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찬 국무총리가 골프 파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실상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후임 총리로 김근태·김혁규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이 여권 내부에서 거론되고 있다.

    이 총리의 교체 여부는 노무현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14일 이후에나 결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파문이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자칫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교체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근태 최고위원의 총리 기용설은 여권 내 ‘파워게임’ 이른바 역학구도를 감안할 대 상당한 개연성을 갖고 있다는 게 당 안팎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작년 말 여권 내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정동영·김근태 두 전직 장관이 당으로 복귀하면서 힘의 균형추가 당으로 이동한 만큼, 임기 말의 향후 국정운영과 여권 내 대선 주자들의 관리 차원 등을 감안했을 때 상당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정동영 전 장관이 당권장악 이후 ‘강한 여당’을 주장하면서 당·정·청 관계의 쇄신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인데다가, 지방선거 패배 이후 당으로부터 불거져 나올지 모르는 대통령 탈당 요구 등 향후 정치권의 변화를 예상한 사전 포석의 의미도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당으로 집중된, 특히 정동영 의장에게로 집중되고 있는 힘을 이해찬 총리의 당 복귀를 통해 견제하는 동시에 ‘레임덕’ 방지 차원도 감안한 다목적의 포석이 김근태 최고위원의 총리 기용으로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그러나 김근태 최고위원 측은 이같은 총리 기용설에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내보이면서 총리로의 입각에 강한 반대 입장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차기 대선 구도를 감안할 때 김근태 최고위원에게 전혀 득이 될 게 없다는 계산이다.

    김근태 최고위원의 한 핵심브레인은 6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지금 총리로 가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늘어놨다. 이 인사는 특히 “임기말에 관리형 총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할 일도 많지 않고 (차기 대선 구도를 봐서도) 절대 유리할 게 없다”고 말했다. 또 “상식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총리설은)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김근태 최고위원 측의 또 다른 측근 의원은 “이 총리의 골프는 분명 적절치 않다. 그러나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고 더욱 더 열심히 해서 국민적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면서 사실상 이 총리의 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이 총리의 사퇴에 당내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의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면과 확실한 대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총리 기용을 놓고 또 다른 하마평이 나돌고 있는 김혁규 의원 측은 내심 기대하는 모습이다.

    김혁규 최고위원 측은 “금시초문이다. 현 총리에 대한 사임 여부가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여러 가지로 대통령의 생각이 있으실 것”이라면서도 “어째든 총리라는 자리가 간단치 않은 자리인데, 하마평이 나돌고 있는 것은 좋은 것 아니냐”며 은근히 기대감을 내보였다.

    물론 김혁규 최고위원도 지난해 12월 한 라디오 시사프로에 출연, “대통령께서 내가 약 10년 동안 종합행정을 해왔기 때문에 국무총리로 적합한 사람이 아니냐, 그런 판단을 내리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사실상 총리 자리에 대한 의중을 내비친 바 있다.

    김혁규 최고위원은 경남 합천 출신으로 3회 연속 경남도지사를 역임한 바 있으며 여권 내의 오랜 숙원인 영남교두보 확보 차원이란 카드로 그간 당내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져왔었다. 실제 당내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김혁규 총리 카드’를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고 있는데다가 남은 기간 국정운영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 관리형 총리가 필요한 시점에서 김혁규 총리카드도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혁규 최고위원이 지난 2·18 전당대회에서 정동영 당의장과 연대를 통해 지도부에 입성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정 의장과 상당부분 교감을 갖고 있는 만큼, 당내 각 계파간 대립은 물론 정동영·김근태 두 차기 대선 주자간 파워게임으로 번지고 있는 시점에서 총리 입각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김근태 최고위원이 총리 기용설에 강한 부정적인 입장을 내보이고 있는 점도 김혁규 최고위원의 총리 기용에 상당한 힘이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