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라이트 성향의 ‘교과서포럼’과 뉴레프트 성향의 ‘좋은정책포럼’은 29일 한국선진화포럼(이사장 남덕우)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과거와 현실진단  ▲양극화 극복 등의 사안과 관련, 첨예한 입장차를 드러내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사회, 어디로 가야하나’ 토론회는 최초로 뉴라이트와 뉴레프트가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라 언론의 큰 관심을 받았다.

    교과서포럼의 박효종 서울대 국민윤리학과 교수와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좋은정책포럼의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의 발제 후 이어진 종합토론에서 참가자들은 무려 3시간 30여분에 걸쳐 열띤 논쟁을 벌였다.

    이날 토론자로는 네명의 발제자 외에 교과서포럼 김종석 운영위원, 김일영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교과서포럼 운영위원), 좋은정책포럼에서 임경순 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 교수, 이태수 좋은정책포럼 운영위원이 참석했다.

    종합토론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 경제성장의 성과 인정 여부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교과서포럼측  토론자들은 “1960년대 이후의 산업화는 절대 빈곤을 퇴치하고 국가 위상을 제고한 역사적 업적”이라고 평가하며 “민주주의를 수용한 산업화가 이론상으로 가능할지는 모르나 경험적으로 개발도상국가에서는 그 사례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의 산업화는 리더의 정치적 결단으로 국가와 시장의 공조를 이끌어 내 성취한 것으로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의 희생은 불가피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박효종 교수는 “현 정권의 실세인 386 세력은 개발 독재의 역사는 부정하면서 민주화가 건국과 산업화의 열매라는 점은 간과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임혁백 교수는 “박정희 정권은 산업화를 위해 독재를 한 것이 아니라 독재를 위해 산업화를 내세웠을 뿐”이라며 “박 정권의 성장제일주의가 분배 정치의 질식을 불러온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좋은정책포럼측 토론자들은 “산업화를 위해 권위주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며 “과거 권위주의적 발전국가 모델의 병폐 때문에 결국 IMF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파국을 초래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상대측을 향한 날선 비판도 이어졌다. 김일영 교수는 “노무현 정부는 참여만 강조했지 수습도 못하고 선택도 못하고 있다. 사회의 각종 사안에 대해 중립적이고 균형 잡힌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며 “문제의 원인 진단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철저한 반성도 없다.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 장미빛으로 늘어놓은 지향점으로 갈 것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에 김형기 교수는 “보수세력은 민주세력의 공훈을 인정하는데 인색해서는 안된다”며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현재의 정보화 시대가 열렸겠느냐. 오늘날 동남아를 휩쓸고 있는 ‘한류 열풍’도 바로 민주화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민주화세력은 비전제시를 못했다는 약점이 있다”며 “새로운 진보는 이 점을 반성하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양극화 문제 해법에 대해서도 뚜렷한 시각차가 드러났다. 김종석 교과서포럼 운영위원은 “복지제도가 30년전보다 좋아진 건 사회 철학이 바뀐 탓이 아니라 경제 성장을 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다만 '복지를 최소의 예산을 사용해 효율적으로 집행하라'고 요구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김 운영위원의 발언이 끝나자 방청객들은 박수를 쳐 공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태수 좋은정책포럼 운영위원은 “우리 경제가 대기업과 재벌위주의 구조를 용인했기 때문에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초래됐다. 단순히 성장이 이뤄지고 일자리가 늘어나면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과거 고도 성장기에나 할만한 이야기다. 그걸 아직도 되풀이하는게 해법이냐. 수긍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남덕우 한국선진화포럼 이사장(전 국무총리)은 기자들과 만나 “양극화와 관련된 노무현 대통령의 최근 발언이 오히려 사회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1%의 인구가 40%의 부를 차지하는 미국과 빈부차이가 심한 일본도 양극화라는 대립적인 단어 대신 ‘격차’라는 말을 쓰고 있다. 냉전시절 나온 용어를 아직도 사용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많이 버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세금을 많이 내라는 식으로 몰고가서는 안된다”며 “참여정부는 남은 2년동안 자유무역협정(FTA)와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등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써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