 이는 날이면 갈 길 바쁜 강 후보의 발목을 잡는 족쇄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