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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가 ‘경악할 비리’라고 예고한 폭로건의 실체가 ‘무책임한 정치폭로’로 귀결되면서 열린당이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이번 폭로건의 '처음에서부터 끝까지' 준비해온 안민석 의원(경기오산․초선)에게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 의원의 입에서 나온 한나라당 소속 이명박 서울특별시장의 ‘별장 파티’라는 설익은 폭로는 그가 당시 모임에 참석했던 한 여성을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됐고 그 여성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제보 받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 안 의원은 그 여성의 진술을 토대로, 이 시장과 특별한 관계로 의혹이 제기됐던 선병석 전 서울시테니스협회장을 지난 6일 서울 모처의 호텔에서 만났다. 당시 안 의원은 술집까지 가며 여러 시간에 걸쳐 집요하게 선 회장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이 때 나눴던 얘기 등이 종합돼 김 원내대표에게 보고됐으며 안 의원도 당내 별도 루트를 통해 확인 작업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던 와중에 “경악할 만한 비리가 확인됐다. 다음 주 중이면 밝힐 수 있는 것도 있다”는 김 원내대표의 발언이 나왔으며 이후 상황은 ‘경악할(?) 비리’ 발표로 이어졌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는 ‘무책임한 정치폭로’로 귀결되면서 안 의원은 정치권은 물론 당내에서조차 따가운 눈총을 받는 꼴이 됐다.
급기야 열린당은 18일 안민석 의원을 '이명박 시장 황제테니스 진상조사단'활동에서 사실상 손을 떼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의원이 문제가 된 '별장파티'와 관련 김한길 원내대표에게 파티에 참석한 여성들이 몇가지 특별한 기준에 의해 선발됐고, 파티에서 다른 참석자들과 어떻게 시간을 보냈다는 등에 초점을 맟춰 보고 함으로써 김 대표에게 '남녀간의 부적절한 관계'라는 엉뚱한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도록 했다는 것이다.또 '폭로'기자회견에서도 '남녀문제'라는 뉘앙스를 물씬 풍기도록 했고 결국 이명박 시장측으로 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기에 이르렀다.애초 안 의원이 당내 ‘이명박 시장 황제테니스 진상조사단’ 소속에 포함된 것도 의혹이 테니스라는 점에서, 당내 체육특별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체육계에서는 대표적인 인사로 통했던 안 의원이었기에 진상을 밝히는 데 수월하지 않았을까 하는 판단도 있었다는게 당 안팎의 귀띔이다. 안 의원은 지난 87년 서울대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중학교 교사를 거쳐 2000년 3월에 중앙대 사회체육학부 교수로 임명됐다. 체육개혁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으며 현재는 대한태권도협회 이사, 대한올림픽위원회 남북체육교류위원장을 맡고 있는 등 체육분야에 대표적인 ‘마당발’로 통하는 인사다.
당 일각에서는 안 의원의 이번 설익은 폭로가 과잉 충성에서 나왔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안 의원은 서울대 82학번으로 총학생회 간부를 역임한 386 운동권 출신으로, 개혁당을 통해 정치에 입문하고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좌장격으로 있는 참여정치연대(참정련) 이사를 맡았었지만 지금은 당내 정동영계로 분류되고 있다. 정동영 의장과 친밀관계를 가지고 있는 ‘국민참여연대1219’(노무현 대통령 전 후원회장 이기명씨가 상임고문으로 있다) 소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만큼 정 의장과 차기 대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 시장에 대한 제보를 듣고 성급한 맘이 앞서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다.
이런 안 의원의 '폭로'에 대한 역풍은 거세다. 이미 야당과 어론, 네티즌들로부터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한나라당의 검찰고발로 검찰이 안 의원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당내에서조차 안 의원을 겨냥해 “남 뒤 파헤치고 다니면서 잘되는 사람 못 봤다” “마치 중요한 것처럼 해 대더니 고작 저런 것을 내놓느냐” “저 사람은 콘텐츠가 뭐냐”는 등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안 의원이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정도”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인 안 의원은 지난해 노래연습장에서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와 춤으로 손님의 흥을 돋우는 행위를 하는 사람(일명 노래방도우미)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으로 형사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음악산업진흥에 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었다. 이 법안은 지난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오는 10월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이 법안은 도우미들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공론의 법안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어 시행과정에서 큰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안 의원은 63년 경남 의령 출생으로, 학생운동으로 5년만에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귀국 후, 중앙대 교수로 임명되기 전까지 공군사관학교 교수와 문화관광부 산하 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하면서 지역 시민운동에도 관심을 가졌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학교수 시절에는 ‘포로야구선수협의회의 지지선언’ 등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안 의원이 20일에는 국회 분수대 앞에서 소속 의원들과 당직자 등 200여명이 참석하는 월드컵 4강 기원 행사에서 최근 유행하는 ‘꼭지점 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안 의원은 당 체육특별위원장으로 이번 행사를 직접 주관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