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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쏙쏙 잘 피해가지 않았느냐"
2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 초청 관훈클럽 토론회가 끝난 직후, 동석했던 열린당 의원들 입에서는 '탄식'(?)이 터져나왔다. 중견 언론인들이 주축인 된 관훈클럽인 만큼 패널들의 날선 질문이 쇄도했지만 그때마다 정 의장은 질문의 본질을 요리조리 잘도 피해갔다. 일부 토론회 참석자들은 "정 의장이 한번 경험(지난 총선 직전 노인비하 발언)이 있어서 그런지 매우 능숙하다"는 말도 내뱉었다. 종종 패널들로부터 재차 답변을 요구받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었다.
정 의장은 이날 김한길 원내대표의 ‘경악할 만한 비리’ 발언과 관련, ‘경악할 만한 폭로 타령을 했는데 경악할 만한 내용은 없었다. 열린당이 폭로전을 선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경악할 만한'이라는 표현은 분명히 지나쳤다. 다른 표현을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재차 사과했다. 그러나 표현상의 잘못이 있었을 뿐, '열린당이 폭로전을 선도하고 있다'는 비난에 대해서는 분명한 선을 긋는 태도를 보이면서 패널들과의 초반 신경전에 밀리지 않으려는 기색을 내보였다.정 의장은 “(이번 건의)문제 핵심은 정치지도자의 정직성에 관한 것이다. (테니스 논란과 관련) 이명박 시장은 선씨를 모른다고 했는데 파티도 하는 등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이 시장의 ‘별장 파티’ 내용에 ‘문제가 없다’는 듯한 태도를 내보였다. 그는 그러나 ‘유감 표현 정도로 넘어갈 것이 아니라,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단순히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 정치가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폭로정치를 주도한 것처럼 돼 있어 대단히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재차 머리를 조아렸다.
그는 아울러 5·31 지방선거 책임 문제와 관련해 ‘책임을 지겠다고 했으면 그 기준이 있을 텐데,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책임문제와 관련해서는 당의장직에 연연해 본 적이 없다. 책임질 일이 있으면 당당하게 책임질 것”이라고만 말했다. 구체적인 책임 기준 제기 요구에 대해서는 답변을 얼버무렸다. 토론 패널들의 날선 질문이 계속됐지만 정 의장은 '요리조리' 장황한 설명을 통해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답변을 피해갔다.
그는 또 서울시장·경기지사 예비후보인 강금실·진대제 전 장관이 각각 당의 상징색인 노란색 대신 보라색과 파란색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당과 거리두기’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선거의 전략과 전술은 다양할 수 있다. 본질 문제는 아니다. 당의 상징색이 바뀐 것이 아니라 유권자에게 호소할 때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이냐 하는 문제다. 선거캠페인 과정의 기법 중에 하나라고 생각 한다”면서 개의치 않는다는 식의 반응을 내보였다.
강금실 후보와 한나라당 예비후보 오세훈 전 의원간의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데 대해서는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정책 비전 철학 이런 것들이 느껴지지 않겠느냐. 그런 점에서 강금실 대 오세훈 대결구도가 된다면 강 전 장관은 13년의 판사생활, 상당히 큰 규모의 법무법인을 만들고 운영한 경영능력, 수천명의 검사를 지휘하고 개혁을 한 자체가 내용이고 철학인 강 전 장관이 압도적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정 의장은 이어 민주당과의 합당 논의와 관련, ‘부정적인 입장이 내년 대선까지 유효한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민주당 제휴에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지방)선거 전에 정략적인 어떤 제안이나 움직임도 유권자에게 지지받지 못할 것이다. 여당답게 서는 데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엑센트의 포인트가 달랐던 것”이라면서 애초 민주당과의 합당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정 의장은 “지방선거 이후 내년 대선까지의 과정에서 폭넓은 협력과 연대가 모색되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개발독재에 향수를 느끼며 냉전노선에 안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날로 강경해지고 넓어지고 있다”면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차기 대선이 친북좌파 대 비좌파 대결이라고 했는데, 20세기적 잣대로 보는 이분법에 동의하지 않는다. 과거세력 대 미래세력의 대결로 본다”면서 이에 맞서기 위한 미래·평화·개혁세력의 연대를 강조했다.정 의장은 이와 함께 자신에 대해 정책이나 콘텐츠가 약하고 이미지만 있다는 평가를 어떻게 생각하는냐에 질문에 대해서는 “기자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직업이다. 나는 기자라는 평생 직업에 종사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치인으로 한 것이 있고, 통일부 장관으로 한 것이 있다. 이에 대해서 시시비비와 평가는 있을 수 있다. ‘너는 아무것도 한 게 없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항변을 할 수 밖에 없다. 나는 한 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