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 새 당의장에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선출됐다.

    정 신임 당의장은 13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개최된 열린당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총 4450표(득표율 48.2%)를 획득, 3847표(득표율 41.7%)를 얻는 데 그친 김근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어 김두관 후보가 3218표(34.9%)를 얻어 3위를 차지했으며 다음으로는 김혁규 후보가 2820표(30.6%)를 얻어 턱걸이로 4위까지 주어지는 지도부 입성에 성공했다. 

    반면 ‘범중도개혁세력대통합’을 내세우며 막판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왔던 임종석 후보는 1991표(21.6%)를 얻어 5위를 차지하는데 그쳐 지도부 입성에는 실패했다. 김부겸 후보는 1355표(14.7%)를, 조배숙 후보는 424표(4.2%)를, 김영춘 후보는 353표(3.8%)를 얻어 각각 6·7·8위를 차지했다. 조배숙 후보는 등위와 관계없이 여성 몫으로 당연직 최고위원 자리가 주어져 지도부에 입성했다.

    이날 전당대회는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을 비롯한 당원을 포함 총 2만여명이 행사장을 찾았으며 대의원 1만2130명 가운데 9229명(투표율 76.1%)이 투표에 참가, 정 신임 의장을 비롯 김근태 김두관 김혁규 조배숙 후보 등 총 5명의 새 지도부를 선출했다. 

    정 후보의 당선으로 여권 내 차기 대선 구도에서도 정 신임 당의장이 김근태 후보보다 한발짝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으며, 실세 의장으로 강력한 당의장 권한 행사에 따른 향후 원내대책 등 대야관계에서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당 내부적으로 당장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5·31 지방선거의 필승을 이끌어내야 하는 데다가 당권경쟁 과정에서 빚어졌던 격한 감정싸움으로 인한 당내 경선 후유증 수습과 당정청 관계 재정립 요구, 당 지지율 극복이란 과제 등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당장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정 신임 당의장은 창당 초기 당의장을 역임하는 등 ‘실세 당의장’으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당정청관계를 주도하면서 한나라당에 맞설 것으로도 보여 향후 대야관계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함께 당내 ‘강경·개혁그룹’ 진영을 이끌고 있는 김근태 김두관 후보의 지도부 입성에 따라 당내 계파간 세다툼에 대한 영향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친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김한길 의원이 원내대표로 원내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만큼 정 신임 의장의 원내·외 장악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반해 당초 정 의장과 치열한 접전이 예상됐던 김근태 후보는 3843표를 얻는데 그쳐 정 의장과의 차기 여권 내 대권 싸움에서 다소 밀리는 위치를 보이게 됐다. 당권경쟁에서 막판 ‘뒤집기 대역전극’을 시도했던 김 후보는 이후 지방선거에서 ‘고건-강금실’을 중심으로 한 ‘범양심세력 대연합’의 구도를 이끌어내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정 의장에게 다소 유리한 여권 내 대선 구도의 새판짜기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 신임 의장은 경선결과 발표 직후 수락연설을 통해 같이 경선에 참여한 후보들을 격려하면서 “이제 남은 것은 지방정부다. 한나라당은 지난 수십년동안 지자체의 인사비리 토착비리 등으로 썩었다”며 “열린우리당은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잃어버린 중산층의 꿈과 희망을 찾아주어야 한다”면서 지방선거에서의 총력을 다짐했다. 정 의장은 당장 19일 대구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이날 전당대회에서 각 후보자들은 7분씩 주어진 마지막 연설을 통해 절규에 가까운 호소로 막판 지지를 요청했다.

    첫 번째 연설자로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단상에 오른 김근태 후보는 “오늘 선택은 참으로 엄중하다. 바꿔서 이길 것이냐. 이대로 주저앉을 것이냐. 자강론으로는 패배할 것이다. 대연합만이 승리한다”면서 정동영 후보를 시작부터 직격하고 나섰다. 김 후보는 “‘자강’이냐 ‘대연합’이냐를 명백하게 선택해야 한다. 자강론은 실체가 없다”면서 “자강론이 당원들에게 잠시 만족을 줄 지 모르지만 선거에서는 필패다. 오직 대연합만이 당을 강하게 만든다”며 막판 한 표를 힘차게 갈구했다. 김 후보는 “한나라당은 참여정부를 흔들고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방북을 정치공작으로 매도하고 있다. 양극화로 분열된 이 나라를 집권층을 위한 감세주장으로 더 분열시키고 있다. 한나라당에는 민족도 중산층과 서민도 없다. 오직 소수 특권세력만이 있을 뿐”이라면서 자신을 축으로 한 반한나라당 범양심세력대연합을 목이 터져라 한껏 강조했다.

    이어 연설에 나선 김영춘 후보는 “당이 지금 어렵다. 어떤 계파와도 실력자와도 손을 잡지 않고 당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나왔다”면서 “이번에 선출된 지도부는 멀어진 민심을 되찾아 올 사람이 돼야 한다. 내가 하겠다. 준비된 젊은 정치인이 지도부에 당선될 수 있는 정당이 열린당이라는 점을 국민께 알려 달라”고 절규에 다다른 막판 지지를 호소했다. 김 후보는 “지방선거출마 예상자들이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고 있다. 민심은 대통령보다 지혜롭고 어떤 정당보다 위대하다”면서 “당원들의 처진 어깨를 세우기 위해서는 당정청 모두 일대 쇄신해야 한다”면서 자신이 당정청 재재정립을 위한 적격자임을 대의원들에게 강조했다. 김 후보는 또 민주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일부 후보자를 겨냥, “지지율 떨어지면 합당 대연정으로 오락가락 하는데 통렬히 반성하며 도전과 희생의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면서 “위기의 비상 전당대회에서 언제 열린당이 민주당과 합치겠다는 것이 국민들과의 첫 번째 약속이 됐느냐. 현실적으로 되지도 않을 일이고 무책임한 선동이고 당을 정신적으로 해체하려는 것”이라면서 피를 토하듯 부르짖었다. 

    ‘정권재창출이 최고의 개혁’이라는 구호로 중도개혁세력대통합론을 내세운 임종석 후보는 “정권이 없이도 이룰 수 있는 개혁이라면 왜 여러분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위해 울었단 말이냐”라고 되물으면서 “정권재창출 없으면 우리의 꿈 대한민국의 꿈도 지킬 수 없다. 정권재창출만이 우리가 안고 가야할 최고의 개혁”이라고 한껏 힘줘 열변을 토했다. 임 후보는 “한나라당을 반드시 이겨내야 한다. 열린당도 민주당도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그 누구도 비켜서서는 안 된다. 중도개혁세력대통합을 통해서 열린당과 대한민국은 다시 한번 전진해야 한다. 당장 지방선거에서부터 해야 한다”면서 목의 핏대를 세웠다. 임 부호는 또 “수구냉전세력이 아닌 모든 중도개혁세력은 지방권력을 되찾아야 한다. 열린당 배지를 가슴에 달고 있는 동지들의 눈에 눈물을 안나게 하는 것이 개혁이라고 믿고 또 믿는다”면서 “임종석이 여러분과 함께 뛰고 또 뛰다가 쓰러지겠다”면서 막판 한 표를 당부했다.

    유일한 여성 후보로, 당헌당규 우대규정상 당 지도부 입성이 확정된 조배숙 의원은 “당이 변해야 한다. 집권당이 오만을 버려야 한다.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는 자만심을 버려야 한다. 착각을 버려야 한다. 열린우리당이 새로 태어나야 한다”면서 그 중심에 자신이 있음을 목놓아 외쳤다. 조 후보는 그러면서 “당이 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진정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면서 “50만 기간당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정당, 이들을 대변할 수 있는 강한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당을 안정시키고 제대로 된 길을 가도록 내가 그 중심에 서겠다”고 한껏 힘을 줬다. 조 후보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민주개혁세력대통합을 추진하겠다. 선거에서 참패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은 좋다고 하면서 왜 민주세력과의 통합은 안 된다는 것이냐. 조화의 리더십으로 통합을 당당히 주장하겠다”면서 “배짱도 두둑하다. 한나라당 박근혜와 맞서서 싸우겠다”면서 다부진 각오로 좌중을 압도했다.

    이어 연설에 나선 김혁규 후보는 “오늘은 국민에 다가가 일하는, 책임지는 여당으로 다시 태어나는 날”이라면서 “우리는 불과 100일 후면 지방선거에서 수천명의 후보 전사와 50만 당원이 대혈투를 벌어야 한다. 반드시 이겨야 하고, 이기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할 일이 단합이다. 이 단합을 김혁규가 확실하게 이뤄내겠다”고 특유의 경상도 억앙으로 한 표를 당부했다. 김 후보는 “우리 당은 안정감 있고 힘입는 지도부를 만들어야 한다. 경제는 김혁규가, 통일은 정동영이, 복지는 김근태가 하는 희망의 삼각편대를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면서 “힘을 합쳐 동서 양쪽에서 쌍끌이로 표를 모을 수 있고 개혁과 안정이 조화를 이뤄 성공하는 개혁을 반드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노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우리 당 창당에 동참했다. 한나라당으로부터 3번씩이나 화형식을 당했다. 그러나 고난과 역경 이겨내고 영남에 당 깃발을 꽂았다”면서 “확실하게 밀어주시면 한나라당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겠다. 김혁규에게 힘을 주시면 영남에서도 이기고 한국정당사에 전국정당도 반드시 만들 수 있다”고 장담했다.

    ‘지지율 1위로, 지방선거 승리로, 참여정부 성공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건 정동영 후보는 “왜 우리가 돈 들이고 시간 들여서 왜 이 자리에 모였느냐. 우리의 목적이 뭐냐”면서 “싸워보기도 전에 지레 겁먹고 꼬리내리는 패배주의가 아니라, 2년 전에 우리가 해냈듯이 승리를 만들기 위해 이 자리에 모여 있는 것 아니냐”는 특유의 달변으로 연설 초반의 기세를 무섭게 잡아갔다. 정 후보는 “‘거미줄도 모으면 사자를 묶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우리 모두 힘을 모으면 그 힘으로 수구세력 한나라당도 꽁꽁 묶고 지방선거도 승리할 수 있다”며 힘찬 확신에 찬 의지를 거듭 드러내 보였다. 정 후보는 “ 여당다운 여당이란 서로 싸우고 분열된 여당이 아니라 힘있고 강한 여당이다.  지난 1년간 집권여당이라고 볼 수 없었다. 주인없는 정당이었다. 이제 과거를 청산하고 오늘 여러분이 선택하시는 새 당의장을 구심점으로 간판으로 내세워 당정청의 중심에 당이 서야 한다”고 쉼없이 힘찬 고성을 내질렀다. 정 후보는 그러면서 “만일 여러분이 이 정동영에게 2년 전 꼴찌를 일등으로 만들었듯이 선거 승리의 책무를 부여하시려거든 힘을 모아달라. 당의장이 힘이 있어야 여당에 힘이 실린다”면서 “당의장이 되면 당장 역동성과 속도감을 갖고 다시 국민 속으로 파고 들어 중산층과 서민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민심의 바다로 몸을 던져, 지방선거 후보자의 가슴에 승리의 장미꽃을 달아드리겠다”고 힘줘 말했다.

    ‘누가 과연 한나라당과 맞서 싸울 것인가’라는 슬로건으로 경북 출신임을 강조한 김부겸 후보는 “우리가 지방선거 승리해야 한다. 내년 정권재창출 해야 한다. 그럴려면 한나라당을 무너뜨려야 한다. 경북 출신인 김부겸이 해 내겠다”면서 막판 지지를 목놓아 요청했다. 김 후보는 “표가 안나고 한나라당 텃밭이라고 해서 대구 경북을 그냥 버리시겠느냐. 대구 경북을 포기하면 정권재창출 할 수 있느냐”면서 “김부겸이가 뼈를 묻을 각오로 싸우고 돌아오겠다. 대구 경북의 불모지에 가서 지역주의를 확실히 뽑아버리겠다. 박근혜 대표와 맞짱떠서 승리하겠다”면서 전국정당 달성을 위한 유일한 대안이 자신임을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연설에 나선 김두관 후보는 “지역주의 타파는 말로 하기는 쉽다. 그러나 영남지역에서 지역주의에 맞서 온몸으로 싸우기 위해 정말 힘들었다. 처절했다”면서 “이번에도 떨어지면 김두관 여러분 앞에 다시 설 수 없다. 어떻게 지역주의에 맞서 싸운 김두관을 외면하겠느냐”면서 혼신의 힘을 다해 열변을 토해냈다. 김 후보는 또 “우리가 왜 이렇게 됐느냐. 개혁을 제대로 못해서 망했다. 진지하고 냉정하게 선택해야 한다”면서 “우리 당은 전국 정당이다. 영천에서 대구에서 48%를 지지받은 당이다. 수십년간 피땀흘려 만든 지지율인데 어떻게 전국정당을 포기할 수 있겠느냐. 김두관이 끝까지 영남을 지키겠다. 전국정당을 만들겠다. 당을 살리고 노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떨리는 목소리를 높였다. 

    전당대회 이모저모

    ● 시종일관 여유로운 표정을 보였던 정동영 후보는 득표수와 득표율이 공포되자 당연한 결과인 양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오차범위 하의 2%차이를 강조하며 내심 당의장을 기대했던 김근태 후보의 표정은 일순간 어두워져 대조를 보였다. 이윽고 정 의장이 먼저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김 의원에게 악수를 청했고 이에 김 의원은 쓴웃음을 머금은 채 악수로 화답했다.

    ●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던 조배숙 후보는 424(4.2%)라는 낮은 지지율이 공포되자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3위에 오른 김두관 후보의 득표결과가 발표되자 김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장내가 일순간 가득 차 행사가 중지돼 사회자가 방송중임을 강조하며 자제를 부탁하기도 했다.

    ● 이번 경선에 패한 김부겸, 임종석 후보는 쓴웃음을 지은 채 손을 들어 답례했으며 가장 낮은 지지율을 보인 김영춘 후보는 연신 박수만 치면서 머쓱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김혁규 후보는 자신이 받은 꽃다발은 임종석 후보에게 건냈고 이에 임 후보는 인사로 화답했다.

    ● 한편 이번 대회에 참석한 대의원 김모(51)씨는 연신 김근태 를 외쳐대며 노란색 깃발을 흔들었고 대회장 밖에서는 정동영 를 외치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