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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이명박 서울특별시장, 손학규 경기도지사 이른바 ‘빅3’의 대권경쟁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동안 서로 비판을 삼가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던 이들이 서로의 발언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빅3’ 중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시장에 대한 견제가 눈에 띈다. 박 대표가 이 시장의 ‘해변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한 데 이어 손학규 경기도지사도 이 시장의 ‘돈 정치’ 발언을 문제 삼고 나섰다.
박 대표와 이 시장의 충돌은 이 시장이 사립학교법 장외투쟁 폄하발언으로 박 대표의 신경을 건드리면서 촉발됐다. 그러나 손 지사가 비판하고 나선 이 시장의 발언은 특정 인물을 겨냥 했다기보다 일반적인 소회를 밝힌 수준이었다.
미국 방문 중인 이 시장은 “대선 주자로서 재산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돈없는 사람이 정치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어떤 사람은 재산을 마이너스로 신고했는데 나보다 돈을 더 펑펑 쓰더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손 지사는 13일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이 시장의 발언이 와전됐거나 실언일 것이라고 전제하기는 했지만 “돈으로 정치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손 지사는 “새로운 시대에는 청빈의 정치와 높은 도덕성이 요구될 것”이라며 “개발 시대, 부정축재 시대에는 돈으로 하는 정치가 가능했겠지만 새로운 시대, 청빈의 시대에는 높은 도덕성, 즉 노블리스오블리제의 덕목이 지도자에게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14일에도 SBS라디오프로그램 ‘진중권의 SBS전망대’에 출연해 “돈으로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개발독재 시대의 발상이고 부정축재의 발상”이라며 “돈과 권력은 같이 갈 수 없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사람들 중에 내가 재산이 가장 적지만 나는 결코 내 재산이 적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 정도만 해도 서민들 전체 수준으로 보자면 결코 가난한 것이 아니다”고도 했다. 여야 대권주자들 중 보유재산이 가장 적은 손 지사가 재산이 가장 많은 이 시장과의 차별화를 위해 ‘청빈’과 ‘도덕성’을 지도자의 덕목으로 내세운 모양새다.
그러한 손 지사의 이 같은 비판에 이 시장측은 “정치자금법이 엄격해져 자금조달은 어려워진 데 반해 현실적으로는 여전히 돈을 많이쓰는 정치관행이 자리잡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한 뒤 “손 지사도 상식적으로 이 시장의 발언 취지를 이해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이 시장이 국민정서에 반하는 그런 발언을 했을 리가 없지 않느냐. 옳고 그름을 따질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손 지사는 이 시장에 이어 박 대표와도 각을 세웠다. 요즘 한나라당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인 ‘최연희 의원직 사퇴’ 문제를 건드리며 박 대표의 태도를 비판한 것이다. 손 지사는 “일단 공인은 그것이 실수이고 본의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한나라당도 이 문제에 대해 최 전 사무총장이 당을 떠났으니 나모르겠다고 할 게 아니라 국민의 마음을 받드는 자세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 대표가 최 의원 사퇴문제에 대해 “당 차원에서 할 일은 다했고 본인이 결정할 일”이라고 말한 데 대한 비판이다.
손 지사는 또한 이해찬 국무총리의 ‘3·1절 골프질’에 대해 “3·1절에 총리가 골프를 치러간다는 것 자체가 이 총리 개인의 오기다. 사과는 말로 하는 게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사퇴를 촉구했으며 행정자치부의 지방자치단체 감사에 대해서도 “여당의 지방선거 전략과 궤를 같이하는 정치적인 감사”라고 맹비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