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안양 실내체육관에서 21일 열린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은 당의 로고에 걸맞는 ‘파란색’의 향연이었다. 이날 경선에서 한나라당은 일제히 이번 지방선거 승리와 내년 대선에서 정권을 탈환해 노무현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석달이 넘는 기간 동안 경선을 준비한 한나라당 전재희 김영선 김문수 의원의 얼굴은 굳은 결의로 가득 차 있었다. 함성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입장한 김문수 의원은 여유로워 보인 반면, 전 의원과 김 의원의 얼굴에는 약간의 긴장감이 맴돌았다. 


    본격적인 경선에 앞서 연단에 오른 허태열 사무총장은 인사말을 통해 “우리나라를 민생 도탄에 빠뜨리고 멸망 직전에 빠뜨린 헌정사상 최악의 부패하고 무능한 노 정권을 심판해서 다가오는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이 나라 정권 창출하고 선진 한국 창출해야 한다”며 “세 후보 중 어느 누구도 열린당 진 후보와의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후보”라고 말했다.

    연두색 넥타이를 매 부드러운 이미지를 각인시킨 이규택 최고위원은 지난 1일 경기도지사 후보를 사퇴한 데 대해 “후보사퇴를 지금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나는 경기도의 좌장으로서 당을 지키고 내년 대선에서 정권을 탈환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지방선거는 노 정권의 경제 실정과 정치 파탄, 노 정권의 실정에 대한 중대한 평가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지방선거에서 압승해서 내년 대선승리를 다짐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의 이름을 외쳐대는 당원들의 힘찬 환호성과 함께 연설을 시작한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자줏빛 넥타이를 매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손 지사는 “요즘 세상이 답답하고 나라가 엉망이고 이 나라가 뭘 하는지 모르겠다”며 “일본이 우리나라를 얼마나 깔봤으면 대한민국의 엄연한 영토에 탐사선을 보내겠느냐. 나라가 과연 제대로 됐는데도 그들이 우리를 이렇게 우습게 보겠느냐”고 노 정권을 맹비난했다.

    그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 활성화’, ‘첨단 외국기업 유치’ ‘교육개혁 위한 영어마을’, ‘한류우드 조성’ 등 자신의 정책실현을 언급하면서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가장 큰 지방자치 단체이고 대한민국 경제의 20% 이상을 책임지는 대한민국 경제의 기관차이다.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 지사는 “나는 지난 4년 동안 경기도를 적신 땀과 열정을 가지고 앞으로도 대한민국을 땀으로 적시면서 국민들과 함께 대한민국을 세계로 이끌 것을 약속한다”고 말하며 대권도전을 시사했다. 또 객석에서는 ‘손학규를 청와대로 보냅시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각 후보의 특성을 대변한 듯한 홍문종 위원장의 세 후보에 대한 평가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전 의원을 ‘경기도의 맏언니, 행정의 달인’ 김영선 의원을 ‘한나라당의 잔다르크’ 김문수 의원을 ‘선함과 깨끗함으로 보석과 같이 영원히 빛나는 자랑스런 경기도의 보물’로 각각 칭하며 세 후보를 치켜세웠다. 그는 “대한민국은 지금 노 정권에 의해 침몰하고 있다. 외교 국방 제대로 굴러가는 것이 없고 양극화 현상을 지적하는데 그걸 만든 장본인이 누구냐”며 “나라 살림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독도 하나 챙기지 못한 이 무능한 정권을 이번 선거에서 경기도민의 이름으로 분명하게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정상의 이유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대신해 참석한 이재오 원내대표는 인사말에서 “우리는 지난 3년간 노 정권 밑에서 참을 대로 참았다. 이제 노 정권은 독도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무능력한 정권”이라며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확실하게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부채 증가’, ‘빈곤층의 증대’, ‘외환은행 론스타 매각’ 등의 사태를 언급한 뒤 “청와대 비서실 직원이 지난 20여 년간 93명이 늘었는데 노 정권은 지난 3년간 공무원 수를 2만2000명이나 늘렸을 뿐 아니라 실업자와 국가 빚도 늘리고 혈세도 낭비했다”며 “엉터리 노 정권 심판해야 한다”고 지방선거를 통한 정권 심판을 역설했다.

    본격적인 경선 무대에서 가장 먼저 후보 연설을 시작한 김영선 의원은 파란색 치마정장을 입어 당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면서 “국민의 사랑을 받기 위한 한나라당의 변화와 결단’을 바탕으로 경제에 중점을 둔 지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연단에 오르지 않고 무대 오른쪽에 놓인 태극기와 당기를 집어 든 그는 두 깃발을 흔들며 역동적인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상기된 표정의 김 의원은 연설이 시작된 후에도 연단에 서지 않은 채 박 대표와 자신을 연계시키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자신만이 열린당 진 후보에 맞설 대항마라고 주장하면서 “우리가 피 눈물을 흘리면서 노 정권에 반대투쟁을 해야 경기가 살아난다. 국민에게 당이 처절하게 변모하고 나아가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이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해야 국민의 사랑을 받고 정권창출을 할 수 있다. 내가 경제를 지키고 한나라당을 재건하겠다”며 “내가 열린당의 진대제, 강금실, 한명숙을 넘어선 경기도의 여성∙전진∙미래 파트너가 되겠다”고 격렬하게 지지를 호소했다. 


    김문수 의원은 무대 중앙으로 나와 당원들과 대의원들을 향해 큰절을 했다. 김 의원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할일 많은 경기도, 일 잘하는 국민머슴 김문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환호하며 연신 ‘김문수’를 외쳐댔다.

    김 의원은 ‘노 정권이 민생파탄을 일으킨 주범’이라고 운을 뗀 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데 우리는 10년째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노 정권 3년 동안 대한민국의 시계 바늘은 거꾸로 돌았다”며 “중산층 서민을 위해서 노력하겠다던 노 정권 아래서 중산층이 다 무너지고 서민은 빈민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두 손을 높이 쳐들고는 “국민들은 장사가 안되고 대학 나온 젊은이들이 취직이 안되는 등 앞이 캄캄한 상황”이라며 “국군포로를 찾아오고 납북자를 돌아오게 하고 남과 북을 자유와 민주의 자리로 돌려놓는 것은 한나라당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노 정권은 민생은 안중에 없고 선전선동 정치만 하고 있다”며 “안보를 튼튼히 하고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은 노 정권 교체밖에 없다. 이 시대의 최고인 애국은 노 정권을 교체하는 일”이라고 거듭 지방선거를 통한 차기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연설한 전재희 의원은 자신을 ‘행정을 아는 준비된 도지사’라고 소개하면서 경기도시사로서 행정적 수행능력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경기도 조직은 그 어떤 기업보다 방대하고 복잡하다. 경기도 지사는 일복이 터진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직책이라고 생각한다”며 “미래와 전체를 보는 눈과,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귀가 있으며 지난 30년동안 중앙행정·지방자치 정치의 매커니즘을 알고 조직을 움직여왔던 경험과 연륜이 있는 내가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선진한국을 만들기 위해 경기도의 경제활성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이를 위해 ▲25개 첨단업체에 대한 공장총량제완화 ▲SOC확대를 통한 투자환경 개선 ▲유아시설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연설시간인 15분을 넘겨 마이크가 꺼졌음에도 손을 불끈 쥐며 끝까지 연설한 그는 격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투표가 시작된 후 세 후보는 투표장 주변을 돌며 당원들과 악수를 나누며 지지를 호소했다. 또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당원들은 손 지사와 사진을 찍고 악수를 청하기도 해 손 지사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개표작업이 시작되자 경선장은 북소리와 꽹과리 소리로 가득 찼다. 당원들은 지지하는 후보의 이름이 쓰인 피켓을 위로 들어올리며 막대풍선을 치고 깃발은 흔들었다.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후보로 김문수 의원이 선출된 경선 결과가 발표된 후 장내에는 파란색의 종이가 공중을 흩날렸다.

    이날 행사에는 박희태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박순자 문희 고흥길 박인숙 의원 등도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