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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국무총리의 ‘3·1절 골프질’ 파문의 최대 수혜자를 누굴까. 정치권 안팎에서는 주저없이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을 꼽고 있다. 여권의 차기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가시밭길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 총리의 골프 파문은 뜻밖의 ‘횡재’라는 설명이다. 이 총리가 실세 총리로 그간 여권 내 차기 대선을 겨냥한 ‘제 3후보’로 잠복돼 왔었던 만큼 이번 파문은 제 3후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것.
특히 5·31 지방선거 성패에 따라 불안해질 수도 있는 자신의 입지도 일정 부분 해소했다는 해석이다. 이 총리의 골프 파문 등 잇단 돌발 악재를 이유로 지방선거 책임론에서 한 발 비켜설 수 있는 명분과 주장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애초부터 ‘필패’가 예상되던 지방선거에서 ‘완패’가 아닌 의미부여성 성과만 거두어도 대권 가도에 탄력이 붙으리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뜻밖의 횡재에 고심의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골프 파문으로 빚어진 이 총리의 사퇴제기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방법론 때문이다. 당 내부, 즉 여권 내부에서의 사퇴 압박 방식을 취하느냐, 아니면 야당을 활용한 사퇴분위기를 조성하느냐 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당 내부에서 사퇴 압박 방식을 취하는 경우 반 정동영계의 결집을 가져와 자칫 ‘정동영 대 반 정동영’ 대결로 차기 대선후보 경쟁구도가 이어진다면 장 의장의 행보에 그리 득될 것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잠재적 제3 후보로 거론돼 왔던 이 총리가 당내 역학구도상 같은 재야 운동권 출신인 김근태 최고위원 쪽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반면, 정 의장과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귀띔이다.
정 의장이 7일 지도부 명의로 소속 의원 전원에게 서신을 돌려 이 총리 거취문제에 대해 “당의 입장은 지도부에 일임해 달라”면서 의원들의 개별적 의견개진을 자제해 달라는 사실상의 함구령을 내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이 총리의 대국민 사과에도 불구하고 파문이 확산되자 “이 총리가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한다” “지방선거 등을 감안할 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등의 발언으로 사실상 사퇴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로 몰아가려는 움직임도 감지됐었다.
정 의장도 당초 골프 파문이 터진 직후인 지난 3일 “공직자와 정치인 모두가 자숙해야 할 시기”라면서 이 총리에게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 특히 이 총리의 대국민 사과 직후인 6일에는 “총리의 사과는 국민 앞에 겸허한 자세로 임하겠다는 의사표시로 생각한다”면서 사퇴를 기정사실화 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었다.
이에 따라 정 의장측은 당내 파워게임 양상을 보이면서까지 이 총리에 대한 사퇴압박 카드를 꺼내들었을 경우 초래될 상황(반 정동영계의 결집 현실화)에 대해 우려하는 한편, 야당의 사퇴압박 총공세에 뒤이은 ‘정치권 새판짜기’ 가능성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더불어 염동연 사무총장을 내세운 민주당과의 통합 추진과 고건 전 총리와의 지방선거 연대 문제 등 정 의장으로서는 자신의 대선 행보를 겨냥한 다양한 카드를 쥐고 있다는 것이 당 안팎 지배적인 관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